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부착된 대출 광고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부착된 대출 광고 [사진=연합뉴스]

30대에는 전세대출로 간간히 버티고 40대 전후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사는 게 목표였는데 정부에서 희망의 다리를 박살내 버렸다.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25차례에 걸쳐 발표된 부동산 정책은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국 완패하고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해치는 수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아니 현재도 진행 중이다. 

NH농협은행발 대출중단 공포가 시장에 점차 확산되고 있다. 19일 NH농협은행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맞추라는 압박이 거세지자 8월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신규 부동산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키로 했다. 이번 시중은행의 대출중단 조치도 가계대출 급증의 근본적 문제 해결은 못하고 실수요자만 고통 주는 ‘땜질식’ 처방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정책의 근본적 문제는 주택공급 문제는 등한시한 채 규제에만 열을 올린 것이 패착이라 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05조 9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1조 2000억원 늘었다. 가계신용은 각종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을 합친 통계다. 가계부채를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가계신용이 18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문제는 투기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대출규제가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면서 당장 자금이 필요한 서민들의 발등까지 찍는 결과를 낳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연봉 수준까지만 신용대출을 내주라고 은행들에 주문하면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2030세대는 당장 대출길이 막힐 처지다. 이에 당국이 남은 사다리마저 걷어차 버렸다며 불만이 터져나온다. 부동산 시장 진입이 막히자 신용대출로 자산가격 상승에서 소외되지 않으려 했던 것인데 이를 막아버렸다는 것이다.

주택 수요자 측면에서도 격차가 벌어지는 모습이다. 금리 인상과 대출 억제는 주택 실수요자의 자산 취득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서울 전 지역 25평형 집값이 평균 9억원이 넘을 정도로 집값이 오른 상태에서는 더욱 그렇다. 서울 강남에 3.3㎡당 1억원이 넘는 오피스텔이 불티나게 팔리는 현실과는 대조적이다. 주택 공급자들 뿐만 아니라 수요자들 간의 격차도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이어서 씁쓸한 상황만 보여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금융당국은 2030 부채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며 책임을 돌리고 있다. 주식, 암포화폐 등 위험도가 높은 투자를 한데다 영끌대출을 통한 빚투로 부동산 구매에 나서면서 가계부채 총량을 크게 키웠다는 것이다. 

2030세대를 가계부채를 키운 주범으로 보기엔 정부와 금융당국의 책임이 크고 초조한 국민들의 돈줄만 조인다고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까? 대출을 일시에 중단시키는 거친 방식보다는 부드럽고 세밀한 보완책이 서둘러 필요한 시점이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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