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순장 소비자감시팀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순장 소비자감시팀장

올해는 그동안 중고차 매매업이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어 완성차업체의 시장진출이 막혀 있었으나 지난 2019년 2월 동반성장위원회가 지정을 해제하면서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기아·르노삼성·한국지엠·쌍용)가 중고차 시장진출 의사를 밝히면서 중소벤처기업부의 최종 결정만 남아 있어 완성차업체와 중고차업체 그리고 소비자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한 해가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2020년 6월 말 기준으로 2,402만 3,083대가 등록되어 인구 2.16명당 1대를 보유하고 있어 3인 가구를 기준으로 한 가구당 1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어 자동차는 일반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가전제품과 같이 생활필수품이 되어있다. 통계청의 10차 서비스업 조사에 따르면 중고차 판매업 매출액의 규모는 2016년 7조 9669억 원에서 2018년 12조 4217억 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체도 2016년 5,829개에서 2018년 6,361개로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중고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판매자와 소비자간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차량의 증가에 따른 중고차량의 거래량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소비자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문제가 발생하여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차량 상태 불신, 허위·미끼매물 다수, 낮은 가성비, 판매자 불신, 가격 후려치기 등으로 정상적 상태가 아니다. 실제 한 연구소에서 경기도 중고차 온라인 매매사이트 31곳의 상품을 조사한 결과 95%가 허위 매물일 정도여서 중고차 시장이 질 낮은 물건이 많이 유통되는 '레몬마켓'의 대표적 사례로 꼽혀왔다.

그러나 현재의 중고자동차 판매 문제와 미래 자동차 환경을 고려하여 국내 완성차제조사들의 중고차 시장 허용은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시장독점 등 우려할 만한 점도 있으므로 중고차업체와 완성차업체 그리고 소비자들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이에 대한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로 이제는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국내 수입차 업체 및 외국과 같이 ‘신차 판매를 위한 중고차 보상프로그램’에 따라 출고 4~5년 안팎의 중고차를 대상으로 정밀하게 점검하고 수리한 뒤 무상 보증기간을 연장한 ‘인증 중고차’ 형태로 판매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국내, 외 완성차업체 간 형평성 뿐만 아니라 국내, 외 자동차를 매입한 소비자들 간 형평성을 위해서도 이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과 독일에서는 대기업인 완성차업체가 ‘신차 판매를 위한 중고차 보상프로그램’으로 직접 중고차의 품질과 서비스를 엄격하게 관리해 중고차 경쟁이 활성화됐고, 그 결과 전체 중고차업계의 경쟁력과 소비자 신뢰도를 높여 중고차 거래 규모가 커질 수 있었던 점을 참고해야 한다.

둘째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내 자동차 신차 시장은 현대·기아차가 올해 9월 기준으로 국내 점유율 85%에 육박하고 있는 점을 감안 하면 중고차사업까지 독점 문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중고차업계와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완성차업체가 인증하는 중고차 거래 비중이 전체 중고차 거래 비중에서 일정한 수준에 그치도록 시장 점유율 상한률을 정해 이를 철저히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 완성차업체가 인증하는 중고차 거래 비중이 미국은 5∼6%, 독일은 16∼17% 수준에 그치지만 두 나라의 시장 전체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셋째 완성차업체는 매집한 중고차에 대하여 중고차의 잔존가치 평가를 어떻게 전문화, 체계화 할지 향후 오픈 플랫폼을 통하여 중고차의 품질, 평가, 가격 산정을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완성차업체들은 신차 판매량의 증감을 위하여 중고차량의 가격 산정을 임의로 조절하는 행위를 못하도록 하고, 만약 적발되면 엄격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중고차의 품질, 평가, 가격 산정이 제대로 되어야 중고차 시장의 가격 기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특히 완성차업체가 이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중고자동차업체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참작하여 같이 상생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다면 여기를 통하여 중고차 가격을 관리하게 되고 완성차의 입장에서도 중고차의 브랜드 가치가 향상될 것이므로 업계가 서로 상생하는 것이 기반이 될 수 있다.

넷째 정부는 중고차 거래와 관련하여 소비자들이 완성차업체와 중고차업체를 신뢰하고 중고자동차를 믿고 거래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 이행하도록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며, 모두가 이를 잘 지켜나간다면 서로 경쟁력을 가지고 상생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20년 상반기 162만7643대를 생산하여 글로벌 자동차 생산국 4위를 기록하고 있는 자동차 선진국답게 정부와 완성차업계와 그리고 중고자동차매매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소비자들의 권리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선진국형 모범안을 내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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