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남부지법 문서 입수 “신한금투 2018년 6월 부실채권 라임에 양도”
“싱가포르 회사에 팔기 위해 부실채권 양도” 라임 변호사 판사에게 설명
금감원 분쟁조정2국“투자손실 인지시점에 따라 계약취소 범위 늘어나”
케이만 군도 법원에 언급한 싱가포르 회사 트리테라스 아시아(로디움)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했던가.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꿈꾸던 신한금융투자와 한국 헤지펀드 수탁고 1위였던 라임자산운용이 펀드 돌려막기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전락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에서 신한금융투자의 역할은 판매사 이상이었다. PBS사업본부는 라임 무역금융펀드 운용에 필요한 자금대출과 펀드 자산관리, 컨설팅 등을 제공했다고 알려졌다. 이런 까닭에 신한금융투자는 3,600억원대 대출(TRS)을 지원하고 해마다 수십억원대 수수료를 받았다. WM추진본부는 펀드 상품을 팔아서 판매 수수료까지 챙겼다. 신한금융투자가 무역금융펀드 기획과 설계부터 판매, 자금대출, 펀드 자산관리까지 모두 관여했다는 뜻이다. 

미국 뉴욕남부지방법원과 케이만 군도 대법원에 라임자산운용이 제출한 문서를 30일 입수해서 분석한 결과 신한금융투자와 라임자산운용은 늦어도 2018년 5월부터 해외 무역금융펀드(GTFF,  STFF) 부실을 눈치챘고 부실채권을 처리할 준비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처음엔 신한금융투자도 펀드 사기 피해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손실을 감추고 펀드 돌려막기를 했다는 점에서 신한금융투자와 라임자산운용도 펀드 사기의 장본인이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2019년 11월 국제투자그룹(IIG)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고 투자자산 동결과 함께 투자자문 등록을 취소했다. 금융 범죄 기소권을 가진 증권거래위원회는 공소장에 IIG가 2017년 3월 무역금융 대출 가운데 최소 6천만 달러에 이르는 채무불이행 대출을 감추기 위해 가짜 계약서를 만들었다고 적시했다. IIG는 무역금융 펀드 TOF와 GTFF, STFF 등을 이용한 펀드 돌려막기로 투자자를 속여서 투자자문법, 증권거래법 등을 위반했다. 이상준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2019년 11월 국제투자그룹(IIG)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고 투자자산 동결과 함께 투자자문 등록을 취소했다. 금융 범죄 기소권을 가진 증권거래위원회는 공소장에 IIG가 2017년 3월 무역금융 대출 가운데 최소 6천만 달러에 이르는 채무불이행 대출을 감추기 위해 가짜 계약서를 만들었다고 적시했다. IIG는 무역금융 펀드 TOF와 GTFF, STFF 등을 이용한 펀드 돌려막기로 투자자를 속여서 투자자문법, 증권거래법 등을 위반했다. 미국 검찰은 올해 7월 17일 IIG 설립자 데이비드 후(60)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이상준 기자

퀴라소發 펀드사기 여의도까지 

뉴욕에 본사를 둔 국제투자그룹(the International Investment Group LLC)은 중남미 무역금융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투자자문회사다. 국제투자그룹(IIG)은 2007년부터 무역금융 관련 투자손실을 감추기 위해 대출계약서를 조작하고 펀드 돌려막기를 일삼았다. IIG가 2015년 12월 퀴라소에서 설정한 무역기회펀드(TOF) 환매 중단을 선언하자 일부 투자자는 2016년 12월 뉴욕남부지법에 투자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궁지에 몰렸던 IIG는 2017년 TOF 손실을 메우기 위해 케이만 군도에서 설정한 글로벌 무역금융 펀드(GTFF)와 구조화 무역금융 펀드(STFF)를 활용했다.

IIG 펀드 사기를 조사했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다니엘 마이클 복합금융부서장은 “전문 투자자조차 금융 다단계 사기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위원회설명처럼 여러 나라의 연기금과 기관투자자, 보험회사, 헤지펀드가 IIG 펀드 사기에 속아서 TOF와 GTFF에 투자했다.

 하필이면 이때 신한금융투자도 펀드 사기의 덫에 걸렸다. 뉴욕과 퀴라소에서 논란이 된 IIG 사태를 몰랐는지 신한금융투자가 2017년 5월 GTFF에 7천만 달러를 투자하자 IIG는 GTFF보다 수익이 60%p 높은 STFF를 설정해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신한금융투자는 STFF에 1억 2천만 달러를 더 투자했다. 이렇게 해서 신한금융투자는 총 1억 9천만 달러를 해외 무역금융펀드(GTFF, STFF)에 투자했다. IIG는 신한금융투자를 희생양으로 삼아서 급한 불을 껐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조사 끝에 가짜 무역금융 대출과 펀드 돌려막기 등 금융 다단계 사기가 들통났다.

