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 [사진=연합뉴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 [사진=연합뉴스]

독이 든 성배.

HDC현대산업개발이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권을 따낸 상황은 마치 ‘독이 든 성배’와 같다. 현대산업개발이 ‘보이콧’이라는 여론을 뒤집고 지난 주말 경기도 안양시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조합원 959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현대산업개발은 과반수인 509표를 얻었다. 반면 경쟁사였던 롯데건설은 417표에 불과했고, 기권도 33표가 나왔다.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일대에 지하 3층~지상 32층, 공동주택 15개동, 1305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조성하며 총 공사비는 4240억원 규모다. 

현대산업개발이 관양현대아파트 조합에 제시한 조건은 그야말로 파격 그 자체였다. ▲특수목적법인(SPC)를 통해 2조원 사업추진비 조달 ▲안양 아파트 시세(3.3㎡당 4800만원)를 일반분양가에 100% 반영 ▲관리처분 총회 전 시공사 재신임 절차 진행 ▲골조 등 구조적 안전결함 보증기간 30년 ▲매달 전문가와 조합원 참여 하에 공증 진행 등이다. 그리고 여기에 유병규 대표이사의 자필 편지사과문까지. 

이처럼 현대산업개발의 이번 수주를 두고 업계에서는 ‘결국 돈 앞에 장사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에 면죄부를 줬다며 관양현대아파트 조합원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이들도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아직 사건 수습에 불확실성이 큰 만큼 안심하기 이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래 전부터 제기됐던 부실시공 논란에 정부 역시 가장 강력한 수준의 페널티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영업정지 처분을 받더라도 기존에 수주한 공사는 시공이 가능하다. 건설산업기본법 제14조는 영업정지나 등록말소 전 도급 계약을 체결했거나 착공에 들어간 경우 계속 시공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건설업 등록이 말소돼도 공사를 완성할 때까지는 건설사업자로 인정된다.

현재 현대산업개발은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가 완전히 철거되면 철거 비용과 피해 보상금 등을 포함해 최대 4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현대산업개발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현장의 경우 착공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발주처의 시공사 변경 요구 시 시공사 교체 기간뿐 아니라 인허가, 설계 부문에서도 새로 고려해야 할 부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현대산업개발의 올해 실적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하며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어디서 메꿀까? 바로 기존 사업장일 것이다. 그러니 기존 사업장들의 조합원들은 ‘공사비가 오르면 어떡하나’ ‘광주 화정아이파크처럼 철근을 빼먹고, 불량 시멘트를 사용하면 어쩌나’라는 불안에 떨고 있다. 이렇다보니 현대산업개발이 관양현대아파트 수주권을 따냈음에도 보이콧은 여전히 전국에 퍼지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을 계기로 더 늘어나는 추세다. 그만큼 현대산업개발과 함께 간다면 이득보다는 자산가치하락 등과 같은 좋지 않은 점이 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잡은 물고기에는 관심이 없고, 잡을 물고기에만 관심이 있는 현대산업개발. 이제는 달라져야한다. 달라지지 않으면 제2의 화정사고가 언제나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일이 우선이 될 것이 아니라 길게 내다봐야 하는 안목이 생겨야 할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은 눈 앞에 이익만을 쫓다가 뒤돌아 봤을 때 중요한 걸 잃을 수 있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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