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홍수 소비자고발팀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홍수 소비자고발팀장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18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에 따르면 식육가공품 시장의 생산규모는 2015년 4조 3천억원에서 2018년 5조 6천억원으로 29% 증가했다. 이 중 2018년 햄류의 생산 규모는 1조 242억원, 소시지는 5,345억원, 베이컨류는 1,200억원에 달하며 총생산 액수는 1조 6,787억원에 달한다. 또한 유통공사의 ‘2020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 – 식육가공품’에 대한 소비자 트렌드 조사 및 분석 결과를 보면 2020년 상반기 소시지류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3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햄류는 30%, 베이컨은 16.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식육가공품의 꾸준한 증가세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식보다는 내식의 선호와 이에 대한 HMR 제품의 다양화, 1인 가구 및 캠핑 인구의 증가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식육가공품 시장의 성장과 함께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제품이 식품첨가물이다. 식품위생법상 식품첨가물이란 식품을 제조 가공 조리 또는 보존하는 과정에서 감미, 착색(색 변화), 표백 또는 산화 방지 등을 목적으로 식품에 사용되는 물질을 의미한다. 이 경우 기구, 용기, 포장을 살균, 소독하는 데에 사용되어 간접적으로 식품으로 옮아갈 수 있는 물질을 포함한다고 되어있다. 식품첨가물에는 인공적으로 만든 것도 있고 천연물질에서 추출한 첨가물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MSG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약 600여 개의 식품첨가물 종류가 있고, 이것을 30개 이상 용도별로 분류하고 있다. 2009년도에 나온 한국식품과학회 조사 보고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이 하루 섭취하는 식품첨가물의 종류가 70~80여 가지라고 하니 육가공품 산업이 몇 배로 커진 지금은 그 종류가 훨씬 많고 다양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2016년 기준 식품첨가물 품목 수를 보면 한국의 경우 식품첨가물 공전 기준 607개 품목이며, 일본은 식품첨가물 공정서 기준 821개 품목이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경우 FAO/WHO합동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 기준 993개 품목, 미국의 경우 21CFR 기준 1.611개 품목이다. 반면 유럽연합의 경우 Directive 기준 460개 품목이다. 식품첨가물 사용 목적을 보면 대체적으로 식품의 보존성과 식품의 풍미 및 외관 향상, 영양소 보충 및 강화와 다양한 식품의 제조 및 가공 및 식품의 품질 향상을 위해 사용하고 있지만 그 유해성에 대해서는 크게 알려져 있지 않다.

걱정되는 부분은 식육가공품 시장의 성장과 함께 인체에 유해한 식품첨가물 포함한 제품 시장 역시 확대된다는 사실이다. 2015년 10월 세계보건기구(WHO)산하 국제암연구소(IRAC)는 육가공식품을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는데, 특히 어린이와 성인들이 즐겨 먹는 햄·소시지 등에 첨가되어있는 아질산염의 발암물질 생성 위험 이슈는 큰 논란을 낳았다. WHO는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직장암에 걸릴 위험이 18%로 높아지고, 붉은 고기는 매일 100g을 먹으면 직장암에 걸릴 위험이 17%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세계암연구재단(World Cancer Research Fund)은 매주 붉은 고기 요리 섭취를 500g으로 제한할 것을 권했다. 특히 식품첨가물 중 아질산나트륨은 발색제, 보존료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대부분 햄이나 소시지 등 식용가공품에 빠지지 않고 첨가되는 첨가물이다. 하지만 육가공식품의 발암 논란 당시 식약처는 기준치 이하의 아질산염 첨가제품들을 섭취하는 소비자들의 일일 평균 섭취량은 인체에 위험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아질산나트륨 등 식품첨가물에 대한 식품업계의 태도 변화가 없는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식품첨가물 중 아질산나트륨과 코치닐 색소의 유해성에 대한 예를 간단히 들어보겠다. 소시지, 햄, 핫도그 등에 첨가되는 아질산나트륨의 경우 흔히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으나 아질산나트륨 그 자체로는 발암물질은 아니다. 발색제인 아질산나트륨이 생선이나 여러 가지 음식에 들어있는 아민류와 만나면 니트로사민(N-nitrosamines) 이라는 물질이 생성되는데 이 니트로사민이 발암물질이다. 가공육에 원재료 표시명에 비타민C를 볼 수 있는데 가공육에 비타민C를 첨가하는 이유가 항산화제인 이들 물질이 있는 조건에서는 니트로사민의 생성이 억제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코치닐 색소를 들 수 있다. 코치닐 색소는 천연색소로 선인장 벌레 또는 연지벌레라고 불리는 암컷에서 추출한 색소를 말한다. 이 코치닐 색소는 붉은색이나 연보라색을 내기 때문에 딸기우유, 젤리, 사탕, 육가공품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와 미국식품의약국에 의하면 코치닐 색소는 장염, 알러지, 비염, 천식 등을 유발하는 의심 물질로 규정 했으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하는 첨가물이다.

식품첨가물의 중복섭취(칵테일 효과)의 유해성에 대한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칵테일 효과는 단순히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2가 되는 문제가 아니다. 동시에 섭취 할 경우 화학적 독성이 훨씬 강해진다. 가령 어묵과 햄을 섞어 요리를 할 경우 어묵에 첨가된 소르빈산과 햄에 첨가된 아질산나트륨이 반응하여 돌연변이성 물질인 에틸니트릴산이라는 물질이 생겨난다. 드링크제의 경우 안식향산나트륨과 비타민C가 물과 함께 결합했을 경우 발암물질인 벤젠이 발생한다. 무서운 사실은 우리가 모르거나 알 수도 없는 이러한 종류의 칵테일 효과가 어떤 첨가물에서 발생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와 같이 햄, 소시지, 베이컨 등 식육가공품의 식품첨가물 현황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조사한 바로는 거의 극소수의 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이 인체에 유해한 식품첨가물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음이 충분히 확인되었다. 물론 일부 기업의 경우 이러한 유해한 첨가물을 대체 할 대체 첨가물 개발을 서두르고 있으며, 대체 첨가물을 통한 제품을 생산해서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보다 식품첨가물 제품 역사가 오래된 외국의 경우 역시 대체 첨가물을 개발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고 있다. 인체에 유해한 첨가물 대체제를 개발하기 전까지는 식육가공품을 생산하지 않겠다는 기업이 있을 정도다.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다. 다른 건 몰라도 식품 분야에서는 한국은 글로벌 스탠다드의 선두 주자가 되어야 한다. 식품첨가물의 범람은 싸고 간편한 것을 추구하는 소비자와 유통가 보존을 늘리고자 하는 생산자의 이해관계가 만들어 낸 공동 창작품이라는 말이 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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