신한금융투자는 IIG와 마찬가지로 솔직하지 않았다. IIG가 TOF 환매대금을 마련하고자 해외 무역금융펀드를 악용한 것처럼 신한금융투자와 라임자산운용도 무역금융펀드 환매대금을 마련하려고 여러 펀드에 부실을 떠넘겼다. 라임자산운용은 2018년 11월 펀드 구조부터 바꿨다. 기존 무역금융펀드 5개를 플루토 TF-1호로 통합해서 투자손실을 다른 펀드에 넘겼다. 개방형 해외 무역금융펀드 BAF가 2019년 2월 폐쇄형으로 바뀌자 다음달부터 Credit Insured 1호 펀드를 만들었고 2019넌 4월 투자자산을 바꾸는 계약을 맺었다. 해외 무역금융펀드 부실채권을 싱가포르 무역금융 중개회사 로디움에 넘기되 3~5년짜리 약속어음(P-note)을 받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IIG가 TOF 펀드 부실을 GTFF와 STFF 펀드 자금으로 메웠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상준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IIG가 TOF 펀드 부실을 GTFF와 STFF 펀드 자금으로 메웠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상준 기자

얽히고설킨 라임펀드 1.6조원대 펀드런

펀드 돌려막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라임자산운용은 2019년 10월 1일 라임 Top2 밸런스 6M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3개 펀드 상환금 274억원 지급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금융시장 침체로 자산 현금화가 늦어졌다고 변명했지만 시시각각 돌아오는 총 177개 펀드 만기일은 시한폭탄이나 다름이 없었다. 불과 석 달 만에 환매가 중단된 퍼드 규모는 무려 1조 6,679억원(2019년 12월 기준)이었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펀드 손실은 1조원대였고 한 푼도 챙기지 못할 깡통 펀드 규모도 5천억을 육박했다.

19년 10월 라임 펀드 환매중단

석달 만에 1.6조원대 환매중단

금감원 “1조원대 손실” 예상

무역금융펀드 5억$ 손실 예상

신한금투 “라임 펀드 설계와 무관”

라임 펀드 수탁고는 총 4조 5천억원대였다. 해외투자용 펀드 2개와 국내투자용 펀드 2개(수탁고 1조 7,226억원)에 173개 펀드(수탁고 1조 6,679억원)가 투자하는 구조다. 해외 무역금융 채권에 투자한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는 펀드 자산 약 6천억원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약 2,400억원을 IIG 해외 무역금융펀드(GTFF, STFF)에 투자했다. 금융감독원은 “플루토 TF-1호가 투자한 약속어음 5억 달러는 해외 무역금융 펀드 5개의 손실과 연동되는 구조로 해외 무역금융펀드 투자손실이 2억 달러 이상이면 플루토 TF-1호는 전액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이 2019년 4월부터 판매했던 Credit Insured 1호(CI) 펀드도 손실이 예상된다. 삼일회계법인 실사 결과 CI 펀드는 무역금융펀드와 관련이 있는 약속어음(470억원)과 해외투자용 플루토 TF-1호(30억원), 국내투자용 플루토 F1 D-1호(719억원) 등에 투자했다. 금융감독원은 플루토 FI-D-1호(수탁고 9,391억원) 손실률은 최소 31.8%에서 최대 49.6%로 예상했다. 테티스 2호 손실율도 21.5~42.3%로 추정했다.   

충격적인 펀드런 사태와 함께 라임자산운용은 지탄을 받았지만 신한금융투자는 상대적으로 비판에서 자유로웠다. 언론이 꾸준히 신한금융투자와 TRS의 실상과 문제를 보도했지만 금융업계에서조차 낯선 PBS와 파생거래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신한금융투자는 “라임 무역금융펀드 설계와는 무관하다”며 책임을 회피해왔다. 신한금융투자는 2017년 GTFF와 STFF에 투자하는 무역금융펀드 상품을 설계해 라임자산운용에 운용을 맡겼다고 알려졌다. 게다가 파생거래인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대출을 지원하고 수십억원대 수수료까지 받았다. 펀드 사기에 대하여 신한금융투자 홍보팀은 “수사중인 사안이라 자세하게 말하기 어렵다”고만 말했다. 

 

금융당국 제대로 조사했나?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올해 3월 신한금융투자 PBS 사업본부 임○○ 본부장을 체포했다. 임 본부장은 해외 펀드에서 발생한 부실을 알리지 않고 일반 투자자들에게 480억원 규모의 펀드 상품을 판매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투자자를 속여 부당하게 판매했다는 이유로 무역금융펀드 관련 상품 판매가 사기 혐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 ’18년 11월 17일로 파악

뉴욕남부지법 자료 ’18년 5월 추정

신한금투가 라임에 넘긴 부실채권

싱가포르에 넘기려고 준비 

그렇다면 무역금융펀드 사기는 언제부터 시작했을까? 금융감독원은 신한금융투자와 라임자산운용이 해외 무역펀드 투자손실을 인지한 시점이 2018년 11월 17일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까닭에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을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분쟁조정을 신청한 50대 직장인과 전문투자자, 70대 주부, 장학재단은 착오가 없었다면 무역금융펀드에 가입하지 않았을 거라는 이유로 민법 109조에 따라서 계약을 취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첫째 계약체결 시점에 이미 손실이 발생했고, 둘째 운용사가 투자제안서에 수익률 및 투자위험 등을 허위로 기재했고, 셋째 판매사는 투자제안서에 담긴 허위사실을 설명함으로써, 투자자로 하여금 착오를 유발하게 하여 합리적인 판단의 기회를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뉴욕남부지법이 파악한 손실 인지 시점은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시점보다 앞섰다.

