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아이폰 고의성능저하 증거자료·피해자 진술 모두 배척
같은 사건 프랑스·이탈리아 ‘벌금·과징금’, 미국·칠레 ‘손해배상’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재차 고발 예정”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아이폰 고의성능 저하 항고심에서 애플사에 면죄부를 줌으로써 국내 소비자의 피해가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소비자 시민단체가 애플사를 다시 고발할 예정이어서 파장이 예고된다.

23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는 검찰이 지난 3일 아이폰 고의성능 저하 항고심에서도 애플사에 면죄부를 주는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에 항의, 애플사가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조치에 나서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할 것을 선언했다.

소비자주권에 따르면, 지난 10월 검찰은 애플사의 구형 아이폰 6~7시리즈에 대한 고의 성능저하 의혹에 대해 재수사를 마무리하고 처분 수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주권이 2018년 1월11일 고발장 제출 이후 재항고를 거쳐 4년이 되어가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12월3일 애플사에 대해 불구속기소 처분을 내렸다. 소비자주권은 이번 검찰의 결정은 국내 애플 소비자를 무시하고 기만한 처사일 뿐만 아니라 향후 피해를 더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 측은 “애플은 아이폰 6~7시리즈 성능저하와 관련해 CEO 등이 3회에 걸쳐 사과했고 이미 다른 5개국에서는 동일 사건으로 과징금·벌과금·합의금 등의 처분을 받았다”면서 “애플사가 직·간접적으로 자신들의 과오를 시인했음에도 국내 소비자만 부당한 권리침해에 대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소비자 보호의 최후의 보루인 검찰은 마땅히 타국 소비자들과 동등한 처분 결과를 내놓고 피해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소비자주권시민회의]
[자료=소비자주권시민회의]

기초적인 정밀검사조차 안해

소비자주권은 검찰이 아이폰 피해자들의 진술과 증거자료를 모두 배척하고, 수사의 가장 기초적인 해당 아이폰의 정밀검사도 실시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소비자주권은 검찰이 국내 20명 이상의 아이폰 피해자들의 진술과 손해배상 소송 중인 6만 4679명(소비자주권시민회의 509명+ 법무법인 한누리 6만 3767명 + 법무법인 휘명 403명)의 아이폰 피해자들의 진술을 모두 무시하고 오히려 애플사의 손을 들어준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문제가 된 아이폰 6~7시리즈를 제출했지만 수사의 기초인 정밀검사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언론의 전문기사, 전문가 조언 등은 물론 국내 언론사에서 실시한 아이폰 정밀검사와 미국의 연구소에서 실시한 정밀검사 자료도 외면했다.

심지어 검찰은 애플사가 인정한 사실조차 외면했다. 애플사는 아이폰 성능저하와 관련해 ▲아이폰을 판매하면서 잔량이 적거나 추운 곳에 있을 경우, 전력공급에 차질을 빚어 예기치 않게 기기가 꺼질 수 있다는 내용을 은폐하고 판매한 것 ▲업데이트하면서 기기의 각종 기능이 저하된다는 사실을 은폐한 체 업데이트를 하도록 한 것 ▲업데이트 이후 기능이 저하되지 않는 이전 버전으로 되돌릴 수 없도록 한 것 ▲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새로운 기기로 교체토록 유도한 것 등에 대해 시인했다.

이어 애플사와 CEO 팀쿡은 아이폰 6~7시리즈의 성능저하와 관련해 2017년 12월 20일 공식성명을 발표했고, 2017년 12월 28일 사용자들에게 공지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공식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어 2018년 1월 17일에는 미국 ABC 방송에 출연해 직접 사과까지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사과조차 없었다. 

특히 검찰은 국내 피해자들과 동일기종, 같은 운영체제(iOS)를 사용하며 발생한 문제로 세계 각국에서 과징금, 벌금, 합의금 등을 받은 소송 결과도 전혀 참고하지 않았다.

[자료=소비자주권시민회의]
[자료=소비자주권시민회의]

“애플사 적절한 보상조치에 나서라”

소비자주권은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굴하지 않고 재차 고발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주권 박순장 소비자감시팀장은 “애플사에 면죄부를 준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지탄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이미 애플사로부터 가격, 서비스, 프로그램 제공, 출시 시기 등에서 차별을 받아 왔다”면서 “이번 검찰의 결정으로 앞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무시하고 홀대해왔던 애플사의 부당하고 불법적인 행위가 만연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 측은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해서는 안된다”면서 “향후 정보통신망법 제48조(정보통신망 침해행위 등의 금지) 위반 혐의로 애플사를 다시 고발해 다른 나라에서 손해배상 합의를 했던 것처럼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조치에 나서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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