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없이 기립표결 강행…슈퍼여당 독주
몸싸움까지 벌인 ‘검·언 유착’ 의혹 수사
감사원장 향해 맹공…‘사퇴·탄핵’ 언급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부동산 관련 법안 심의가 진행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조수진 의원이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자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김용민 의원이 조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부동산 관련 법안 심의가 진행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조수진 의원이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자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김용민 의원이 조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와 검찰은 아수라장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첨예하게 대립한 끝에 난장판을 만들었고 서울중앙지검과 검언유착 의혹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은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였다. 

국회에서는 야당을 배제하고 쟁점 법안들이 여당 단독으로 줄줄이 처리됐다. 3개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걸린 시간은 약 20분이었다. 법무연수원에서는 검찰 사상 초유의 난투전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검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에게서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수사팀장과 검사장이 몸싸움을 벌여 빈축을 샀다. ‘월성 원전 1호기 가동 중단’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놓고 불거진 최재형 감사원장과 민주당의 갈등이 감사위원 임명 문제로 불거지면서 꼴불견도 벌어졌다. 

이 모든 게 29일 하루에 벌어진 일이었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폭주기관차처럼 민주당이 거대여당이 되자 국회 안팎에서 일방적으로 독주했다.  

거대여당 ‘입법 독주’에 속수무책

7월 임시국회에서는 여야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관련 입법 처리 시한이 얼마 안 남았다”며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는 반면 미래통합당은 장외투쟁 카드까지 검토하고 있다. 여야가 대화와 타협이라는 협치 정신 대신 힘 대 힘의 대결로 부딪치면서 정상화 궤도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28일 통합당의 반발 속에도 부동산 관련 개정안 11개를 상임위에서 처리한 데 이어 29일도 ‘강행 처리’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상임위 소위 구성 생략’ ‘서면 동의서를 통한 법안 상정’ ‘업무보고보다 앞서 법안 심사’ ‘협의 안 될 시 기립표결 강행’ 등으로 속전속결에 나선 것이다. 29일 오전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선 통합당 위원들이 퇴장한 상태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의결했고 같은 날 오후엔 통합당의 보이콧 속에 운영위원회에서 공수처 후속 3법을 의결했다. 이날도 부동산 관련 세법과 임대차보호 관련법 등을 상임위에서 처리했다. 여당의 무한 질주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야당이 장외투쟁으로 맞설 경우 국회는 힘에 의한 대결의 장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왼쪽)의 휴대전화를 추가로 압수 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수사팀장인 정진웅 부장검사(오른쪽)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연합뉴스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왼쪽)의 휴대전화를 추가로 압수 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수사팀장인 정진웅 부장검사(오른쪽)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연합뉴스

초유의 검사장 폭행 논란 진실은? 

검언유착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휴대폰 압수수색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의 정진웅 형사1부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중앙지검은 한 검사장이 압수수색을 물리적으로 방해했으며 이 과정에서 정 부장이 넘어져 병원 진료를 받고 있다고 반박하는 등 양측 간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한 검사장은 29일 압수수색 과정에서 정 부장에게 일방적으로 신체적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 검사장이 정 부장의 허락을 받아 변호인에게 전화하기 위해 휴대폰 비밀번호를 풀려 했는데 갑자기 정 부장이 탁자 너머로 몸을 날려 한 검사장의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한 검사장 몸 위로 올라타 얼굴을 눌렀다. 한 검사장 측은 “정 부장은 한 검사장이 휴대폰 비밀번호를 풀면 휴대폰 정보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고 주장한다”면서 “전화를 하게 허용했으면서 어떻게 휴대폰 비밀번호를 풀지 않고 전화를 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이러한 한 검사장의 주장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측은 오히려 한 검사장이 압수수색을 물리적으로 방해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검사장이 휴대폰에 저장된 정보를 삭제 또는 변경하려는 시도로 의심할 만한 정황을 보여 제지하려다 충돌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담당 부장검사가 넘어져 병원 진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정 부장은 용인 시내 병원에서 ‘종합병원 진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다른 병원으로 이동했다. 

최재형 감사원장, 제2의 윤석열?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최재형 감사원장 찍어내기에 본격 나섰다. 최 원장을 향해 국회 공식 회의 석상에서 원장 자격이 없다며 “사퇴하라”고 잇따라 촉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최 원장이 청와대가 추천한 감사위원을 친정부 인사라는 이유로 거부했다는 의혹도 제기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대통령이 임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이유를 내세워 비판 수위를 높였던 집권여당이 이번에는 역시 정치적으로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는 감사원장을 대상으로 사퇴론까지 들고 나섰다. 2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최 원장을 둘러싼 의혹을 근거로 들며 최 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전체회의는 미래통합당의 불참 속에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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