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최종 확정했다. 2050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기 위한 2개의 시나리오를 마련해 추진하고,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해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파리협정에서 약속한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의 「1.5℃ 특별보고서」에서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막기 위해 권고했던 목표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로 이상기후가 발생하는 등 지구촌이 심각한 기후위기와 생존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2010년 대비 45% 감축, 2018년 대비 50% 이상 감축은 최소한의 마지노선으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전면 재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문제는 또 있다. 2030년 NDC의 40% 감축 목표에는 시멘트 산업도 포함돼 있다. 에너지 절감 2%, 폐합성수지(폐플라스틱 등) 활용을 통한 연료 전환, 석회석 대체원료 및 혼합재 사용을 통한 원료 전환에 나선다. 2018년 온실가스 34.1백만톤 배출에서 2030년에는 30.0백만톤으로 12%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허술한 환경규제기준을 방치한 채 시멘트 소성로에서 폐플라스틱 등의 사용량만 늘리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시멘트 산업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굴뚝 산업이다. 그럼에도 환경오염시설 통합관리 대상업종에서 제외돼 있다.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시멘트 소성로의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도 사실상 270ppm으로, 폐기물 소각처리시설(70ppm)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2015년 이후 설치되는 소성로의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이 80ppm으로 강화됐으나, 2015년 이후 만들어진 소성로는 한 곳도 없다.

그렇다고 시멘트 업계가 자발적으로 환경개선에 나서는 것도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조차 거부하는 시멘트 기업들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질소산화물(NOx) 저감장치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선택적 촉매 환원) 설치를 위해 1100억 원이 넘는 돈을 환경부로부터 지원받았지만, 정작 SCR 설비를 설치한 업체가 단 1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질소산화물 제거 효율이 90%인 SCR이 아닌 30~70%밖에 되지 않는 SNCR(Selective Non-Catalytic Reduction, 선택적 비촉매 환원설비)를 짓는 데 사용됐다.

시멘트 업체들이 폐기물을 처리한다는 얄팍한 명분으로 막대한 이익만 챙기고, 특혜를 누리면서도 미세먼지 저감에 소극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시멘트 업체들이 현재 가동 중인 시멘트 소성로 37기에 SCR을 설치할 경우, 5년간 1조1394억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과징금은 3169억원에 불과하다.

시멘트 산업에만 적용되는 ‘특혜’에 가까운 기준들을 바꾸지 않고, 기후대응·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것은 자칫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될 수 있다.

환경부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시멘트 산업을 환경오염시설 통합관리 대상업종에 포함하겠다는 계획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 '미세먼지·산성비 원인'의 원인인 질소산화물의 배출기준도 시멘트 소성로의 설치 시점이 아니라 개보수 시점이나 법률 시행일로 바꿔야 한다. 하루 100톤 이상 폐기물을 처리할 경우 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적용되는 소각시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시멘트 산업의 환경경영향평가 대상 지정에도 조속히 나서야 한다.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한 SCR 융자금도 바로 환수해야 한다. 환경위기와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를 보여 주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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