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삭기 작업 중 안전 관리 미흡으로 붕괴한 것으로 추정…원인 규명 중
HDC현대산업개발 “일어나선 안될 사고…뭐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죄송”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9일 오후 붕괴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연합뉴스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9일 오후 붕괴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연합뉴스

철거 공사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방향으로 무너지면서 콘크리트 잔해 더미 등이 시내버스를 덮쳐 탑승객들이 매몰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광주시소방본부는 9일 오후 4시 22분 광주 동구 학동에서 재개발로 철거 공사 중인 높이 18.75m, 연면적 1592m²의 5층 상가 건물이 도로 방향으로 무너져 정차중이던 운림54번 시내버스 1대가 잔해에 파묻혔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17명 가운데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어 전남대병원과 광주기독병원, 조선대병원, 동아병원 등으로 이송되어 치료중이다. 광주시소방본부는 오후 4시 40분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광주·전남에서 소방관 등 220명과 장비 64대를 투입해 수색작업을 벌이는 한편 학동에서 화순 방면 도로 운행을 전면 통제했다.

사망자 가운데에는 갓 고등학교에 입학한 남자 고등학생도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사망자는 10대 남성 1명, 30대 여성 1명, 40대 여성 1명, 60대 여성 4명, 60대 남성 1명, 70대 여성 1명이다.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한 주민은 평소에도 사고 현장에서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면서 “철거 공사를 한다는데 보기에도 너무 허술했다. 저러다 무너지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철거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건물이 무너진 것을 보면 건물의 주요 부분을 건드린 것 아닌가 싶다”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광주경찰청은 사고 원인에 대해 상가 건물 철거 작업 중 안전 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외벽과 함께 공사현장을 둘러싼 비계(공사를 위한 가설물)가 무너지면서 버스를 덮친 것으로 보고 철거작업 시행사인 한솔기업과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 목격자를 불러 조사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권순호 대표이사는 10일 새벽 사고현장을 방문해 브리핑을 갖고 “일어나선 안될 사고가 일어났고 아직도 떨리는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에게 뭐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죄송하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해당 건물은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구역(사업 면적 12만 6433m²)의 마지막 철거 대상이었다. 사고 이틀 전부터 굴착기를 이용한 철거가 진행됐던 해당 건물은 사고 당시 5층 건물 맨 위에 굴착기를 올려 건물 안쪽부터 바깥 방향으로 건물 구조물을 조금씩 부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철거 작업에 참여한 인원은 작업자 2명과 신호수 2명으로 건물 내부에는 작업자가 없었다. 이들은 작업 중 뚝하고 부러지는 소리가 나 급히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근처에 있던 승용차의 블랙박스 영상. 사진=보배드림
사고 당시 근처에 있던 승용차의 블랙박스 영상. 사진=보배드림
사고 당시가 찍힌 영상. 사진=보배드림
사고 당시가 찍힌 영상. 사진=보배드림

사고 당시 순간은 현장을 비추던 폐쇄회로 카메라(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건물 잔해는 30m 폭의 왕복 7차선 도로 전체를 뒤덮었으며 맞은편 버스 정류장의 유리가 파손될 정도의 큰 충격이 발생했다. 사고를 당한 시내 버스 주위의 시민 3명은 급히 사고 현장을 벗어났으며 근처를 지나던 승용차 3대는 사고 순간 급정거해 화를 면했다. 일부 운전자는 사고 후에도 차량을 후진해 현장에서 멀리 떨어지려고 하는 모습도 보였다.  

사고를 당한 운림54번 시내버스를 운행하던 대창운수는 “현재 운전사는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차량 내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광주시소방본부도 “철거 중에 건물이 붕괴했다는 것 외에는 현재로서는 원인을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합동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광주경찰청과 광주시소방본부는 10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소방당국은 9일 오후 8시 30분경 시신을 수습한 뒤 사고차량을 잔해 밖으로 끌어냈다. 사진=보배드림 
소방당국은 9일 오후 8시 30분경 시신을 수습한 뒤 사고차량을 잔해 밖으로 끌어냈다. 사진=보배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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