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의 생존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일까? 많은 것을 고민하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헤어 & 우즈가 출간한 <Survival of the Friendliest>의 내용을 보면 찰스 다윈은 적자 생존, 즉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 남는다고 하지만 헤어 & 우즈는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돕는 '다정한' 태도가 생존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 나오미치 오기하라 게이오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뇌구조를 비교분석한 결과 호모 사피엔스의 소뇌가 8배 더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호모 사피엔스의 소뇌가 더 크다는 것은 사회적 관계와 밀접하다. 언어 소통으로 집단을 이루고 공동체 생활을 통한 연대와 협력을 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정한 태도는 우정과 협력을 하는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류애가 아닐까? 이것이 수십만, 수만년에 걸쳐 여러 종의 성공적인 진화를 만들었다. 침팬지 집단, 늑대와 개 등 동물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식물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나무는 뿌리가 깊다는 말이 있다. 대대로 운영되는 노포(老鋪) 가게의 장수의 비결은 무엇일까? 하나로 응축한다면 필자는 제품이라기 보다는 '점주의 역량'이라고 본다. 필자가 모 프랜차이즈 회사 마케팅 담당 이사로 재직할 당시 가장 관심있는 부분은 전국 매장들의 매출이었다. 동일한 브랜드, 동일한 업종과 시설, 메뉴, 비슷한 상권의 입지 조건을 두고도 매출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조건을 가지고도 어떤 매장은 매출이 1.5배~2배의 매출을 올린다. 점주와 직접 인터뷰도 해보고 관찰을 해보면서 심증이 가는 결론은 ‘온정의 마음을 가진 점주의 역량’이라는 사실이다.

노포 가게들은 그 많은 세월의 변화 속에서도 어떻게 이겨내고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을까? 그 중에 제가 관심있어 하는 부분은 맛이외의 요소로서 단골고객들과 함께 만들어온 기묘한 인간애적인 연대감이다. 점주와 고객간 촘촘하고 탄탄한 마음의 끈을 말한다. 노포가게 점주의 특징을 보면 뭔가 다르다는 인상을 받는다. MIT대 킨들버거 교수는 ‘위기(危機)라는게 미남과 미녀와 매우 비슷하다 미남과 미녀를 정의하고 설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런데 딱보면 안다’고 말했다. 장사도 마찬가지다. 장사가 잘되고 안되는 것은 어떤 특징을 발췌하여 설명하는 것이 어렵지만 그 가게의 점주와 직원의 얼굴표정과 눈빛, 태도를 딱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이 장사를 할 스타일의 사람인지 아니면 사무실에서 일을 해야할 사람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을 것 같은 아주 기묘한 느낌 말이다.

얼마 전 집 앞에 꽤 큰 식당이 오픈을 했다. 현재 두어달되어 가는데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식당은 늘 썰렁하다. 필자도 지인들과 함께 몇번 방문해 봤지만 점주와 직원의 태도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힘들겠구나”는 인상이 머리에 남았는데 지인도 같은 말을 한다. 친절은 없고 밥만 파는 식당이었다. 출입구쪽에 계산대가 있었지만 점주는 영접 안내도 환송인사 없이 계산만 했다. 필자는 일전에 지방의 작은 도시에 간판도 없는 카페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테이블은 많지 않고 점주 혼자 운영하는 작은 규모의 카페였다. 지인과 함께 차를 주문하고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카페 주인이 카메라를 들고 테이블로 다가왔다. “저의 가게에 처음 방문하셨죠? 제가 사진 몇 장을 찍어 드려도 될까요?” DSLR 카메라로 사진 몇장을 찍어주셨다. 그리고 필자의 폰으로 사진을 보내주었다. 벽에는 고객의 얼굴을 그린 그림으로 벽면이 가득했다. 카페 주인은 그림을 좋아한다고 했다. 단골손님이 방문할때마다 벽면에 부착된 자신의 얼굴 그림을 보면서 카페에 대해 기분좋은 마음 크지 않을까? 사진을 계기로 카페 주인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카페에 대한 스토리를 많이 알게 되었다. 지금도 시간이 2년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의 뇌는 스토리를 더 오래 기억한다. 기역력은 이야기에 의해 더욱 강화된다. 카페 주인은 이렇듯 고객 한사람 한사람에게 온정의 마음으로 배려하면서 관계을 만들어 낸다. 자영업 브랜드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브랜드는 언어적, 비언어적 요소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경쟁자 구별은 물론 제품의 고유성을 나타낸다. 그러나 제조기술 발전으로 제품은 넘쳐나지만 점주의 성품과 철학, 고객에 대한 다정한 태도는 그 가게에만 특징 지어진 절대적 고유성을 상징한다. 다시 말하면 자영업 브랜드는 고객 한사람 한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만들어진 마음의 총합이 아닐까?

이처럼 인간애적인 호의와 배려가 관계를 만들고 단골고객을 만든다. 대부분 카페를 연상하면 어떤 것을 떠올릴까? 카페에 들어가면 카운터 앞에 서서 직원에게 메뉴를 주문하고 계산 후 진동벨을 받는다. 진동벨이 울리면 카운터로 가서 주문한 커피를 가져오지만 온정은 느낄 수 없다. 그러나 60년 이상된 서울 암사동 동신면가/동신떡갈비를 비롯해서 노포가게 점주들 몇몇을 보면 어떤 모습일까? 딱히 뭐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남다른 세심한 배려와 온정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기묘한 인간애적인 연대감이 아닐까? 밥장사를 하면 밥만 팔아서는 안되고 마음을 팔아야 한다. MBC 드라마 '상도‘를 보면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란 대사를 보면서 현재 지구상에 남아 있는 인류와 동물 등 종에 대해 '훈훈하고 다정한 인간애적인 태도'가 생존의 비결이 아닐까?

◇칼럼니스트 약력

소셜외식경영연구소 대표
서울신용보증재단 자영업자 교육(마케팅) 전문강사
자영업성공학교 마케팅담당 선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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