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2020년 결산  ⑦문화

딱 19일만 자유로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부터 2020년 경자년은 전염병에 대한 공포로 가득찼다. 학생은 학교에 가지 못했고, 직장인조차 재택근무해야 할 지경이었다. 마스크 없이는 밖으로 나가지 못했고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은 한국사회를 금융과 식품유통, 부동산, 제약바이오, 전자통신, 소비자, 문화로 나눠서 조명한다. 

①금융 ②식품유통 ③부동산 ④제약바이오 ⑤전자통신 ⑥소비자 ⑦문화

 

코로나19는 유독 문화계에 가혹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공연이 불가능해지면서 연극과 음악, 미술 등 다방면에서 행사가 사라졌다. 한국을 벗어나 미국과 유럽 등은 더 심했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는 유튜브를 통해 유튜브 스타로 더욱 발돋움했다. BTS가 한국말로 부른 노래가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를 정도였다. 송가인과 임염웅의 인기는 바야흐로 트로트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텔레그램 성착취물과 디지털 성범죄 n번방은 코로나19보다 더 큰 충격을 줬다. 체육계 고질적인 병폐인 폭언과 폭행도 여전했다. 철인3종경기 최숙현 선수의 사망은 소속팀은 물론이고 경주시가 당사자의 진정을 처리하지 않는 사이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웠다.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한국을 넘어 미국으로…BTS 열풍

한국 아이돌 그룹이 세계에서 이토록 활약할지 어느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방탄소년단은 단순 음악 차트에서 큰 활약을 보인 K팝 그룹이 아닌,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그룹이 됐다. 

8월 방탄소년단은 디스코 팝 장르의 다이너마이트를 발매했다. 이들이 낸 첫 영어 곡이었다. 이 노래는 한국 가수 최초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를 차지하며 전세계를 뜨겁게 달궜다. 다이너마이트는 10주 넘게 핫 100 차트 최상위권을 지켰고, 12월 마지막주 까지 랭크에 오르며 롱런 중이다. 뿐만 아니라 12월 발매한 한글 가사로 이뤄진 신곡 Life Goes On으로도 핫 100 정상에 오르며 빌보드 차트 62년 역사를 새롭게 썼다. 대중음악사에 유일무이한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은 빌보드의 2020년 연말 차트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콧대 높은 그래미 어워즈의 벽도 넘었다. 202년 1월 31일 개최되는 제63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 후보에 올랐다. 팬 투표로 시상하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s)나 빌보드 데이터에 기반한 빌보드 뮤직 어워즈(BBMAs)와 달리 그래미 어워즈는 음악 전문가 단체인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이 후보와 수상자를 정하는 미국 최고 권위의 시상식이며 백인 중심의 보수적 성향의 시상식이란 지적이 이어진 행사다. 

이에 방탄소년단의 노미네이트는 의미가 남다르다. 다이너마이트는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 제이 발빈·두아 리파·배드 버니&테이니의 언 디아, 저스틴 비버와 퀘이보의 인텐션스, 테일러 스위프트와 본 이베어의 엑사일과 경합하게 된다. 철옹성과 같은 그래미 무대에 오른 방탄소년단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임영웅부터 테스형 나훈까지 

임영웅을 탄생시킨 '미스터트롯'의 열풍은 침체기를 겪었던 국내 방송가에 새 기운을 불어넣었다. TV조선이 만들어낸 트로트 열풍은 전 방송사로 퍼져나갔다. 지상파, 종편 가릴 것 없이 KBS, SBS, MBC, MBN 등이 트로트 예능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MBC는 7월 각 분야 레전드 아티스트가 최고의 프로듀서로 변신해 직접 발탁한 멤버들로 최강의 드림팀을 선보이는 뮤직 버라이어티 최애엔터테인먼트를 런칭했다.

뮤직 버라이어티라고 소개돼 있었지만 베일을 벗은 최애엔터테인먼트는 트로트 예능이었다. 방송에서는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 가수들과 현역 트로트 가수들이 출연, 새로운 트로트 그룹 발탁을 위한 오디션을 보는 모습들이 공개돼 시선을 사로잡았다. SBS도 이번 열풍에서 빠지지 않았다. 3월 트롯신이 떴다를 런칭, 오히려 미스터트롯이 끝나기도 전에 방송을 선보이면서 이번 열풍에 제대로 숟가락을 얹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남진, 김연자, 설운도, 주현미, 진성, 장윤정 등 방송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트로트 가수들이 출연하면서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이로 인해 첫 방송 시청률은 14.9%를 기록하며 트로트 대세 열풍에 힘을 보탰다.

