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kg의 무게, 1,350cc의 용량의 우리 뇌에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는 47억 권의 책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즉 1 PB(1 페타바이트=1,024 테라바이트=1,048,576 기가바이트)의 용량이다. 1 PB용량은 HDTV 방송 13.3년 동안 녹화한 분량과 맞먹는 용량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모든 시간은 순간과 순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현실의 시간은 대략 2~3초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결국 우리 삶에는 6억개 정도의 순간이 존재하는데 한달에 약 60만여 순간이 있지만 대부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디지털환경에서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소비자는 1일 5,000여개의 광고 메시지에 노출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정보를 쉽게 접하고 쉽게 망각한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이론에 의하면 학습 후 1시간이 지나면 기억정보는 50% 수준으로 감소하고, 학습 후 2일이 지나면 기억정보가 25% 수준으로, 학습 후 1달이 지나면 기억정보가 20% 이하의 수준으로 감소한다고 한다. 3~4회 복습을 하면 90% 이상의 정보가 지속적 장기기억으로 존재한다. 기억력 강화를 위한 반복학습의 힘이다.

뇌의 변연계 구조를 보면 편도체와 해마가 있다. 이 두 가지가 왜 가까이 붙어 있을까? 편도체의 감정중추는 기억중추인 해마와 바로 붙어 있어 기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즉 감정과 결부된 정보는 장기기억에 더 잘 저장된다. 예를 들면 공포스러운 경험을 했을 때 그 경험은 오랫동안 기억되는 원리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생존본능을 위해 뇌에 사전으로 그렇게 프로그램화 되어 있다. 미국 9.11 세계무역센터를 기억할 것이다.

흥미로운 기억 실험이 있었다. 테러사건 3년 후 사건 장소의 거리에 따라 기억을 조사했다. 사건 당일날, 세계무역센터에 더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이 9.11 사건에 대한 기억이 더 선명했다. 편도체가 더 활발하게 움직였고, 결국 감정이 해마에 기억을 더 생생하도록 활성화 시킨 것이다. 행복한 감정도 마찬가지다. 감정을 억제 시키면 소수의 세포만 기억과정에 참여하여 기억력을 떨어뜨린다.

우리는 수많은 식당에서 밥을 참 맛있게 먹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없다. 왜 그럴까? 감정의 경험이 없는 대상은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지만 기억나지 않는 건 감정 교감이 없어서다. 해외연구에 의하면 어떤 사람을 여러 명의 얼굴을 연이어 보여준다면 가장 감정표현이 많이 된 얼굴을 제일 잘 기억한다고 했다. 감정적인 경험을 하게 되면 편도체 즉 해마가 바로 옆에 위치한 우리 뇌의 감정중추가 실제로 해마를 활성화 되어 더 자세하게 강력한 기억을 형성한다. 즉 감정과 함께 기억되는 것은 더 기억이 잘된다. 지난 일을 회상해볼 때 대부분의 기억은 감정과 관련된 기억이 떠올려질 것이다. 즐겁고 행복한 기억, 자동차 사고의 위험했던 공포의 순간일 것이다.

또한 친구나 이웃에게 말에 의한 상처를 받았을때는 아마도 잊으려고 해도 잊기는 힘들 것이다. 30초의 말이 30년을 간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듯이 가슴에 비수가 꽂힌 부정적인 말 한마디는 평생동안 잊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말을 내뱉은 가해자는 대부분 기억을 하지 못한다. 단지 그 말을 들은 사람만 가슴에 평생 담고 살아간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기본 감정은 6가지다. 기쁨, 슬픔, 혐오, 놀람, 분노, 공포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심리학 연구진 실험에서는 감정의 27가지를 확인·발표했다. 이들 감정에서 부정의 감정을 제외한 나머지 긍정의 감정 목록을 보면 찬탄, 즐거움, 경외, 평온, 갈망, 신바람, 흥분, 전율, 흥미, 기쁨, 향수, 로맨스, 만족, 공감, 승리감 등이다. 이런 내용의 구성으로 고객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게 한다면 오래 기억하지 않을까? 필자도 수많은 외식을 하면서 유달리 기억하는 음식점 몇 곳이 있다. 감동의 순간을 경험한 음식점들이다.

매장에서 물건을 살 때에 감정에 휩쓸리는 것보다는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구매과정을 관찰해보면 감정에 많이 좌우된다. 즉 소비는 감정이다. 감정이 의사결정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우리는 왜 반복학습을 할까?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다. 장기기억을 위해서는 학습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다. 바로 감동적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경험을 했을 때다. 감동을 하게 되면 경험하는 순간에 사진을 찍듯이 그 장면 그대로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 일례로 우리는 수십년의 시간이 지났어도 결혼기념일은 모두 기억하고 있다. 결혼하는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하는 감동과 고양된 감정의 순간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나 주변 이웃한테 들은 말 한마디 때문에 인생의 변화를 경험한 경우도 있다. 그만큼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감정자극을 통해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는다면 결국 망각으로 기억이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1인 미디어 시대, 정보가 넘쳐나는 환경에서 우리는 정보를 쉽게 받아 들이고 쉽게 잊는다. 이전과는 많이 다른 상황이다. 따라서 이제는 기억도 디테일한 전략이 필요하다. 기억과 관련된 연구에서 장기 기억화할 수 있는 요소는 감동, 반복학습, 자극의 세기, 계속 생각 등 다양하다. 이들의 요소를 내 가게에 어떤 콘텐츠와 서비스로 표현할 수 있을까 ‘메모리 믹스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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