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말을 듣는다는 것, 우리는 경청이란 단어를 어느 정도로 이해하고 있을까? 경청은 상대방의 말을 통해 그의 감정과 생각, 의도를 듣는 것이다.

또 경청은 상대방의 말에 관심과 집중을 의미하며 온전히 상대방에게만 주목하고 그의 말과 감정을 수용하는 것을 말한다.

경청도 건성으로 듣는 것에서부터 맞장구를 치거나 공감하면서 듣는 적극적 경청, 말하지 않는 것까지 듣는 최고의 단계인 맥락적 경청이 있다. 맥락적 경청이 중요한 이유는 의사소통 과정에서 단어로 전달되는 효과는 매우 낮기 때문이다.

심리학자이자, UCLA의 교수였던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이 발표한 이론 ‘메라비언 법칙’에 그 해답이 있다. 그는 상대방에 대한 인상이나 호감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보디랭귀지는 55%, 목소리는 38%, 말의 내용은 7%만 작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말하는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얘기를 하는지 언어적 요소 이외의 표정, 음성 등 다른 단서를 통해 숨은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말의 이면을 빠르게 꿰뚫어 비언어 속에 숨은 뜻의 감정까지 듣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곧 겸손의 자세이며 상대방을 존중하고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전에 필자는 서울 지하철역 주변 우동집을 방문했다. 가게는 오픈 주방으로 직원 전원이 주방에서 일을 하는 셀프 서비스 구조였다. 식사 중에 갑자기 날카로운 여성의 소리가 들렸다. 돌아봤더니 자신이 주문한 메뉴가 그 여성을 건너뛰어 다음 사람에게 잘못 전달된 것이었다.

여성은 주방에 있는 점주에게 항의를 했지만 주방 근무자 모두 뻣뻣한 자세로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 고객은 화를 참지 못한 채 식사를 포기하고 환불 요청 후 가게를 떠났다.

왜 화를 참지 못했을까?

불편하더라도 다시 기다렸다가 식사를 하면되지 않았을까? 점주와 직원들의 표정과 태도 때문이다. 고객이 화가 난 상태에서는 말의 내용은 잘 전달이 되지 않는다. 죄송하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상투적인 말이다. 미안해서 어쩔줄 모르는 표정과 자세, 행동의 시각적 요소가 훨씬 전달력이 크다.

대다수의 고객은 면전(面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점주에게 진정한 경청의 자세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말을 해놓고도 후회할 때가 있다. 화가 날 만큼의 불친절한 서비스를 경험한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고객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불편을 경험한 고객 95%가 표현하지 않고 침묵한다고 한다. 우리는 침묵하는 고객의 불편한 마음까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경청 기술이며 제3의 귀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계산대에서 직원이 “맛있게 잘 드셨어요?” 물어볼 때 고객은 “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대답을 한다면 이 말이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는 말인지 아니면 상투적인 말인지를 가려내야 한다. 말과 표정, 태도 등 비언어를 통해 고객의 말하는 의도와 감정까지 이해하는 맥락적 경청의 기술이 필요하다. 맥락적 경청은 경청의 최고 단계다.

한 예로 KTF SHOW ‘사랑해’편의 광고(유튜브 참조)를 보면 등장인물 7명이 모두 똑같은 말로 ‘사랑해’ 말을 하지만 그들의 표정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의미가 제각각 다르다. 예를 들면 ‘보고 싶었어’ ‘오빠 못믿니?’ ‘바람피면 죽는다’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음식점에서 많은 점주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객이 건네주는 카드에만 시선을 둔다. 0.1초의 눈맞춤과 표정을 통해 위 광고처럼 그 고객의 숨은 의도와 감정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경청은 고도의 기술이며 상대방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수고를 동반한다. 경청은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으로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언어가 나온다. 고객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패러다임에 들어가야 하며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듣는 기술이 없다면 말하는 사람의 마음과 생각,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

내 중심에서 듣는다면 상대 언어가 아닌 내 언어가 나오게 되며 그 말한마디에 고객은 마음의 문을 바로 닫는다. 따라서 주의깊은 경청을 통해 최종적으로 공감적 경청단계까지 가야 그것이 고객을 위한 진정한 경청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듣는 힘의 원천은 공감에서 시작된다.

고객의 말을 듣는 과정에서 주의해야할 것이 있다. 예를 든다면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든지, 머리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건성으로 듣는 척 한다는지 또는 편견을 가지고 듣는 경우가 있다. 고객의 말을 들을 때는 진심의 마음으로 귀를 열어야 고객의 마음이 보인다.

진심의 마음은 곧 을의 마음을 말한다. 내가 을이 되어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이며 갑이 되는 순간 고객의 마음은 가려진다. 사람은 말하는 것보다 5배 빨리 듣는다. 그만큼 청각이 발달되어 있고 전후 맥락을 빠르게 분석할 수 있다.

즉 고객이 말을 하기도 전에 우리는 고객의 말하는 의도와 감정을 사전에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고객의 말에 집중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뱃속에 태아도 4개월이 되면 외부 세상의 소리를 듣는다. 그만큼 오감 중에서 청각이 가장 먼저 발달하며 죽을때도 청각이 가장 오래 남는다고 한다.

의사소통 과정에서 경청은 상대방으로부터 호감과 신뢰를 얻는다. 사람은 누구나 말을 하는 사람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에게 더 호감을 갖기 마련이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즉 ‘잘 들어줌으로써 고객의 마음을 얻는다'는 말이다.

듣고 또 듣는 세심한 배려가 중요하다. 낫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몽골제국 징키스칸은 ‘내 귀가 나를 지혜롭게 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음식점을 운영하다 보면 매일 반복되는 일로 자신의 생각에 고착되기 쉽다. 그러나 고객에게 귀를 연다는 것은 외부 세계와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경청의 방법도 고객이 말을 했을 때 듣는 수동적 경청도 있지만 고객의 생각과 의도를 알기 위해 사전 질문을 통해서 얻는 적극적 경청도 있다.

필자는 적극적인 경청 방법으로 두가지를 실천한 바 있다. 예를 든다면 식당 내부에 고객의견함 3개를 설치해서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고객의견을 수집한 바 있고 식사후 계산대에서 다시한번 맛과 서비스에 대한 질문을 했다. 수동적 경청방법으로는 고객의 마음과 생각을 파악하는데 매우 제한적이다. 고객이 먼저 내게 다가와야 한다. 먼저 다가와 불편한 점을 일일이 말하는 고객이 과연 몇 명일까?

우리는 듣는다는 것을 언어로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상대방의 마음과 감정, 의도까지 파악하기 위해 표정을 잘 살피는 것도 경청이다. 고객의 말을 잘 듣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며 성공을 이끄는 힘이다.

◇칼럼니스트 약력

소셜외식경영연구소 대표
서울신용보증재단 자영업자 교육(마케팅) 전문강사
자영업성공학교 마케팅담당 선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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