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4일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면서 우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5월4일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면서 우는 모습. 연합뉴스

남양유업의 대국민사과는 거짓이었나. 모든 경영진은 일선에서 물러나고 경영권을 매각하겠다며 눈물로 호소한 홍원식 회장의 약속은 결국 대국민쇼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

홍원식 회장은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하고 주식 매각을 진행하려 했던 주주총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와의 M&A(인수합병)를 진행하려 했던 7월30일, 노쇼(예약 미이행)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홍원식 회장과 회장 모친 지송죽 이사, 장남인 홍진석 이사는 여전히 등기부등본상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의 계약 파행이 이어질 경우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이행 청구소송은 물론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서류상 계약 내용 미이행에 대한 이유를 물어 책임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대리점 갑질에 이어 가족의 마약사건, 경쟁사 비방댓글, 불가리스 코로나 억제 사태까지…네거티브 마케팅의 결정체를 보여준 남양유업의 파행은 끝나지 않은걸까? 식품업계를 넘어 M&A업계에서도 애물단지가 된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홍 회장이 ‘왜 주식을 매각하는 날 나타나지 않았냐’를 두고 후문이 무성하다.

남양유업은 최대주주인 홍원식 회장을 비롯 모친과 아들이 남양유업 보유주식 전부를 한앤컴퍼니에 양도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양도 대상은 남양유업 주식 37만 8938주로 계약금액은 3107억 2916만원이다. 대금 지급 마감일은 8월31일이었다.

57년간 일궈온,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던 기업을 3000억원이라는 헐값에 팔려고 하니 억울했던 것일까? 이제 남양유업에 쏟아졌던 비난 여론도 잠잠해지고 불가리스 사태도 세종시의 과징금 부과로 일단락됐으니 다른 맘이 생길 만도 하다. 게다가 남양유업 제품은 여전히 잘 팔리고 있고 매각 소식에 주가도 2배 이상 올라갔다.

일개 기업 하나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슬그머니 잇속을 챙기는 게 죄가 되지는 않을게다.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면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약속에 충실하고 잘못을 뉘우치며 개과천선하는 기업의 모습을 보고 싶다. 구시대적 오너경영으로 너덜해진 남양유업이 새로운 기업으로 재탄생하는 ‘혁신적인 변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남양유업은 대국민사과를 한 기업으로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선례’를 남기기 바란다. 남양유업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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