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10월 7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다. 코로나19에 따른 국회 폐쇄가 반복되면서 국감 일정 차질과 부실 국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국감 모니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일부 의원들은 의원들 상호간은 물론, 피감기관과의 소통에 한계가 발생하면서 국감 정보나 자료확보에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피감기관은 코로나19 방역과 수해 복구 등으로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의 국감자료 요구에 힘이 부친다는 입장이다. 국감 증인과 피감기관 관계자들의 국회 출입, 각 상임위원들의 지역 이동 등에 따른 코로나19 확산 우려도 크다. 여당이 국감 축소론을 슬며시 꺼내드는 이유다.

코로나19를 핑계로 국감을 축소하는 것은 국감 ’무용론’을 부추길 뿐이다. 국감은 정상적으로 치러져야 한다. 국감은 입법부의 행정부에 대한 고유한 견제 권한이자 감시 기능 중 하나다. 정부의 실정과 부조리를 파헤쳐 이를 바로 잡고 개선하는 일은 국회의 권리이자 의무다. 코로나19로 대면국감, 현장국감이 부담스럽다면, 비대면 국감도 고려해야 한다. 2015년 처음 시작해 좋은 반응을 얻은 화상 국감을 활용하면 된다. 당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미래창조과학부와 45개 소관기관에 대해 국감사상 최초로 화상회의를 통한 감사를 진행해 긍정적인 평가를 들은 바 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방위원회 등은 아직도 ‘2019년 감사결과보고서’도 채택하지 않았다. 2019년 국감 결과 시정 및 처리 요구사항에 대한 처리결과를 확인할 수 없다. 다른 상임위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감은 전년도 지적사항에 대한 이행 여부의 사전검증부터 철저히 해야 하지만 의원들은 관심 밖이다. 공공기관의 정책수행이나 예산집행을 살펴보기보다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보여주기식 ‘한방주의’에만 관심이 많다.

국정 전반을 한 번에 몰아서 감사하는 현행 국감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이러한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피감기관과 증인채택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일회성 국감의 한계는 명확하다. 정부 부처, 공공기관 등 800개(2019년 피감기관수 788개)에 가까운 피감기관을 20일 만에, 그것도 주말과 휴일을 제외하고 실제 15일 남짓한 기간에 감사하는 것은 졸속·부실 국감만 부추길 뿐이다.

수시로 정책수행과 예산집행을 감사하고, 피감기관도 선별해 집중적으로 감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피감기관도 일시에 많은 자료를 준비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하는 만큼,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상시국감의 도입이 시급하다. 국민들 역시 정치적 공방보다는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민생현안에 집중하고, 정책 국감을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연중 상임위별로 캘린더식으로 정해진 일정에 따라 상시국감을 도입하고, 사안에 따라 국정조사나 청문회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 상시국감이 도입되면 국회가 언제든 정부의 독선과 독주를 견제할 수 있다. 국정 운영의 잘잘못을 가려 즉각 시정토록 하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국회가 법 개정을 통해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피감기관의 국감 기간만 넘기면 된다는 소극적이고, 비협조적인 자세도 바로잡을 수 있다.

지난 7월 14일 더불어민주당 전원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김태년 의원 등 176인)을 공동발의했다. 국감을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실시토록 해 국감을 일상화하고, 정기회에서는 법률안과 예산안에 집중하도록 해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큰 만큼 여야는 상시국감 도입을 위한 협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문제점을 익히 알고도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바꿔야 할 것은 국감 축소가 아니라, 상시 국감의 도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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