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회장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경영승계 일축
가족 마약·갑질로 두 차례 사과문…존폐 기로서 이번엔 직접 나서
이광범 대표는 사임·장남 홍진성 상무 회삿돈 유용 의혹으로 해임
​​​​​​​“혁신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갈 우리 직원을 다시 믿어달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리점 갑질, 가족 마약, 경쟁사 비방댓글, 불가리스 코로나 억제 사태까지…. 오욕의 경영으로 악명이 높은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결국 사퇴했다. 

홍원식 회장이 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국민사과했다. 홍 회장은 “불가리스 사태를 비롯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면서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며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이광범 대표이사도 불가리스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난 상태다. 홍원식 회장 장남인 홍진성 상무도 회삿돈 유용 의혹을 받아 해임됐다. 홍 회장까지 사퇴하면서 경영진이 모두 일선에서 물러난 셈이다.

남양유업은 8년 전 대리점 갑질 사건부터 여론의 질타를 받았는데 불가리스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어설픈 홍보로 비난을 자초했다. 그동안 제대로된 해명과 사과 없이 악재에 악재를 거듭해오다 결국 ‘불가리스 사태’로 최대 위기를 맞은 셈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이 세종시의 세종공장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어서 ‘진정한 사과’인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홍 회장은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 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울먹였다. 홍 회장은 “2013년 회사의 물량 밀어내기 논란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갈 우리 직원을 다시 한번 믿어 주시고 성원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관계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들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관계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들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이 검증된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하자 불가리스 효과를 과장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주가도 하루만에 급락을 거듭하자 주가 조작이 의심된다는 여론에 밀려 증권거래소의 조사도 받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또다시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결국 경찰은 지난달 30일 남양유업의 본사 사무실과 세종연구소 등 6곳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세종시는 불가리스를 생산하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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