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기대는 무너졌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코로나가 끝날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은 막연해졌으며 ‘위드 코로나’와의 공존도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어느덧 코로나 팬데믹이 불러온 소비경제의 위기도 해를 넘기며 3년 차를 눈앞에 두고 있다.

억눌렸던 ‘보복 소비’가 시장을 뒷받침한다고 해도 대선을 포함한 국내외 경제적 불확실성이 새해에도 우리 사회 전반을 짓누를 것으로 보인다. 누구라도 예측 가능한 전망을 기업이라고 모를까. 아마도 더 철저한 준비로 2022년을 준비하고 있을게다. 코로나가 바꾼 비대면 소비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기업의 사전 작업은 연말 대대적으로 펼쳐졌다.

대기업들은 파격적 조직 개편이라는 이름 아래 새 사업의 방향타를 쥘 인물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에 들어가 수혈작업을 마무리했다. 새 먹거리에 대한 로드맵도 속속 공표했다. ESG(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 온라인 플랫폼, 메타버스, NFT(non-fungible token), MZ세대를 포용해야 한다는 기업의 거대한 명제는 인사 부문에서 더욱 드러났다. ‘세대교체’·‘친정체제’·‘MZ세대 등용’·‘4050 전진배치’ 등 연일 파격에 파격을 더하는 인사발령이 터져나왔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은 구체제의 단계적 퇴진과 새 오너의 친정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세대교체로 관심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SK의 고위급 인사이동도 같은 맥락으로 조명을 받았다. 40대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LG는 신규 임원의 62%를 40대로 교체했으며 SK하이닉스에선 첫 40대 사장이 나왔다. 마치 과거 정치권의 40대 기수론이 새롭게 부활한 듯하다.

롯데의 진통이 가장 컸다. 순혈주의를 과감히 포기하고 경쟁사의 임원까지 불러들였다. 오프라인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코로나 난국에 뒤늦게 온라인으로의 공략에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주요 기업들은 모두 신성장동력을 통해 미래 먹거리 선점에 사활을 거는 강력한 혁신 의지를 표출했다. 

국내 대기업의 조직 개편은 소비자경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기업의 사업방향은 제조 상품의 프로세스를 결정하고, 유통의 체제를 바꿀 뿐 아니라 결국 소비자의 생활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주객이 전도되고 있다. 소비자를 위한, 소비자에 의한 경영혁신이 아니면 외면받기 때문이다.

그 물결을 따르지 않는 기업은 그에 따른 리스크를 안아야 했다. 안일한 조직 개편과 오너의 일방적 경영방식은 남양유업 ‘오너 리스크’ 사태처럼 소비자들의 원성과 보이콧을 스스로 자아내는 기폭제가 됐다. 최근 도덕성에서 불거진 오너 리스크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타이어그룹의 회장이 스스로 임원인사를 통해 그룹 수장에 오른 것은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는 국내 기업 지배구조의 무질서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

리스크가 넘치는 한해였다. 소비자도 시장도 기업도. 전 세계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해 지금도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에서 시작된 국내 원자재 취약물자의 민낯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대한민국의 수입 유통망의 나약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조직의 변화는 수많은 변수가 도사린 시장 위기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뤄진다. 성패의 여부는 리스크 관리 능력에서 빛을 발하고 미래 먹거리도 그 지점에서 싹을 틔운다.

그러나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리스크를 관리하고 이익으로 연결하는 데까지 기업과 조직을 지탱하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에 대한 원칙적 고찰이 간과되면 안된다. 그것은 바로 소비자다. ‘미래 먹거리’라는 화두를 잡기 위해 첨단용어들이 화려하게 청사진의 전면을 수놓고 있지만 과거와 현재, 미래 그 ‘시간의 화살’ 어디에서도 소비자를 잡지 않으면 기업은 먹거리를 손에 쥘 수 없다. 새해에도 이어질 리스크를 견디는 힘도 결국 소비자에게 달렸다.

임인년 새해, 모든 기업과 시장의 미래에 대한 준비와 행동에  있어서 소비자에 대한 진정성이 깃들기를 희망한다. 특히 소비자의 심판이 무력한 시장에서 리스크 경제가 소비자의 직접행동과 합리적 소비를 다시 한번 강화시키는 ‘기회 요인’이 되기를 바라며, 소비자의 역할에 힘을 불어넣고 위상을 드높이는 매개체로서 ‘소비자경제’가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