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를 결정하는 문제에 대해서 조직 밖의 사람들 특히 시민단체, 이론가 교수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친인척은 배제하고 공정한 경쟁을 거친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을 내세워라.” 그러나 반대로 오너들의 마음 또한 늘 한결같다. 어떻게든 내 핏줄, 그도 아니라면 최악의 경우 내 측근을 내세우고 싶다.

왜 그럴까?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강력한 충성심을 요구하는 마피아 조직에 입문하려면 그 첫 번째 조건이 핏줄이다. 그 이유를 잘 생각해 보면 오너들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회사의 존망은 우선순위로 보면 두 번째다. 돌아서는 당신을 향해 총을 겨눌 확률이 적은 자, 당신을 끝까지 보살펴 줄 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회사를 잘 보존 유지할 수 있는 자라면 더욱더 좋을 것이다. 만약에 그가 배신하더라도 약점도 잘 알고 있고 그의 친구, 친인척은 전부 잘 알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보다 훨씬 손보기가 쉽다는 뜻이다.

CEO라는 자리는 회사 조직의 최정상 권력 포지션이다. 따라서 정치 세계의 암투와는 비길 바가 못 되지만 당연히 그 자리를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오너 입장에서는 정상에 오르려는 자들의 욕망을 잘 다스려 끌어안으면서 조직의 안정을 도모하고 동시에 내가 원하는 인물을 그 자리에 무사히 앉히는 게 이상적인 후계자 구도다. 보통의 경우 현재 권력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기네들끼리 치열한 후계자 경쟁을 벌이곤 한다. 오너의 생각과 일치되게 선두경쟁이 성립되는 경우도 있고 전혀 다르게 전개될 수도 있다. 오너는 후계자를 지명하기 전에 크게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회사의 존속이다. 향후 수년 내 존폐가 위협될 상황에서 회사의 승계는 의미가 없다. 망할 회사를 물려주어 봤자다. 둘째는 더 발전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지금의 상태는 유지할 수 있는 수권 능력이 있어야 한다. 셋째는 나를 배신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자리를 이양받고 난 후에도 여전히 나를 존경하고 나의 철학을 이어갈 수 있는 자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토록 믿었던 자(자녀)가 자리를 물려받자마자 전임자의 업적과 철학을 전면 부정하고 나서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특히 여야가 교대하는 정치 세계에서 그랬다. 후임자의 변화 추구와 혁신은 가장 손쉬운 차별성과 인기 획득의 수단이지만, 전임자 입장에서는 배신행위로 비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특이한 사례지만 북한의 김정일, 김정은 권력 이양 과정을 보면 기업승계 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는 오랜 세월을 두고 지속해서 면밀하게 기획하고 공을 들여왔다는 점, 둘째는 미리 점지함으로써 조직원들이 예측할 수 있게 하면서 동시에 다른 경쟁자 형제의 잠재적인 반발을 미리 잠재웠다는 점, 셋째는 그런데도 일인자 사망 직전까지 그의 권력 볼륨에 큰 변화와 누수 없이 유지되었다는 점. 즉, 권력 분산의 오버래핑을 최소화했고 넷째, 후계자 지명 및 진행 과정에서 핵심 부하 조직들이 그 결정에 완벽하게 복종하도록 사전 제도화하고 철저히 준비 예정된 수순에 의거 조직 장악이 이루어지도록 기획되었다는 점이다.

오너가 물러나기로 하고 실행에 옮길 때는 다음 세 가지를 주의해야 한다. 첫째 승계 프로그램은 수년에 걸쳐 기획되고 서서히 실행돼야 한다. 둘째, 후계자의 영광과 권위에 대한 시기심이나 그의 젊음에 대한 질투심을 갖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셋째, 다소 답답하더라도 참을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경험 많고 정상에 서 있는 사장 입장에서 봤을 때 당연히 후계자는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여 모자람이 많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후계자가 더 많은 책임을 맡을 수 있도록 참을성 있게 지켜보면서 꼼꼼히 준비를 시켜 주는 배려심이 필요하다.

후계자 승계는 육상 계주를 이어가는 배턴터치(바른 영어 표현은 baton pass)의 프로세스와 같다. 오너 입장에서는 내려놓고 전달하는 것이지만, 후임자인 그는 나를 대신해 받아 짊어지는 것이다. 내가 내려놓는 만큼 그가 그 무게를 감당하는 것이니 그 무거움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수성의 노력만큼 후계도 그만큼의 전략과 인내가 필요하다.

따라서 후계 구도는 본인의 건강, 회사 재무 추이, 상속 세금, 조직구도, 예비후계자들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장기적 계획으로 진행해야 한다. 자칫 방치하거나 단순하게 생각하게 되면 어렵게 이룬 평생 업적은 물론이고 가족의 화목과 조직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순간에 잃게 될 것이다.

미래경영컨설팅 최송목 대표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