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샛강역 근방. 구두수선점을 하는 이○○씨(84)는 묵묵히 구두를 닦습니다. 1평(3.3㎡) 남짓한 그의 가게는 오가는 사람없이 조용합니다.

17년째 구두닦기와 수선을 해 왔다는 이 씨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영향을 그대로 받았습니다. 매일 출근을 하지만 벌이가 이전보다 못하기 때문입니다. 조용히 구두를 닦는 이 씨는 우선 이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와 함께 가족들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예전 속초에서 이 일을 하다가 여의도로 와서 하게 됐는데 그로부터 약 18년이 지났습니다. 딸들은 모두 시집을 갔고 장성한 손주들도 있습니다. 명절 때 만나거나 연락하고 있긴 하지만 코로나가 시작되고 자주 못보는 것이 아쉽습니다. 그래도 아직 영향을 받은 가족이 없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죠.”

이 씨는 올해의 목표를 수지타산이 맞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빌딩 건물의 자투리 땅을 빌려 구두수선방을 운영하는 이 씨는 매월 10만~ 12만원의 월세를 내고 있습니다. 건물주의 배려로 월세가 오른 적은 없지만 여전히 살기 팍팍하기만 합니다.

“코로나 이전엔 하루에 일당 7만원에서 10만원은 벌었는데 작년 3월 즈음부터 매출이 뚝 떨어지더니 하루 1만원, 2만원 벌기가 어렵습니다. 그것마저도 공실인 날이 일주일에 이틀은 됩니다. 사실상 용돈벌이밖에 안되는 거죠.”

구두수선업은 팬데믹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이전부터 운동화가 더 선호되는 환경과 구두 대여점의 확대, 수리대신 새로 사는 소비습관 등으로 쇠퇴하고 있는 사양 산업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수의 종사자가 전국적으로 남아있는 가운데 팬데믹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구두수선업을 위해 대부료를 50% 할인하고 납부도 유예하는 등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 씨는 관련 지원금을 받지는 못했지만, 받을 기회가 있다면 꼭 받고 싶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또 저물어가는 구두수선업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팬데믹 이후 동종업자들이 다시금 열심히 일하면서 먹고 살 수 있을 거라고 희망했습니다.

“언젠가 코로나가 풀리기는 하겠지요. 하지만 우리(구두수선업 종사자)는 그 때 되서도 다시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나야 나이가 오래 들어서 미련은 없지만 근처 젊은 사람들은 걱정이에요.”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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