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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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참사에서 불법 재하도급 정황이 포착됐다. 재하도급 가능성을 부인했던 HDC현대산업개발의 해명과 달리 건설업계 오랜 악습인 불법하도급, 현장관리 소홀이 대참사를 빚은 것으로 풀이된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한솔기업, 다원이앤씨에 1차 하청을 주었는데 하청을 받은 한솔기업 등이 백솔건설에 재하도급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건물 해체를 맡아야할 회사는 한솔기업인데 실제 작업은 백솔건설이 맡았다. 현재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하청업체가 재하도급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 광주 재개발 붕괴 사고처럼 하도급을 받은 업체가 수수료만 챙긴 뒤 재하도급을 주는 관행으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단계 하도급으로 공사 단가가 계속 낮아지면 실제 작업시 필요한 인력을 축소하거나 안전관리 비용을 축소시키는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난다. 실제로 이번 석면 철거 공사는 HDC현대산업개발에서 다원이앤씨, 다원이앤씨에서 백솔건설로 다단계 하청이 이뤄지면서 3.3㎡당 28만원이던 철거 공사비는 4만원까지 축소됐다고 알려졌다.

재하도급이 이뤄지면서 공사 관리도 부실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한솔기업이 제출한 철거계획서상 5층부터 하향식으로 해체를 진행해야하는데 백솔건설은 이를 어기고 1~2층부터 허물었다. 굴삭기가건물 내부에 진입해 중간부터 해체 작업을 진행했는데 과도한 살수 작업, 흙·폐자재더미 등에 무게가 실리며 붕괴로 이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광주 붕괴사고를 기점으로 현장에 만연한 재도급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처벌 수위를 더 높여야한다는목소리가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불법하도급 근절을 위해 각종 방안을 내놓았으나 사고 예방은 커녕 제 역할조차 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현장과 같은 소규모 현장에서는 마땅히 배치돼야 할 인력이 부재하고 서류상 책임자와 실제 관리자가 다르거나 아예 책임자가 없는 경우도 많다. 원 업체가 면허를 불법대여해 전혀 다른 회사에서 철거하는 사례 역시 종종 발생한다. 이번 사건에서 재하도급 의혹이 불거지고 원청의 해명에도 의심의 눈초리가 여전한 것도 이런 일들이 업계에 만연해서다. 업체들의 고의·과실, 법망의 허술함 등으로 인해 잊을만 하면 인재가 터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1군 건설사들은 등록 협력업체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 협력업체들이 비용 등의 이유로 지방 공사현장에서 실제로 일을 하지 않고 다시 지역업체에 재하도급을 주는 것이 관행처럼 행해져 왔다는 점이다. 하청업체는 경쟁 속 동방의 인력 용역을 따내기 위해 파견 노동자의 인건비를 최소로 책정했다. 

정부 여당은 광주 재개발 건물 붕괴 참사 이후 관련 책임자들을 모두 처벌할 수 있는 건설안전특별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인명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시공사, 발주처, 설계, 감리 등 공사 참여자 전반에 형사 책임을 묻는 법안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재 사건 중심으로 시공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골자라면 특별법은 인명사고와 연관된 모두가 처벌 대상이 된다. 

특별법이 조금만 빨리 시행됐더라면 어땠을까? 아마 이번 광주 재개발 현장에서도 HDC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한 공사 관계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었을 것이다. 빠른 법 제정을 통해 불법재하도급 근절은 물론 건설사들의 안전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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