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자신의 안전과 친밀감을 가질 수 있을까? 이번 칼럼에서는 매장에서 고객과의 적정한 거리 유지를 하면서 고객과의 관계증진은 물론 친밀한 연대감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근접학 이론에서 ‘에드워도 홀(Edward T. Hall)’은 사람들 간의 보이지 않는 거리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동물이 거리를 두는 방법을 기반으로 사람 사이의 거리나 공간유지 방법을 연구했던 문화인류학자다.

즉 친밀한 거리는 0~46cm 이내, 개인적인 거리 46cm~122cm다. 사회적 거리 122cm~366cm, 공적인 거리 366cm~766cm로 구분하였는데 이들 거리에서 장사를 하는 점주는 친밀한 거리와 개인적 거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친밀한 거리 0~46cm는 가족이나 친한 친구, 연인관계에만 열리고 개방된 배타적인 공간이다. 제3자가 이 거리내에 있으면 불편해 한다. 예를 들면 밀집된 전철안, 엘리베이터안에서 서로의 가까운 거리에 불편해 하는 이유다. 개인적인 거리 46~122cm는 가족, 친한 친구, 직장 동료들이다. 즉 카페나 식당에 앉아 서로 격식을 갖추지 않고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런 대상들이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의식적으로 느끼지 못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에드워드 홀’이 구분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사람들과 접촉을 한다.

이와 관련한 다른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미국의 사회 심리학자이자 인지부조화이론으로 널리 알려진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MIT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들 사이에 친구의 선택을 조사를 했다. 기숙사 빌딩구조(룸의 위치와 룸 사이의 거리과 학생들간 우정) 사이에 관계를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매우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 냈다. 같은 층에 사는 학생들은 다른 층에 사는 학생들보다 친하게 지낼 가능성이 65%될 정도로 높고 옆방에 사는 학생은 44%, 한 방 건너 방에 사는 학생은 22%로 옆방에 사는 학생들끼리 친해질 확률은 한 방 건너 방에 거주하는 학생보다 거의 두배나 높다. 공간거리의 근접성과 우정의 상관관계가 얼마나 높은지 이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다. 즉 가까이 있어야 우정도, 유대감도 싹튼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옛속담에서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홀’의 근접성과 ‘페스팅거’의 근접효과 이론은 장사를 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고객과 멀리 있는 것보다 가까이 있는 것이 훨씬 더 친밀감을 느낀다. 필자의 경우도 식당에서 12인승 승합차로 호텔에 픽업 서비스(Pick Service)를 했을 때 의식적으로, 의도적으로 고객과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고객과 공간에서 어떤 거리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친밀감과 정신적 유대감이 다르다.

예를 들면 3명~5명의 고객을 12인승 승합차에 승차하도록 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고객 모두를 운전석 뒷좌석으로 배치하였을 경우와 그들 중 리더로 보이는 한명을 운전석 바로 옆에 동승시키는 경우다.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소리 전달의 공간거리에 따라 받아들이는 반응도와 공감도가 다르다. 멀리 떨어져 앉으면 차소리와 주변 소음으로 귀를 집중해서 들어야 하는데 중요한 정보가 아니면 처음 본 고객 대부분 집중하지 않고 일행들끼리 대화를 하려고 한다.

고객이 운전석 바로 옆에 있어야 대화를 주도하는 것이 훨씬 용이하고 대화의 촉진역할을 한다. 이것이 감정적으로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근접효과다. 식당에 입장하면 점주는 홀안 멀리서 인사를 한다. 테이블에 앉으면 멀리서 뭘 드시겠다고 물어본다.

추가 주문을 해도 멀리서 주문을 받는다. 이런 태도와 행동은 고객과의 유대감을 만들어 가기 어렵다. 고객이 점주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서로 마음의 끈이 있어야 다음에도 재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마음의 끈이 없다면 브랜드도 쉽게 잊혀진다. 브랜드를 기억하는 것보다 사람을 더 오래 기억한다.

고객이 입장하면 신속하게 하던 일을 멈추고 출입문으로 들어오는 고객에게 영접인사와 테이블 안내까지 고객과의 개인적인 거리(46cm~ 122cm)를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주문을 받을때에도, 식사 중간에 추가 주문을 받을때에도 멀리에서 받는 것이 아니라 항상 신속하게 고객 테이블로 가서 주문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점주는 고객에게 갑질하면 안된다. 항상 을의 자세로 46cm~122cm 거리를 유지하면서 고객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 고객은 식사를 하는 동안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감정을 느낄 때 닫혀진 마음을 열고 브랜드를 담는다.

필자는 대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 또는 현재 기업과 자영업 마케팅 강의를 할때에도 현장에서 수강생들과의 친밀감을 위해 시종일관 강단 앞에서만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 수강생들 테이블로 다가가서 눈맞춤을 하면서 질문을 하기도 한다.

왜일까? 이 또한 수강생들과의 상호 신뢰와 친밀감을 이끌어내는 고도의 마케팅전략이 숨어있다. 멀리서 강의하는 것은 사회적 거리, 공적인 거리로 정보는 전달될 수 있으나 친밀감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 이처럼 고객을 내 단골고객으로 만드는 데는 맛 이외에 다양한 숨은 마케팅전략이 필요하다.

◇칼럼니스트 약력
소셜외식경영연구소 대표
서울신용보증재단 자영업자 교육(마케팅) 전문강사
자영업성공학교 마케팅담당 선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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