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연합뉴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오○○씨는 요즘 치맥을 즐기며 야구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오씨는 “코로나19로 친구들과 만나 술마시기도 여의치 않아 간단히 홈술을 즐기는게 낙이다. 편의점 매대에 가득한 맥주를 바꿔마시는 것도 또다른 재미다”라고 말했다. 오씨는 특히 “예전엔 수입맥주를 주로 먹었는데 요즘엔 곰표 밀맥주, 금성맥주, 생활맥주, 제주맥주 등 수제맥주에 호기심이 더 간다. 최근에 자주 먹었던 곰표 밀맥주가 완판돼 2주일 후에나 나온다고 해서 너무 아쉬웠다”고 말했다.

주세법 개정으로 수제맥주 날개 달아

바야흐로 수제맥주 전성기가 도래했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1180억원으로 전년대비 47.5% 신장했으며 2023년에는 시장 규모가 3700억원으로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류업계는 지난해 개정된 주세법과 코로나 영향으로 홈술이 늘어난 것이 수제맥주 급성장의 주요인이라고 설명한다. 주세법 개정으로 맥주에 세금을 부가하는 기준이 가격(종가세)에서 용량(종량세)로 바뀌면서 수제맥주의 출고가격이 전보다 인하됐다. 개정 이전에는 소형 양조장에서 제조된 수제맥주는 대기업에서 대량생산되는 맥주보다 가격이 비싸 경쟁력이 떨어졌다. 그러나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수제맥주 생산이 용이해진 것이다.

또한 영세한 수제맥주업체를 위해 주류 위탁제조(OEM)가 가능하도록 개정됐다.

이에 따라 국내 수제맥주업체의 매출이 급증하고 수출에서도 획기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롯데칠성음료를 비롯해 오비맥주 등 대기업도 수제맥주 대열에 승선해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교촌에프앤비와 제너시스 비비큐도 수제맥주시장에  진출, 치맥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편의점을 비롯한 유통업계는 수제맥주와의 콜라보를 통해 ‘완판’이라는 기록을 내고 있다.

맥주시장의 성수기인 여름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수제맥주의 불꽃 경쟁이 후끈하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수제맥주. 사진=생활맥주 

국내업체 해외 진출에 코스닥 상장까지

국내 1세대 수제맥주 기업인 카브루는 2015년 진주햄에 인수된 이후 꾸준히 영업력을 강화해 2019년부터는 홍콩·싱가포르·몽골·영국 등 여러 국가에 맥주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 1~2월 수출액은 전년 한 해 수출액의 약 2배를 달성했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제주맥주 또한 2019년부터 인도·대만·태국 등 동남아를 중심으로 맥주를 수출하고 있다. 제주맥주는 조만간 수출국을 10여 개 나라로 늘린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제주맥주는 또 2020년 약 320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2019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하며 ‘테슬라 요건(이익미실현 특례 상장)’을 충족, 오는 5월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생활맥주는 2014년 설립 당시부터 ‘맥주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 전국 각지 소규모 양조장의 수제맥주를 유통해 매장에서 판매해왔다. 현재 전국 2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생활맥주는 작년 말 ‘브루원 브루잉’을 인수,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1세대 수제맥주 양조장인 브루원을 밀맥주 전문 양조장으로 키워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롯데칠성음료도 충주 맥주 1공장을 활용해 수제맥주 OEM 생산에 뛰어들 예정이다. 공장시설 일부를 수제맥주사와 공유해 구제맥주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CU에서 판매되고 있는 곰표 밀맥주. 사진=BGF리테일
CU에서 판매되고 있는 곰표 밀맥주. 사진=BGF리테일

유통업계 수제맥주와 콜라보 ‘완판’ 진기록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으로 쾌재를 부르는 업계가 또 있다. 바로 편의점이다.

GS리테일, BGF리테일 등 유통업계는 곰표 맥주, 쥬시후레쉬 맥주, 금성 맥주 등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맥주를 내놓으며 물살을 탔다. ‘유미의 세포들’, ‘호랑이형님’ 등 웹툰 협업 맥주도 출시하며 새롭고 독특한 것에 주목하는 MZ세대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GS리테일은 카브루, 제주맥주 등의 맥주 수출의 사업성이 증명됨에 따라 직접 맥주 수출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향후 사업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류 제조사를 인수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BGF리테일은 판매중인 ‘곰표 밀맥주’가 연일 매출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BGF리테일 CU는 국내 첫 수제맥주 위탁생산으로 물량을 지난해보다 15배나 늘렸음에도 생산량이 판매량을 못 쫓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곰표 밀맥주는 이번 주까지 CU에 입고되고 당분간 품절상황에 들어가 이달 말쯤 판매 재개가 이뤄질 예정이다.

곰표 밀맥주의 제조사 세븐브로이는 올해부터 주류 제조 면허를 가진 제조사가 다른 제조업체의 시설을 이용한 주류 위탁생산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롯데칠성음료에 위탁생산을 맡겼다.

치킨업계 ‘치킨과 어울리는 수제맥주’ 개발 나서

BBQ 자사앱에서 진행중인  ‘수제맥주 프로모션’
BBQ 자사앱에서 진행중인 ‘수제맥주 프로모션’

교촌에프엔비, 제너시스BBQ 등 대형 치킨업계도 치열한 파이 다툼 속 브랜드 차별성 구축을 위해 ‘치킨에 잘 어울리는 수제맥주’ 개발에 힘쓰고 있다.

제너시스BBQ는 BBQ앱에서 전 메뉴 주문 시 BBQ 수제맥주 4캔을 1만원에 만나볼 수 있는 ‘수제맥주 프로모션’을 이달말까지 진행한다. 이번 프로모션 이용 시 치킨과 찰떡궁합인 BBQ의 수제맥주 6종(GPA, IPA, 바이젠, 둔켈, 헬레스, 필스너) 중 랜덤 4캔을 부담없는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BBQ는 지난해부터 마이크로브루어리코리아㈜와 손잡고 1년여 연구 끝에 총 6종의 ‘비비큐 비어(BBQ Beer)’를 선보였다. 현재 경기도 이천에 자체 양조공장을 건설중인 BBQ는 향후 수제맥주 자체 생산을 통해 치맥 시장 공략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교촌에프앤비는 LF그룹 자회사인 ‘인덜지’의 문베어브루잉 사업부 인수를 추진 중이다. 현재 일부 매장에서 문베어브루잉 수제맥주 제품을 시범 판매하고 있으며,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인수해 교촌만의 수제맥주 브랜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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