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생각하면 우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광고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들 광고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이들 광고는 1회성 광고보다는 장기 지속성이 중요하다. 가게 현장에서 이 광고를 보고 방문한 고객에 대한 성과측정이 가능할까? 식당은 대부분 식사 시간대가 일정하다. 손님으로 북적이는 특정한 시간대에 고객에게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다.

SNS를 보고 한번은 방문해도 두 번 오게 할 수는 없다. 설령 광고를 보고 방문한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사라지기 마련이다.

최근 HMR(간편조리식품)제품까지 가세하여 소비자의 선택의 범위는 그만큼 높아졌고 이전보다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약화되었다. 자주 이용하던 식당도 좋은 맛집이 생기면 이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점주는 왜 반복해서 지속적으로 광고를 진행할까? 광고 메시지에 대한 반복학습으로 장기기억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소비자의 머릿속은 기업들이 퍼붓는 마케팅의 융단폭격으로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1일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광고 메시지수는 2,000~4,000개라고 한다. 이처럼 광고 메시지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우리의 뇌는 수많은 정보를 얼마나 저장할 수 있을까? 뇌의 저장공간은 대략 2.5페타바이트(2,560 테라바이트) 즉 대략 300만시간 TV쇼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다.

300년 어치의 동영상이 들어간다. 그러나 이것은 저장 용량이지 실제 의식적으로 떠올리는 기억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에서 스마트폰 사용으로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으나 기억용량에는 한계가 있다. TV 드라마를 볼때만 재미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

3일전에 식당에서 밥을 맛있게 먹었는데 그 식당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이처럼 소비자는 제한된 정보만 기억을 한다. 덴마크공대(DTU)와 런던시티대의 공동연구 발표에 의하면 4만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추적한 결과 사람들이 정례적으로 즐겨찾는 단골집은 25개 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새로운 장소가 등장하면 대신 이전의 장소가 퇴출되기 때문에 이 최대의 25개는 언제나 유지된다. 단골 25의 법칙이다. 인지심리학자의 창시자이자 MIT와 하버드대 교수 조지 밀러는 1956년 마법의 숫자 7±2을 발표했다.

우리의 단기기억이 한번에 기억할 수 있는 정보처리의 능력에 대한 한도는 5~9개라고 했다. 이처럼 제한된 광고만 기억하는 소비자에게 동종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장기기억의 깃발을 꽂는 일을 하늘에 별따기 전쟁이 되어 버렸다.

광고의 목적은 내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내 가게로 방문해달라는 구걸행위가 아닐까? 고객이 내 브랜드의 장기기억을 위해 학습을 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감동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켰을 때다. 감동을 하면 경험하는 순간에 사진을 찍듯이 그 장면 그대로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 여러분도 오래전 기억을 떠올릴 때 감동적인 경험이나 혹은 행복한 경험이 먼저 연상되지 않는가?

외부에서 들어오는 감각정보는 뇌의 여러 가지 다른 부분에서 처리되며 이 모든 요소를 하나로 조합하는 부분으로 기억을 관장하는 중앙 측두엽에 ‘해마’라고 하는 중요한 조직이 있다. 감정적인 경험을 하게 되면 편도체 즉 해마 바로 옆에 위치한 뇌의 감정중추가 실제로 해마를 활성화 시켜서 훨씬 더 정확하고 오래 기억한다. 감정이 결부된 사건들은 더 잘 기억한다. 매우 강한 감정 예를 들면 자동차 사고나 감동의 큰 경험은 감정을 동반하면서 세부까지 생생하게 되살아 나는 기억들이다.

공포의 감정과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미국 9.11 세계무역센터 테러 기억 실험이다. 사건 3년 후 사건 장소의 거리에 따라 기억을 조사했다. 결과는 사건 당일날 세계무역센터에 더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이 멀리 떨어져 있었던 사람들보다 9.11 사건에 대한 기억이 더 선명했고 편도체가 더 활발하게 움직였다. 감정이 해마에 기억을 생생하게 하도록 활성화 시킨 사례다.

감정의 범주에는 분노, 슬픔, 공포, 기쁨, 사랑, 놀라움, 혐오, 수치 등이 있다. 이들 감정에서 우리는 기쁨과 사랑에 주목해야 한다. 내 가게에 방문한 고객이 서비스 경험을 하는 동안 극한 기쁨과 사랑의 감정을 경험한다면 그것이 위대한 광고가 아닐까? 평생동안 주변 지인들에게 두고 두고 이야기를 할 것이다.

