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한 불만 토로
추미애 장관 겨냥한 ‘작심발언’
“중상모략은 가장 점잖은 단어”
라임 김봉현 검사 접대 의혹은 일축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중상모략은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다”면서 법무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이어 라임자산운용 사건과 관련해 검찰총장의 소극적 지시 의혹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22일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과거에는 검찰이 법무부와 대립해본 적이 없다”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검찰청법 위반이라며 “총장을 배제할 권한이 있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라임사건 수사의 총책임자였던 박순철 남부지검장의 사의와 입장문을 언급하는 것으로 심경을 대신했다. 박순철 남부지검장은 이날 오전 10시 대검찰청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직전 검찰 내부 커뮤니티인 이프로스에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 글을 올려 사의를 표명했다.

추미애 장관은 지난 19일 윤석열 총장에게 라임 정관계 로비 의혹과 윤 총장 가족 등 측근에 대한 사건에 대해 수사 지휘나 감독을 하지 말라며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헌정 사상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단 3차례 있는데  이 중 2번을 추미애 장관이 행사한 것이다. 추미애 장관은 3개월 전 검언유착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라임펀드 수사 관련 내용이 단연 화두였다. 윤석열 총장은 라임펀드가 부실 수사라는 지적에 대해 “라임 사건은 총장인 제가 사건 처리가 미진해 인력 보충을 통해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했다. 50여명을 기소하고 30여명을 구속기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 라임 수사 내용이 굉장히 풍부하고 박순철 지검장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최선을 다해 수사하고 있었다. 무슨 근거로 부실수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추미애 장관에 반박하며 쓴) 중상모략이라는 표현은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표현이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 19일 라임펀드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봉현 전 회장이 ‘검사 3명에게 로비를 했으며 로비한 검사 중 한 명이 라임 펀드 수사팀에 있었다’는 폭로를 근거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권 인사와는 달리 (야권 인사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대검찰청은  “윤석열 총장에 대한 중상모략이다”고 강력 반발했다.

윤석열 총장은 김봉현 전 회장의 옥중 자필 입장문에 대해 “사기범의 말을 믿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비상식적이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김봉현 전 회장에게 로비를 받은 검사가 라임수사팀에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보도를 접하자마자 10분 내 서울남부지검장에게 철저히 조사해서 접대받은 사람을 색출해내라고 지시했다. 확인해본 결과 라임 수사팀 중 룸살롱 접대 검사는 없다”고 답했다. 

추미애 장관이 검찰 인사와 관련해 “(윤석열 총장이) 제 명을 거역하고 인사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인사안은 이미 (법무부에서)다 짜져 있었다. 보여주는 게 협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총장에게 “삼성을 수사하기 전에 중앙일보 사주를 만났느냐”고 거듭해 물었다. 윤석열 총장은 “과거에는 저에게 안 그러셨지 않느냐”고 발언했다. 이어 윤석열 총장은 “상대방 입장 때문에 만남 여부를 밝힐 수가 없다. 부적절한 처신을 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답변 태도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선택적 정의 아니냐”는 지적을 윤 총장에게 제기하자 윤 총장은 “선택적 의심”이라고  그대로 되받아쳤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총장이 비판을 받자 “추미애 (법무부)장관 답변 태도에 비하면 매우 양호하다”며 윤석열 총장을 적극 옹호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추미애 장관은 ‘소설 쓰시네’ 등의 발언을 하거나 야당 의원 질의에 대답도 안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런 오만방자한 증인은 가만히 있고 윤석열 총장 태도를 지적한다. 증인 답변태도에 대한 지적을 공정하게 해달라”고 했다. 이에 김용민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애초에 (야당이)질문을 잘하라. 인신공격성 질문을 하면서 추미애 장관 답변 태도를 이야기할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박순철 남부지검장의 사의에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어추미애 장관은 “남부지검 수사팀은 흔들림 없이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고 진실 규명에 전념할 것을 당부드린다”며 빠르게 후속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윤석열 총장이 추미애 장관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면서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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