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방문한 고객이 다시 식당을 찾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연 맛이다. 실제 소비자 설문조사의 통계자료를 봐도 ‘재방문 이유’ 1위는 응답자 절반에 가깝게 또는 절반 이상이 ‘맛’으로 응답을 했다.

그렇다면 맛의 본질은 무엇일까? 혀에 닿는 음식 자체의 맛일까? 아니면 혀에 닿지 않는 공감각의 맛일까? 우리 뇌가 기억하는 맛은 혀에 닿는 물리적인 속성의 음식 자체의 맛이 아닌 감정의 맛으로 기억한다. 맛은 미각으로 느끼는 물리적인 속성이라기 보다는 음식이 입에 들어가기 이전에 고객이 경험하는 다양한 상황에 따라 맛을 다르게 느낀다. 예를 들면 커피용기 색상, 브랜드, 언어에 따라, 보이는 대로 맛은 다르게 느껴진다.

오래전 한 방송사가 명동거리에서 커피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첫 번째 실험은 각 브랜드의 커피를 동일한 하얀 종이컵에 담아 소비자들에게 맛을 보게 했다. 어떤 커피가 가장 맛있다고 응답했을까? 우리나라 ‘다방커피’였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종이컵에 각각 커피 상표를 부착하여 맛을 보게 했다. 두 번째 실험결과에서는 ‘스타벅스’ 커피맛이 가장 좋다고 응답했다. 종이컵마다 부착된 상표명을 봤을 때 소비자들은 어떻게 맛의 차이를 구별했을까? 상표명을 보게 되면 소비자는 그 상표에 대해 이전에 알고 있던 사전 지식과 경험들이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맛을 지각하는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브랜드에 따라 느끼는 맛도 다르다. 음식 맛은 식감, 조리법, 상차림, 분위기, 동석자에 따라 증폭된다. 또한 온도에 따라 맛이 다르며 기분과 이미지, 브랜드 신뢰도에 따라서도 맛은 다르다. 이처럼 맛은 양념과 식재료에서만 느끼는 단순한 맛이라기 보다 오감을 통한 종합과학의 감정 맛이다. 백종원 대표도 인터뷰에서 맛은 30%, 분위기가 70%라고 말한 바 있다.

필자의 집앞에는 갈빗집 식당이 있다. 연기가 배출되는 연통을 가게 전면간판 바로 위에 부착을 해서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냄새가 진동한다. 갈비 냄새에 취해 간판을 한번 더 보게 되고 필자도 모르게 식당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꽤 여러번 있었다. 먹기 전에 갈비 냄새를 맡는다면 선행경험으로 뇌는 후각의 자극을 받아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활동이 개시되는데 입맛을 다시게 하고 강한 식욕을 불러 일으킨다. 따라서 식당은 이제 ‘맛있게 만드는 집’보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집’을 만드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인간의 뇌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에서 분비되는 ‘도파민’ 신경전달 물질이 있다. 도파민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행복물질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다. 예를 들면 코카인같은 마약을 흡입시 도파민이 최대 22% 증가되고, 음악을 들으면 6~9%, 음식을 먹을 때 6%가 증가한다.

경쾌한 피아노 음악을 들으면 단맛 10%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처럼 내 가게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 혀맛만 느끼는 것이 아닌 기분좋게 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시간과 상황에 맞게 의도적으로 적절하게 배합하여 마케팅을 해보자. 점주는 고객이 식사를 하는 동안 음식 맛을 느끼면서 즐거운 시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어디에 돈을 쓰면 행복감을 느낄까? 코넬대 심리학과 길로비치 교수와 동료 실험에서 경험재와 물질재가 가져다 주는 행복감의 크기는 다르다고 발표했다. 예를 들면 아주 비싼 좋은 차를 샀다고 가정해보자. 처음에 사서 운전을 할때는 아주 기분이 좋고 행복감을 느끼지만 그 감정도 몇 개월 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유명 쉐프가 만든 맛있는 음식, 가족과 함께 다녀온 해외여행 등에 대해서는 평생동안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곤 한다. 경험을 위한 소비가 가장 오래 기억되며 이야기를 할때마다 그때의 즐거운 상황을 떠올리며 행복해 한다. 식당에서는 이제 밥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

밥만 판다면 소비자는 굳이 걸어서 또는 차를 타고 식당에 찾아갈 이유가 없다. 스마트폰으로 손가락 몇 번 터치를 하면 생일 선물같은 음식이 문앞으로 배달된다. 외출하지 않고도 집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HMR(간편조리식품), 배달음식이 인기있는 이유다.

경기불황과 코로나 상황에서도 무노력의 상품은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점점 비대면 소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를 내 식당으로 오게 만드는 비결은 무엇일까? 색다른 재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경험재 상품을 팔아야 한다.

치열한 경쟁환경에서 고객은 맛만 기억하지 않는다. 인간의 뇌구조는 감정을 자극하는 정보 즉 주변상황, 분위기, 음악, 식사의 의미 등을 더 오래 기억한다. 시간이 지나 특별한 음식을 먹은 기억을 떠올리면 혀맛은 망각되고 그 당시 상황, 주변 사람들과 대화, 그 당시에 느꼈던 감정이 떠오른다. 따라서 이제 맛은 음식자체의 맛이 아니라 뇌도 맛을 만든다는 맛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매장의 분위기와 공간을 재구성하여 매장을 방문하게 만드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경험재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칼럼니스트 약력
소셜외식경영연구소 대표
서울신용보증재단 자영업자 교육(마케팅) 전문강사
자영업성공학교 마케팅담당 선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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