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활동의 목적은 매출을 통한 수익 창출이다. 아이디어와 조직, 자본 등으로 기업활동 하는 과정에서 고용 창출이 되고 매출과 수익 규모에 따라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기업인들이 치르는 홍역 중 하나는 수단과 목적의 혼동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갑자기 매출 이익의 규모가 커져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한다거나 포털 사이트처럼 사회적 영향력이 큰 회사가 되었을 경우다.

흔히 매출과 수익에만 치중하다 보면 왜 돈을 버는지, 돈을 버는 목적을 상실하고 목표에 충실히 하는 기업인이 많다. 100억원, 1000억원, 1조원 달성, 코스닥 상장 등이다. 목표는 결코 목적을 충족시킬 수 없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좋은 가치와 목적을 위하여 좋은 방법으로 목표를 향해 달린다. 그러나 목표에만 집중하다 보면 많은 경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고 목표의 본질인 목적을 까먹고 방향성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돈 많은 부자를 부러워는 하지만, 존경하지는 않는다. 하루아침에 어떤 아이디어나 시류에 의해 큰 회사로 성장했다거나 복권 당첨으로 몇 백억 벼락부자가 되었다고 그를 존경하지 않는다. 요즈음 사람들은 돈을 축적하는 과정의 가치와 품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부자가 되는 과정의 이야기가 롤러코스터 같다거나 드라마틱할수록 사람들은 관심과 흥미를 느낀다. 나아가 애틋한 사연이나 선행이 덧붙여진다면 존경심이 싹트게 되는 것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0 한국 부자 보고서’(2020.10.28)에 의하면 부자’라고 불리려면 총자산 70억원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금융자산 10억 이상은 35만 4000명(총인구의 0.7%)이고 100억∼300억원(고자산가) 2만 4000명, 300억원 이상(초고자산가)은 6400명에 이른다고 한다.

100억원 이상 3만여명의 부자들이 있지만, 일부는 떳떳하게 부를 누리고 일부는 숨어서 몰래 누리고 있다. 사실 100억원 이하 보통 부자(자산가)들은 땅 투기던 부동산 갭 투자던 어떻게 벌고 어떻게 쓰던 사회적인 관심도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3만명 반열에 오른 진짜 부자들은 돈벌이 과정과 돈 쓸 계획에 대해 어느 정도 생각해두는 것도 필요하다. 이들에게는 사회적인 책임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 일반 서민들에게는 돈 버는 방법이 중요하지만, 진짜 부자에게는 돈 쓰는 방향이 중요하다. 한마디로 돈에 대한 개념 정리와 돈 철학이 요구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의미가 크다. 과거 김봉진, 김택진, 이해진, 김정주 등 많은 벤처 기업인들의 기부가 이어져 왔지만, 한국 기부 역사상 가장 큰 5조원이라는 돈의 규모나 재단설립이 아닌 개인재산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기업인의 기부는 꼭 존경받는다거나 주목받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그 부를 온전히 유지하는 방어적인 차원과 미래 기업가치 전환이라는 새로운 변신 측면에서도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거액을 사회에 기부하는 것은 기업인이 갖춰야 할 하나의 선택지이지 기업의 목적이나 기업인의 필수 덕목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의 사정에 따라 순수한 기부도 있고 홍보, 절세 차원의 기부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과 부러움은 현재 그가 가진 엄청난 돈의 크기가 아니라 미래에 놓이게 될 그 돈의 위치에 있다. 자식인지 이웃인지 국가인지 인류인지다. 그것이 부에 대한 존경심 수준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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