라임자산운용이 올해 1월 뉴욕남부지법에 제출한 문서에는 신한금융투자가 2018년 6월 1일 해외 무역금융펀드(STFF) 수익증권을 모두 라임자산운용에 넘겼다는 사실이 기록됐다. 라임자산운용이 선임한 법률대리인은 판사에게 “신한금융투자가 STFF 수익증권을 싱가포르 회사에 팔기 위해 라임자산운용에 수익증권을 넘겼다”고 진술했다. 신한금융투자와 라임자산운용이 늦어도 2018년 5월 STFF 부실을 눈치챘기에 싱가포르 회사 로디움을 활용해 무역금융펀드 투자자산을 바꾸려고 준비했다는 방증이다.

검찰과 금융감독원은 미국과 케이만 군도 법원 자료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라임자산운용이 뉴욕남부지법에 제출한 자료가 사실이라면 무역금융펀드 계약 취소 대상이 2018년 11월이 아닌 2018년 6월 이후 투자자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2국 송평순 부국장은 “만약 신한금융투자가 해외 무역금융펀드 손실을 인지한 시점이 2018년 6월로 밝혀지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대상도 넓혀진다”고 설명했다. 

 

펀드 기준가 왜 왜곡?

해외 무역금융펀드(STFF) 펀드 명세서는 2018년 4월을 마지막으로 작성되지 않았다. 신한금융투자는 2018년 5월부터 해외 무역금융펀드(STFF) 관련 펀드 명세서를 받지 못했다. 라임자산운용은 2018년 10월 케이만 군도 대법원에 제출한 STFF 청산 신청서에 “신한금융투자가 펀드를 관리하는 메이플 펀드 서비스에 여러 차례 펀드 자산가치(NAV)를 요청했었다”면서 “메이플 펀드 서비스가 IIG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더 이상 펀드 서펀드 명세서를 작성할 수 없다고 신한금융투자와 라임자산운용에 알렸었다”고 적었다.

신한금융투자와 라임자산운용은 2018년 5월부터 무역금융펀드 자산 기준가를 왜곡했다. 금융감독원은 “IIG 펀드 기준가가 미산출된 사실을 인지하였음에도 기준가가 매월 0.45%씩 상승하는 것으로 임의 조정하여 인위적으로 기준가를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왜곡된 기준가는 투자제안서에도 반영되었다. 2016년 연말부터 IIG가 운용하던 TOF 펀드 관련 소송이 진행되었으므로 신한금융투자와 라임자산운용이 2018년 4월 이전에 GTFF와 STFF  투자손실을 알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어찌 되었든 신한금융투자 등은 수천억원대 투자금이 손실되었을 가능성이 큰 상태에서 진실이 아닌 거짓을 선택해 고객을 속였다. 

라임자산운용 특수목적법인 LAM(Lime Asset Management) Global Management Ltd는 2019년 10월 30일 케이만 군도 대법원에 IIG 해외 무역금융펀드(STFF) 청산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상준 기자
라임자산운용 특수목적법인 LAM(Lime Asset Management) Global Management Ltd는 2019년 10월 30일 케이만 군도 대법원에 IIG 해외 무역금융펀드(STFF) 청산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상준 기자

뉴욕남부지법 문서에 등장하는 싱가포르 회사의 정체는 트리테라스(로디움)가 케이만 군도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트리테라스 아시아였다. 라임자산운용과 트리테라스 아시아(로디움)는 2019년 1월 신한금융투자가 가졌던 해외 무역금융펀드(GTFF, STFF) 부실채권을 주고받기로 약속했다. 라임자산운용은 STFF 청산 신청서에 트리테라스 아시아가 회수 곤란한 무역금융 대출을 처리한 경험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뉴욕남부지법과 케이만 군도 대법원 서류를 종합하면 신한금융투자는 로디움과 부실채권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2018년 5월부터 해외 무역금융펀드 투자손실을 눈치챘고 자산 기준가를 왜곡하면서 펀드 돌려막기를 준비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로디움은 왜 투자손실이 심각한 부실채권을 인수했을까?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가 받은 약속어음 원금은 해외 무역금융펀드 손실과 연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3~5년짜리 약속어음을 발행하되 해외 무역금융 펀드 손실이 2억 달러 이상이면 5억 달러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조건이라서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CI 펀드 자금 가운데 470억원이 로디움 지주회사 트리테라스에 흘러갔다는 사실도 꺼림칙하다. 결국 펀드 사기를 당한 라임자산운용은 펀드 구조를 바꾸고 로디움과 펀드자산을 바꾼 뒤 CI 펀드 등을 이용해 펀드를 돌려막았다는 이야기다.

소비자경제신문 이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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