감동의 조건은 어떤 것이 있을까? 기대이상의 혹은 예상하지 않은 서비스를 경험했을 때다. 만족은 소비자의 기대에 초과된다는 개념이지만 감동은 기대를 넘어선 긍정적인 놀라움에 기초한다. 감동은 예상의 차이에 따라 감동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기대하거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때 감동적인 경험을 하면 즐거움이 커지지만 예상했던 경험을 한다면 그 즐거움은 반감된다. 이처럼 감동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경험이어야 한다. 뻔한 말과 서비스는 감동하지 않고 집중도 하지 않는다.

정보의 40%만 수용한다. 60%는 과거의 경험으로 재구성한 기억이나 패턴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기억에 의존하여 달라진 것만 새롭게 채워 넣는다. 따라서 소비자는 항상 새로운 것에 더 집중하고 반응한다. 뇌의 신경전달물질 도파민도 새로운 것에 더 많이 분비된다. 놀라운 긍정의 경험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다.

감동은 최일선 접점에 있는 직원의 대인적인 요인이 감동에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필자는 수년이 지났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뛰는 감동적인 사건이 있다. 햇빛이 뜨거운 여름 오후였다. 지인과 함께 커피점에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고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바리스타가 테이블에 다가와 “손님? 우산 가지고 오셨어요?” 생뚱맞은 질문에 창밖을 보니 햇살이 쨍쨍하는 하늘에서 갑자기 굵은 소낙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우산 가지고 오시지 않았으면 앉아 계시다가 비가 그치면 가세요. 대신 커피는 리필해 드리겠습니다” 우리 일행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그 바리스타는 테이블마다 다니면서 손님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있었다. 바리스타는 대부분 카운터나 주방에 있고 이처럼 홀 서비스는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지인을 만나면 바리스타 이야기를 하곤한다.

그러나 감동적인 경험이 계속 반복되면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작용한다. 즉 감동적인 서비스를 한번 더 경험하면 한번 더 경험했을 때 감동의 누적은 조금씩 늘어나지만 상대적인 감동은 줄어든다. 즉 식상해진다는 말이다.

위대한 광고는 페이스북 광고가 아니라 현장에서 고객에게 감동적인 서비스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영혼없는 페이스북 광고는 마음의 울림이 없고 수천개의 광고 중에 하나일 뿐이다. 광고를 본다고 해서 그 광고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입소문내지 않는다. 실제 광고를 본다고 해도 1초 미만의 감각기억에 머물러 있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휘발성이다.

필자는 식당을 운영할 당시, 고객의 감동적인 경험을 위해 목련꽃차를 개발했다. 3월이 되면 새벽 5시에 일어나거나 또는 영업이 끝나는 밤 10시 이후에 자루를 들고 산과 들에 다니며 목련꽃을 채집했다. 이렇게 채집한 꽃을 하나 하나 정성들여 잘 손질하고 그늘에 말린다.

이렇게 완성된 목련꽃차 한잔을 고객 테이블에 내어놓을 때 꽃차 한잔을 만들기 위해 오랜 작업과정을 설명하면 고객은 탄성을 자아낸다. 대부분 고객들은 목련꽃차 마셔본 경험이 없다. 필자의 가게에서 그 감동적인 첫경험을 했다면 평생 기억하지 않을까? 긴겨울 지나 목련꽃이 피는 계절 3월이 되면 거리에 하얗게 핀 목련꽃을 바라보면서 필자의 가게에서 마셨던 목련꽃차의 첫경험을 떠올리지 않을까?

식당은 이제 맛있는 음식 뿐만 아니라 고객경험을 통해 기억도 디자인해야 한다. 한두시간 앉아 식사를 맛있게 한다고 해서 내 가게를 얼마나 기억할까? 한두시간의 경험보다는 평생 잊혀지지 않는 의미의 찰나의 기억이 더 중요하다. 고객은 기억에 따라 행동한다. 단계별 고객접점 여정에 감정을 불어넣으려면 목련꽃차처럼 기대이상의 놀라운 경험과 감동적인 스토리를 전달해야 한다. 감동적인 경험이 광고보다 훨씬 강력하다. 이것이 위대한 광고의 조건이 아닐까?

◇칼럼니스트 약력
소셜외식경영연구소 대표
서울신용보증재단 자영업자 교육(마케팅) 전문강사
자영업성공학교 마케팅담당 선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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