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주권시민회의 김삼수  정치소비자팀장
김삼수  정치소비자팀장

작년 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과 김용민 의원의 정치후원금 ‘앵벌이’ 논란이 있었다. 국회의원과 정당은 정치자금이 항상 부족하다고 한다. 의정활동을 하는 데, 정책 연구하는 데, 지역구를 관리하는 데, 정당 활동을 하는 데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당은 당비도 받고, 개인들이 선관위에 기탁한 기탁금도 받고, 국민혈세인 국고보조금도 900억원(2020년 기준) 넘게 나눠 받는다. 2017년부터는 정당후원회도 부활해 한해 50억원을 모금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은 수당(세비)과 의원 사무실 인력 운영비 등이 국고에서 지원되고, 2021년 국회의원 수당은 작년보다 0.6% 인상된 1억 5280만 원이나 된다. 이와 별도로 연간 1억 5000만원, 선거가 있는 경우 3억원까지 후원금을 모을 수도 있다.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깜깜이 정치자금 모금창구인 별도의 출판기념회도 개최할 수 있다.

정치권에는 이렇게나 많은 돈이 넘쳐나는데, 어디에서 어떻게 왜 부족한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제대로 얘기하지 않는다. 그저 돈만 부족하다고 한다. 유권자들도 돈이 없으면 정치를 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음성적·불법적으로 조성된 정치자금이 정치불신을 불러오는 사례도 숱하게 경험했다. 하지만 정치후원금을 부탁하기 전에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우선이다.

독소조항을 품고 있는 ‘정치자금법’ 제42조 개정이 시급하다. 현행 제도는 정치자금의 상시 공개를 막고 있다.(제2항) 선거비용 과목에 대해서만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3개월 동안 열람이 가능하고, 그 외 정치자금은 3개월의 열람기간 동안 지역 선관위를 찾아가야만 겨우 볼 수 있다. 정치자금 수입·지출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영수증 등 증빙서류 사본을 교부받을 수도 없다.(제3항) 의원들이 제각각 통일되지 않은 항목으로 작성한 수입·지출내역서만 어렵게 받더라도 데이터 활용이 어려운 이미지 파일로 제공되고, 관련 비용도 신청인에게 청구한다.(제3항) 정치자금 기부내역을 분석해 시민들에게 알려내는 활동도 금지하고 있다.(제5항)

공공기관은 물론, 세금·후원금 등을 받고 운영되는 단체(시민단체 등) 등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투명성을 강조하고, 정보화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왜 유독 국회만 투명성을 외면하고, 구시대적 시스템을 고집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정치자금 상시 인터넷 공개와 지출증빙자료 사본교부 등은 정치자금 투명성 확보와 국민 알 권리를 위해 학계, 시민사회, 언론계, 심지어 선관위에서도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사안이다.

국회의원들이 이러한 전 국민적 요구를 모르는 것도 아니다. 20대 국회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의 상시 인터넷 공개, 영수증 사본 등 지출증빙서류 사본교부를 가능케 하는 ‘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렇다 할 논의도 해보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지만, 21대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이기에 법률안 개정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치자금 투명성’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없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서 대표발의자였던 박주민 의원과 공동발의자 중 국무위원을 겸직하는 이인영·전해철 의원을 제외하고, 21대 국회에 입성한 설훈, 김병욱, 안호영, 신동근, 소병훈, 강병원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에게 관련 법률개정에 나설 것인지 질의서를 보냈다. 박주민 의원만 “개정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추진계획은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을 뿐, 나머지 의원들은 답변을 거부했다. 자신들이 공동발의자였던 것은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의원들은 정치자금의 ‘투명한 공개’ 보다 ‘모금·분배’에만 관심이 있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정치자금법 개정법률안’의 내용도 모두 ‘모금’과 ‘분배’뿐이다. △후원회 지정권자 확대, △지구당 제도 부활, △공무원 교원 정치후원금 허용, △본회의/위원회 회의불참시 경상보조금 감액, △귀책사유 있는 정당 국고보조금에서 선거비용 감액, △청년추천보조금 신설, △여성추천보조금 배분 및 지급기준 개선 등이 대부분이다.

‘누가, 누구에게, 얼마만큼 기부했는지’, ‘정치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시민들이 상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소조항을 품고 있는 ‘정치자금법 제42조’의 개정이 필요하다. 국민들은 정치자금에 대해 충분한 알 권리가 있으며, 국회는 정치자금 수입·지출내역에 대해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할 책무가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과잉입법이 난무하고, 거대 여당의 입법독주라는 비판도 많다. 그럼에도 20대 국회에서도 추진했던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한 ‘정치자금법’ 개정이 왜 외면받고 있는지, 국회가 책임 있게 답변이 필요하다.

참고로 미국은 미국연방선거위원회(FEC, Federal Election Commission)내에 ‘Campaign Finance Data’를 통해 정당과 후보자 선거운동위원회, 그리고 정치활동위원회(Political Action Committees: PACs)의 수입·지출 내역을 검색하고, 분류하고, 내려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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