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 입구 전경 [사진=현대건설]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 입구 전경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 디에이치, 대우건설 푸르지오써밋, 현대엔지니어링 디에이치, 롯데건설 르엘, DL이앤씨 아크로, 호반건설 호반써밋. 

위 아파트 이름의 공통점은 바로 하이엔드 브랜드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대형건설사들이 강남이나 한강변에 희소한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 적용됐다. 

건설사들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에만 상징적으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달고 싶어하는 반면 해당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일반 브랜드보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선호한다. 그 이유는 명품 아파트로 인정받는 셈이고, 이를 통해 지역의 랜드마크 단지로 거듭나면 집값도 훨씬 상승할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 

지금은 하이엔드 기준이 애매해졌다. 기존 강남권을 비롯한 타 지역에서도 하이엔드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제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한 단계 더 뛰어넘는 브랜드까지 나올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의미 퇴색을 넘어 난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조합이 터무니 없는 공사비를 요구하면서도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요청하는 일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건설사가 하이엔드 브랜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물산, GS건설은 기존 브랜드 밸류로도 충분한 것으로 판단해 고급 브랜드를 만들지 않고 단일 브랜드를 고수하고 있다. 단 양사는 래미안 퍼스티지, 래미안 라클래시, 그랑 자이, 센트럴 자이 등 단지명에 입지와 특색을 반영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하이엔드를 모토로 한 신규 브랜드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상표 출원 내역은 없지만 지난 2020년 고급 브랜드 적용을 약속하고 수주한 신반포 21차 아파트 재건축 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 수주전에 성공한 노량진 3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더샵’대신 고급 아파트를 의미하는 ‘더 하이스트’를 단지명으로 제안했다. 

아울러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드파인(deFINE)’, ‘라테오(Lateo)’, ‘에피토(Epito)’, ‘아펠루나(Apelluna)’, ‘제뉴(Genue) 등 5개 상표를 출원했다. SK에코플랜트의 상표등록출원서를 보면 아파트·주상복합·오피스텔·상업용 건축 상품에 이들 브랜드를 적용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020년 말에는 ‘라파사드(la Façade)’, ‘라 봄(la VOM)’ 등의 브랜드도 특허청에 출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주거 관련 브랜드로 SK 뷰, 아펠바움, SK 허브 등을 가지고 있다. SK 뷰는 공동주택, 아펠바움은 고급 빌라‧펜트하우스, SK 허브는 오피스텔 등에 적용하고 있다. 아파트 관련 고급 브랜드는 사실상 없는 셈.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이번에 출원한 5개 브랜드 가운데 1~2개 브랜드를 올해 하반기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건설사 간 브랜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기존 하이엔드 브랜드를 뛰어넘는 하이엔드를 뛰어넘는 ‘하이엔드 오브 하이엔드’ 브랜드가 나올 수 있다. 

하이엔드 브랜드가 지금 당장이야 좋겠지만, 일단 수주 후 2~3년 뒤 공사비를 높여 조합원들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도 나오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다수 발견되고 있기도한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추구해서 아파트의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브랜드의 다양화로 인해 아파트의 안전이 떨어지는 역효과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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