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9일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 취소에 관한 규정 제정안과 인증 운영·심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올해 상반기에 확정해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인정하는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제도는 제품의 기획·생산·유통 및 사후처리에 이르는 모든 기업활동을 소비자 관점에서 수행하는 기업에 대해 정부가 인증해 주는 제도로서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 제도 인정 기관이 소비자가 아닌 정부기관이고 더구나 공정위라는 점은 다소 넌센스이다. 공정위가 한국소비자원의 상급기관이라고는 해도 그렇다. 공정위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쳤거나 소비자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경우 인증을 취소한다고 기준을 잡았다. 하지만 인증과 심사기준의 데이터베이스는 한국소비자원에 신고 접수돼 검수를 받은 제품과 사례를 들어 판단하겠다는 것이어서 인증과 운영에 한계점이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에 이 제도의 인증 기준도 세밀한 모니터링이 없는 취소기준 자체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에 공정위가 세부적인 심사기준을 강화해 제·개정하겠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공정위는 그동안 인증 취소 규정이 부실함을 인정하고 현 소비자기본법 제20조의 4 및 동법 시행령 제11조의 7항을 들어 구체적인 판단 기준과 절차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이번 제개정을 통해 제도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기업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해 인증제도를 활성화하고 기업의 소비자 지향적 경영문화 확산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 관점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강화하고 확산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제도가 오히려 더 허술하고 느슨한 심사기준으로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이 아닌 기업의 이익을 지원을 방향으로 악용될 소지에 대해선 어떤 평가와 기준을 갖고 있는지 공정위는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를테면 공정위는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 소비자안전, 협력업체와 상생협력 등을 심하는 ‘사회적 가치실현’ 심사항목을 별도로 신설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안전과 제품의 질은 무관하게 기업의 도덕성까지 요구하는 사회적 가치실현이라는 심사기준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물론 기업의 도덕경영은 소비자의 안정과 권익에 직결되는 항목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를 어떤 기준에서 봐야 하는지 공정위와 소비자원이 소비자를 대신해 판단할 수 있는 것인지도 애매모호하다. 그래서 공정위와 소비자원이 소비자중심경영 인증제도를 심사하고 운영하겠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 분명한 기준과 명확한 평가지표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공정위가 이번 인증제도를 개선해 얻고자 하는 것이 진정 기업의 소비자 지향적 경영문화 확산과 소비자 권익 증진에 있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등 없는 그야말로 소비자 중심에서 동등한 기준의 인증과 평가가 뒤따라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소비자에게 있어 모든 구매와 소비 활동, 피해와 득실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의 것이든 동일하기 때문이다.

또 최근 영하 20도에 달하는 한파와 폭설 속에 쓸모가 없다며 길거리로 내몰린 어느 기업의 청소노동자들을 보면서 그 대기업의 제품이 아무리 품질이 좋다해도 기업의 경영활동과 이념이 사람을 위하고 향한 것이 아닌 이상 이 기업에게 있어 소비자는 단순히 돈벌이 대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터이다. 

거듭 밝히지만 기업의 도덕성을 소비자중심경영의 인증으로 연결짓기에는 수치와 자의적이 판단이 따라 붙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는 해야 겠지만 그럼에도 제도의 취지와 본질은 소비자를 위한 것이고 사람을 향한 것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인증 지표가 왜곡되거나 함량미달의 심사와 평가 기준이 돼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공정위가 밝힌 소비자를 향한 기업의 사회적 가치실현의 확산이라는 소비자중심경영의 인증제도 취지가 무엇인지 소비자들에게 이해시키고 분명한 기준점을 내놓아야 한다. 취지가 올바른 방향인 만큼 유명무실하거나 요식행위에 그칠 인증제도가 되지 않도록 잘 다듬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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