KBS도 5월 트롯 전국체전을 선보이며 1회 16.5%로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MBN 역시 보이스트롯, 트롯파이터를 선보였고 올해 추석 연휴에는 다채로운 예능 파일럿이 아닌, 트로트 특집 프로그램이 줄지어 방송을 타기도 했다. 그 중 가장 큰 호응을 얻은 것이 바로 KBS 2020 한가위 대기획-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이다. TV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나훈아, 그리고 그의 공연을 방송을 통해 볼 수 있었던 만큼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청률은 추석 연휴에 29%를 기록해 세대통합의 장을 마련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 성범죄 n번방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박사로 활동하며 여성과 아동·청소년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조주빈은 2019년 9월 피해자의 신고 이후 경찰의 추적을 받아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국제공조와 가상화폐 추적 등 수사 끝에 주범을 특정, 3월 16일 조주빈을 검거했다. 조주빈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체포 3일 뒤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다. 

당시 조주빈은 마스크와 겉옷 모자로 얼굴을 모두 가린 뒤 취재진의 질문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구속됐다. 이후 경찰은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주빈의 얼굴과 나이, 이름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강력범죄 피의자가 아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혐의가 적용된 첫 사례였다.

조주빈은 3월 25일 검찰에 송치되는 과정에서 취재진 앞에 나섰다. 그는 서울 종로경찰서 앞 포토라인에 서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추게 해줘서 감사드린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조주빈은 재판 과정에서도 내내 차분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한 결심 공판에서는 “저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끼쳐 죄송하다”고 눈물을 흘리며 최후진술을 했다.

재판부는 조주빈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발찌 부착 등을 명령했다. 또 범죄집단 구성원으로 인정한 공범들에게도 징역 7~15년을 선고했다. 조주빈과 그 일당, 검찰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항소심 첫 공판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조주빈은 범죄수익은닉 등 혐의로 추가기소돼 관련 재판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故 최숙현 선수 사망

최숙현 선수는 초여름이었던 6월 스물두 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졌다. 

수년간 지도자와 선배, 팀 닥터 등으로부터 폭행과 폭언 등에 시달리던 최숙현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숙현 사망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체육계 전반에 뿌리깊게 박힌 문제라는 인식이 퍼져나갔다. 지난 2월부터 4개월 가량 경주시청과 검찰, 경찰, 대한체육회 등에 도움의 손길을 뻗었으나 달라지는 게 없었다. ‘골든타임’이 지났고 최숙현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후 정부 당국 차원에서 조사에 나섰는데, 김규봉 감독과 선배인 장윤정는 물론이거니와 팀 닥터라는 이름으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던 안주현 운동처방사가 괴롭힘의 가장 중심에 서 있었다는 건 체육계의 체계가 얼마나 허술하게 잡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12월 16일 대구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팀 닥터였던 안 씨에게 징역 10년형을 구형했다. 선고공판을 기다려봐야겠지만 사건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강력한 처벌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늦은 감이 있지만 스포츠 폭력 근절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고 체육계 자체 내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는 건 긍정적이다. 국회에선 지도자 처벌을 강화하는 ‘최숙현법’도 통과시켰다. 최숙현의 안타까운 죽음이 많은 것을 바꿔놨다.

사진=JTBC스튜디오
사진=JTBC스튜디오

“사랑에 빠진게 죄는 아니잖아!”…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열풍 

2020 종편(JTBC, TV조선, 채널A, MBN) 드라마로는 부부의 세계를 흥행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JTBC 뿐만 아니라 종편 채널 최고 시청률 드라마라는 기록을 세웠다. 자체 최고 시청률은 16회 28.4%(5월 16일, 16회. 닐슨코리아 기준)다.

3월 27일부터 2020년 5월 16일까지 방영한 부부의 세계는 불륜에 빠진 남자의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희대의 명대사와 ‘쀼의 세계’라는 애칭을 남겼다. 부부의 세계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다. 김희애, 박해준, 한소희를 중심으로 펼쳐진 스릴 만점의 스토리는 매회 시청자들을 경악케 하면서도 본방 시간을 기다리게 했다. 특히 한소희의 매혹적인 연기, 파격 변신은 부부의 세계 흥행 주역이었다.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김희애, 한소희 등의 극중 캐릭터를 패러디 할 정도로 신드롬이 이어졌다.

주인공들 외에 박선영, 김영민, 채국희, 김선경 등 조연 배우들도 극 전개에서 크고 작은 활약을 펼치며 부부의 세계를 흥미롭게 했다. 여기에 모완일 감독이 인물들의 대립을 더욱 극적으로 보이게 하는 연출력까지 더해져 부부의 세계는 지상파 주말드라마 못지 않은 흥행세를 이뤄낼 수 있었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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