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4대강 정비사업으로 인한 녹조 문제는 계속해서 거론돼 왔지만 그 심각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강 주변 농지와 농산물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독소가 다량으로 나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8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건물에서 ‘한국인 밥상이 위험하다’ 기자회견을 열고 금강· 낙동강 유역에서 재배된 무, 배추, 쌀 등의 농산물에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 다량 검출되었다는 이승준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의 양은 1.13~1.85㎍(마이크로그램)/㎏으로, WHO 허용 기준인 1ppb(㎍/ℓ)를 한참 웃도는 양입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녹조 발생 시 대량 생성되는 남세균으로 인한 독소로 청산가리의 약 100배의 독성을 지녔으며, 사람이 섭취할 경우 간과 폐, 혈청, 신경계, 생식 세포 등을 오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역 농민이기도 한 환경운동연합 임원들은 피해 사례를 소개하면서 심각성을 호소했습니다.

“마이크로시스틴 낙동강에서 5000ppb, 금강에서는 7000ppb가 검출이 됐습니다. 제가 시범 재배한 농작물에서는 67.9㎍이라는 정말 말도 못할 수치가  검출됐습니다. 외국의 사례라고 본다면 정말 독극물 정도의 수치입니다. 과연 저희 농민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국민에게 좋은 먹거리, 그리고 소위 말하는 다변화에 최선을 다한 게 저희들 농민입니다.”(곽상수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이제 우유와 이유식 등을  통해서 낙동강에 사는 아이들은 독성 물질인 독극물을 먹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희망인 아이들을 언제까지 이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저는 새로운 정부에서는 다른 어떤 정책보다 생명과 건강과 직결돼 있는 이 문제가 가장 최우선적으로 해결돼야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이명박 정부 이후 ‘문제없다’고 주장하는 환경부의 4대강 관련 졸속행정을 비판하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 낙동강 취·양수시설 개선사업안의 통과를 요청했습니다. 또 대선 후보들에게는 남세균 독성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과 정책 제시를 촉구했습니다.

“결국 보를 개방하고 4대강이 물이 흘러서 모래톱이 만들어지고 다시 자연화되는 게 해법입니다. 그 해법을 저희가 만들어내기 위해서 지금까지는 시민사회단체가 어렵게 연구를 하고 전문가 통해서 실험을 해서 결과를 말씀드렸는데요. 이제는 정부가 특히 환경부가 답을 해야 될 시간입니다.”(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아까 질문이 있었던 것처럼 실제 다른 지역에서 농산물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 확인해야 될 것이며 특히 이것이 언제부터 우리 국민들의 인체에 먹거리를 통해서 유입됐는지 알지 못하지 않습니까. 정말 이제는 인간이 자연을 공격하고 파괴하고 오염시켜서 그것이 다시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이러한 파괴의 역사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겁니다.”(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환경운동연합은 이번이 첫번째 발표라면서, 정기적으로 관련 사안을 다루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입니다. 또 농작물이 음식과 가축사료로 이용되는 만큼 농· 축산업 및 인체 피해와 독소가 이동하는 경로 등 추가적인 역학 조사에 나설 예정입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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