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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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을 넘게 끌어온 중고차 시장 개방 논란이 내달쯤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대선 이후로 결정을 미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중고차 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에 대한 민간심의위원회 심사는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양측 중 어느 쪽이든 손을 들어줘야만 길고 길었던 논쟁은 마무리된다.

완성차와 기존 중고차매매업계 모두 결과에 승복할지는 미지수이지만 무작정 불복만으로 여론의 지지를 얻기는 쉽지 않은 형국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양측 모두 가장 우선해야 되는 점은 심사 결과에 따라 쟁점이 됐던 우려를 빠르게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완성차는 유통, 금융, 거래망, 인력 등 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인프라를 모두 갖춘 거대 사업자로서 독과점과 중고차 가격 상승, 기존 중소 사업자와의 상생 부분 그리고 그동안 불신에 가득 찼던 중고차 시장 질서를 회복하겠다는 자신들의 약속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단지 부동의 국내 최고의 완성차 사업자로서 그동안의 브랜드 이미지에 취해 ‘우리가 인증하는 중고차는 믿을 만하다’라고만 주장해서는 안 될 일이다. 중고차 가격은 올려놓고 우리의 보증 서비스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며 수입 브랜드들이 하는 방식만 갖고는 시장에서 신뢰 회복과 매매업계의 반발을 잠재울 수 없다.

왜 국산 완성차가 인증하는 중고차가 다른 수입 인증사업자와 다른지 명확하게 소비자에게 주지시켜 주지 않으면 자동차 생태계 전반을 한 손에 넣어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욕심’ 외에는 전달되는 것이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또 냉정하게 말해 여론을 주무를 수 있는 처지에 있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 명분과 실리라는 가치를 선물하지 않는 한 완성차의 중고차 시장 진입은 기존 사업자를 배려하지 않는 또 다른 독과점 사업자로서 위치를 차지하며 시장과 소비자를 좌우하는 공룡의 탄생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의 뇌리에 심어 줄 수도 있다.

전통의 매매업계도 이제는 시선을 달리해야 한다. 그동안 업계 스스로도 갖고 있었던 ‘불신의 프레임’과 ‘후진적 거래 시장’이라는 피해의식에서 인식의 대전환을 모색해야 완성차의 시장 진입 시 출구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 설사 완성차가 들어온다 해도 시장 전체가 넘어가는 일은 없다. 정부가 신차 거래 시장의 2배를 넘어서는 중고차 산업을 한 사업자에게 넘기지도 않을 뿐더러 새로운 최소한의 상생전략을 구축할 것이 원칙적으로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 매매사업자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기에 뜻대로 되지 않아 중기부의 결정에 반발한다 해도 여론의 지지를 끌어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정 부분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양질의 사업자들이 살아남아 사장을 재편하고 그 속에서 경쟁력을 찾는 것으로 생존 방법이 구상돼야 한다.

중고차 소비자에게 전통의 사업자들만이 줄 수 있는 ‘신뢰와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공격적 마케팅으로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도 전통시장과 동네슈퍼의 소비 수요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전통 매매사업자의 장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게 해야 한다.

대기업에서 나오는 서비스에 대한 단순 벤치마킹식의 중고차 경쟁이 아니라 가장 싸고 좋은 중고차를 사고자 나를 방금 찾아온 가장 가까운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향에서 ‘틈새시장’을 만들어 내야 한다. 전통 사업자들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결국 이제 마무리를 남겨두고 있는 중고차 시장 개방 논란은 소비자를 위해 이런저런 결정을 내렸다는 식으로 종결될 것이다. 양측의 사업자가 모두 만족하는 방식은 아닐 확률이 매우 높다.

모든 소비자가 브랜드에 현혹돼서 형편에 맞지 않는 선택을 하지 않듯이 중고차 시장은 상생이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시작을 알릴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중고차는 언제나 같았다. ‘싸고 좋은 차’를 찾는 것이다. 중고차 시장에선 ‘싸고 좋은 차는 존재하는 않는다’는 말이 자연스레 통용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완성차든 기존 매매사업자든 결국 경쟁력과 생존의 출발점은 저 두 가지 딜레마의 어디쯤에서 찾는 답일 것이다. 그것이 중고차 시장 전체가 ‘불신의 프레임’을 깨는 유일한 길이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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