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혐의 구속된 창업주 외손녀 남양유업과 무관? 해명에 뿔난 대중 “황하나가 홍길동이냐?”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몇몇 경영대학원은 위기(危機)를 위험(危險)과 기회(機會)의 준말이라고 설명한다. 위기에서 위험을 빼면 기회가 된다는 뜻이다. 어느 기업은 반성하고 성찰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지만 어느 기업은 잘못을 감추기에 급급한 나머지 위기를 자초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대표적인 기업은 감기약 타이레놀로 유명한 존슨앤드존슨이다. 1982년 9월 29일 미국 시카고에서 12세 소녀가 콧물감기 증상으로 감기약을 먹었는데 숨졌다. 누군가 캡슐형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넣었고 일곱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최악의 상황에 빠진 존슨앤드존슨은 신속하고 솔직하게 대처했다. 경찰 수사와 언론 취재에 최대한 협조했고 범인 검거에 현상금(10만 달러)을 걸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캡슐형 타이레놀 3,100만병을 모두 수거했고 독극물을 집어넣기 어렵게 삼중 포장한 알약 제품으로 교환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리콜에 드는 비용은 무려 1억 달러를 넘겼다. 오죽했으면 미국 정부마저 과잉 조치라고 반응했을까. 존슨앤드존슨은 독극물 사건이라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서 신뢰의 상징이 되었다.

최근 남양유업은 위기에 빠졌다. 남양유업은 크고 작은 불법 행위로 눈총을 받았다. 가격 담합(2007년)과 불법 리베이트(2010년)에 이어 대리점 갑질 영업(2013년)으로 불매운동까지 일으켰다. 우유업계는 2019년 원전 우유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MBC는 지난해 5월 남양유업이 홍보대행사를 통해 맘카페에 “우유에서 쇳가루 맛이 난다”는 내용을 담은 글과 댓글을 올렸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존슨앤드존슨처럼 남양유업도 재빨리 사과했다. 그러나 솔직하지 않았다.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던 남양유업은 “실무자와 홍보대행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일이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해 10월 홍원식 회장 등 남양유업 임직원 6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홍원식 회장이 비방 지시를 내린 정황 증거를 확보했다고 알려졌다.

최고경영자의 태도도 정반대였다. 존슨앤드존슨 제임스 버크 회장은 독극물 사건 당시 직접 사과하고 멀쩡한 타이레놀도 모두 수거해서 폐기했다. 당시 과잉 조치란 반응에 대해서 제임스 버크는 “소비자 안전과 비교하면 이익은 아무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영업 사건 당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홍원식 회장 조카딸인 황하나씨가 7일 마약 투여 혐의로 구속되자 남양유업은 “황씨와 남양유업은 일절 무관하다”면서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란 표현을 쓰지 말아 달라고 언론에 요구했다. 남양유업 창업주 홍두영씨는 3남 2녀를 두었는데 홍원식 회장은 큰아들이고 황하나씨 어머니 홍영혜씨는 홍원식 회장의 여동생이다. 부도덕하다는 비판 속에서 혈육마저 부인하는 듯한 태도에 “황하나가 홍길동이냐? 왜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란 표현을 못 쓰냐?”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기업의 저력과 역량은 위기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존슨앤드존슨이 독극물 사건을 기회로 만들었다면 남양유업은 창업주 아들과 외손녀로 말미암아 위기를 자초했다. 독극물 사건으로 타이레놀이 비처방 감기약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서 존슨앤드존슨이 보여준 모습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모든 걸 다하는 기업이었다. 소비자는 타이레놀 하면 독극물 사건의 대상이 아니라 소비자를 보호하는 존슨앤드존슨과 제임스 버크 회장을 떠올렸다. 가격담합과 불법뇌물, 갑질영업에 이어 경쟁사 비방이란 위기 속에서 남양유업이 보여준 모습은 반성과 사과가 아니라 변명과 회피였다. 고객만족, 인간존중, 사회봉사라는 남양유업 경영철학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랫사람의 잘못을 덮는 것이 한국사회의 미덕이라지만 홍원식 회장은 불법 혐의에 대한 책임마저 아랫사람에게 떠넘겨 도덕적인 지탄을 받았다.

남양유업을 지켜보면 위기관리의 나쁜 사례로 손꼽힐 만하다.

남양유업 창업주 고(故) 홍두영 회장의 외손녀이자 홍원식 회장의 조카딸인 황하나씨가 7일 마약 투약 혐의로 인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러 경찰과 함께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황하나씨는 마약인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았던 2019년 수사기관으로부터 비호를 받았다는 의혹이 있었다. 황하나씨는 2015년 12월 마약 혐의를 수사를 받을 때 지인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에서 “사고 치니깐...그러면서 뒤에서는 처리 다해준다”고 말했다. 황하나씨는 어느 블로거와 명예훼손을 놓고 다퉜던 2015년 외삼촌과 아버지가 경찰청장과 아주 친하다(베프)고 언급했다고 알려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남양유업 창업주 고(故) 홍두영 회장의 외손녀이자 홍원식 회장의 조카딸인 황하나씨가 7일 마약 투약 혐의로 인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러 경찰과 함께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황하나씨는 마약인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았던 2019년 수사기관 비호 의혹을 받았다. 황하나씨는 2015년 12월 마약 혐의를 수사를 받을 때 지인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에서 “사고 치니깐...그러면서 뒤에서는 처리 다해준다”고 말했다. 어느 블로거와 명예훼손을 놓고 다퉜던 2015년 외삼촌과 아버지가 경찰청장과 아주 친하다(베프)고 언급했다고 알려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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