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 평생 오래 다닐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의 말이다. 카카오페이는 2014년 카카오 간편결제 서비스로 출발해 2017년 분사한 핀테크 업체다. 류 대표는 최근 신문 인터뷰에서 “각자 자신의 커리어에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회사 생활의 의미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전통적 가치인 근속이나 충성심보다 ‘합리적 선택’을 권하고 있다. ‘우리를 거치면 당신이 성장한다. 있을 때만이라도 잘해 달라’라는 메시지다.

채용시장이 역동적인 힘의 씨름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채용자(회사)와 취준생이 겨루는 일종의 씨름장이다. 과거에는 회사가 일방적 주도적으로 게임을 이끌어 갔지만, 이제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먼저, 회사 규모가 커지다 보면 내가 원하는 인재가 모여드는 것이 아니라 연봉이나 경력을 통해 자기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회사가 그들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회사를 선택하는 구조다. 이때 회사는 수동적 편의성에 의해서 가까이 눈에 띄고 지원 적극성을 띠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된다. 사람들은 이것을 열정이라 부른다. 실상 그들의 열정은 회사에 대한 열정이라기보다는 그 자신의 생존에 대한 본능적 열정일 가능성이 더 크다. 언뜻 보기에는 회사 의지로 선택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엄밀하게 따져보면 몰려온 그들에게 회사가 선택당한 것이다. 이것은 주어진 선택이며 천수답 방식의 인재 영입이다. 비가 오면 물이 고이듯 회사가 번창하면 자연스레 인재가 모여들어 저절로 형성되는 일방적이고 소극적 인재 시장이다. 

회사가 이런 수동적인 천수답 채용방식에 익숙하다 보면 선택 폭이 한정되고 울타리를 까다롭게 만드는데 신경 쓰다 보니 엉뚱하게 담 높이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공기업, 대기업이 그렇다. 예컨대 전혀 영어가 필요 없는 직무인데도 토익 900점 이상을 뽑는 스펙 과다의 기형적 문턱이 생기는 것이다. 이때 조직구조(제도)는 고정되어 있고 들어오려는 입사자는 회사의 규칙에 잘 순응하려는 자들뿐이니, 후일 조직의 문제점이나 붕괴위험에도 감히 조언이나 신호를 줄 인물이 있을 턱이 없다. 오히려 붕괴상황조차도 해결보다는 순응하려는 인물들이다. 싹수부터 노랗다는 뜻이다.  

비가 와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천수답 방식으로는 미래 인재를 구할 수 없다. 대척점의 취준생 또한  선호하는 회사 순위가 많이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을 선호했지만, 이제 (특히 IT분야) 취준생들에게는 '네카라쿠배'다. 네이버, 카카오, 라인플러스, 쿠팡, 배달의민족 등 5개 기업이다. 회사가 이런 원천적인 매칭의 오류를 방지하고 참신한 인물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서는 회사 스스로 적극적이어야 한다. 입사하려는 취준생을 기다릴 게 아니라 회사에 눈길 없는,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인재에게 눈길을 돌려 사람을 구해야 한다. 

천수답 방식의 채용을 보완하기 위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의 인재 채용 경쟁이 치열하다. 전통적인 인사의 룰도 깨지고 있다. 예컨대, 흔히 MI5라는 약칭으로 영화 007시리즈를 통해 잘 알려진 영국의 정보청 보안부는 최근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벌써 11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기 채널이 되었다. 단순히 ‘좋아요’를 많이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채용 때문이다. MI5는 과거와 같은 채용 방법으로는 다양한 인재를 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인스타그램에 모인 젊은 층에 재미를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CIA도 수년 전부터 인스타그램에 모집 공고를 올려왔다.

이는 젊은 세대 인재를 발굴해야 하는 조직들이 더 이상 이력서를 앉아서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홍보 마케팅도 고객들이 주로 머무는 매체에 타깃 광고하는 것처럼 인재 채용도 원하는 인재가 모여 있는 곳에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관심을 얻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작용하고 있다. 채용시장의 판이 점차 MZ세대 취향에 맞춰 바뀌고 있다. 

최송목 CEO PI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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