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준수해야” 대한상공회의소 규정을 이유로 속기사 자격 박탈

속기사용 키보드와 자파 배열 설명. 사진=속기사 커뮤니티
속기사용 키보드와 자파 배열 설명. 사진=속기사 커뮤니티

속기사 자격시험에서 전용 키보드가 아닌 일반 키보드를 이용했다는 이유로 합격이 취소된 사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시험을 주관한 대한상공회의소는 속기사 시험에서 일반 키보드를 사용한 건 규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유튜브에서 한국 타자 1위 FishFast로 알려진 김○○씨가 속기사 자격을 박탈당한 사연을 소개한 유튜브 영상이 25일 현재 89만 건을 돌파했다. FishFast는 5월 16일 한글속기 1급 자격시험에서 합격했다. 그러나 FishFast가 속기사용 전용 키보드가 아닌 일반 키보드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격이 박탈되었다.

FishFast는 영상에서 두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첫번쨰는 일반 키보드로도 자격 획득에 충분한 속도와 정확성을 보여줬음에도 속기용 키보드가 아니라는 이유로 합격을 취소되는 문제이며 두번째는 속기사용 키보드가 지나치게 비싸서 응시자들에게는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특히 FishFast는 속기사용 키보드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에서 큰 불만을 토해냈다. A씨는 “속기사 시험에는 한국속기 CAS 키보드(286만원), 소리자바 키보드(315만원), KS 표준속기겸용키보드(40만원)을 사용해 응시해야 하나, KS 키보드는 더 이상 생산이 되지 않는다”며 “속기사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만 300만원 가량을 써야 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속기사용 키보드를 제작하는 업체들은 속기사용 키보드가 300만원에 가까운 고가로 책정된 이유에 대해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는 이유로 대답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저는 속기용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도 충분히 시험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데 일반 키보드로는 아무리 빠르게 쳐도 응시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직접 시험장에 일반 키보드를 들고 가 합격하는 것이 이를 증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속기사 시험 박탈의 부당과 속기사용 키보드 구매에 문제가 잇다는 내용의 청원이 8월 초 게재되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속기사 시험 박탈의 부당과 속기사용 키보드 구매에 문제가 잇다는 내용의 청원이 8월 초 게재되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관련 내용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올라왔으며 공개 전에 이미 8800명의 동의를 얻었다.

대한상공회의소 자격평가사업단은 “수능 시험장에서 컴퓨터용 펜을 사용하지 않은 격이다”며 시험 규정 위반이라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가기술자격 시행규칙 서식 6호에 해당 규정이 있으며 응시자도 사전에 이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어 “시험 전에 이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일반 키보드로 응시했다면 당연히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 유튜버의 자격 박탈은 규정상 당연하다”면서도 “민원이 제기된 만큼 노동부와 속기사 현장 등의 목소리를 모두 반영해 관계 부처 등과 논의를 계속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속기사 시험을 준비하는 커뮤니티에 따르면, 근무 중인 속기사 대부분이 속기용 키보드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커뮤니티에는 속기용 키보드 거래글 등도 잇따라 게시됐으며, 자신을 속기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일반 키보드로는 근무에 어려움이 있다. 속기용 키보드를 반드시 준비하는 편이 좋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일반 키보드로 속기사 시험을 통과했던 유튜버의 시연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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