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주권시민회의 김삼수  정치소비자팀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김삼수  정치소비자팀장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한창이다. 11월 16일부터 2주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열고 사업별 증·감액 세부심의를 시작했다. 정부는 2021년 예산으로 555조 8천억원을 편성했다. 역대 최대규모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필요성이 낮은 예산 15조원 가량을 삭감한다고 공언한 상태다. 무엇보다 현 정부 역점사업인 한국판뉴딜 21조 3천억원의 예산을 최소 50% 이상 삭감해, 코로나19 지원 등에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원안통과를 고수하고 있다.

예산뿐만 아니라, 공수처 등 쟁점법안에 대한 여야간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예산안 처리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과반이 넘는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의 협의 없는 단독처리도 우려된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은 12월 2일까지다. 헌법 54조 2항은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야가 민감한 예산문제에 대해 쉽사리 합의하지 못하고 법정시한을 넘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급기야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어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를 도입했지만,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지킨 것은 2014년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법정시한을 지키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수박 겉핡기식’ 부실한 예산심사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국회 예산안 심의는 행정부의 적정한 재정지출을 가능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국가재정법 제33조 예산안의 국회 제출과 관련해, “대통령의 승인을 얻은 예산안을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21년 예산안은 지난 9월 3일 국회에 제출됐다. 법정시한인 12월 2일까지 90일 남짓한 시간 동안 예산 심의를 해야 한다. 이 기간 안에 국정감사도 포함돼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국정감사 모니터 결과를 보면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낙제수준이다. 제대로 된 ‘연구’도 의원들의 ‘의지’도 없었다. 국감이 이런 상황인데 빠듯한 일정 동안 제대로 된 예산 심의가 가능할지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지역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소득재배분, 경제안정·성장이라는 국가 재정의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초선의원이 전체 66%(50명 중 33명)를 차지하고 있어, 정치적 경험과 예산 전문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쪽지예산’도 더욱 난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역구 민원성 예산을 반영시키기 위한 쪽지예산은 대부분 도로·다리건설, 관광지조성, 박물관 건립, 건물 증개축 등 당장 시급하지 않은 사업이 대부분이다. 법적 근거가 없는 밀실 예산심사인 소소위 운영도 ‘쪽지예산’을 더욱 부추기는 이유다. 속기록도 남지 않는 깜깜이 심사를 없애고, 예산심사의 투명성을 높여야 예산낭비를 근절할 수 있다. 2019년 국회의장 직속 혁신자문위원회에서 ‘쪽지예산 방지법’ 제정에 나섰지만, 국회의원의 고유권한을 제약한다는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예결특위는 다른 상임위에 비해 전문성과 책임성에 대한 요구가 크다. 현재의 예산심사 시스템으로는 졸속·부실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하고 국회의 예산심사권을 강화해야 한다. 임기 1년에 겸임까지 가능한 예결특위를 상임위로 전환하면 2년 임기에 상시적이고, 전문적 심사도 가능하게 된다. 아울러 예산안 심사의 모든 과정은 기록으로 남겨 공개하고, 예산결산위원회 이외의 법적 근거 없는 회의체를 만들어 예산안을 심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국민건강은 물론, 산업 전반에 위기가 찾아왔다. 예산 논의 과정에서 정쟁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위기 극복과 민생 안정을 위한 방향에서 예산 심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선심성 예산, 불요불급한 예산은 걸러내야 한다. 국민과 국가 경제가 최우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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