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직원이 아무런 설명 없이 계약서 작성” 호갱 취급
갑질 대리점 변명 “요즘 경기가 불황이다보니…잘못인정”
포장 뜯은 휴대폰도 7일 이내면 계약해지 가능  

고객 동의 없이 계약서를 작성해 갑질 논란을 일으킨 KT 오현미디어 아현점.
고객 동의 없이 계약서를 작성해 갑질 논란을 일으킨 KT 오현미디어 아현점.

“집에 와서야 알았어요. 휴대폰 대리점 직원이 말했던 가격과 차이가 많고 나도 모르게 고가의 요금제로 계약했다는 것을…. 요즘 말로 나를 호갱으로 본 거죠.”

이통통신 대리점의 갑질은 여전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독자 이○○(60)씨는 22일 소비자경제신문 편집국을 방문해 “휴대전화 사기를 당한 것 같습니다”라고 하소연했다. KT 오현미디어 아현점은 이씨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계약서에 서명만 받은 채 멋대로 11만원대 요금제로 휴대전화를 강매했다. 이른바 ‘대리점 갑질’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이씨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어렵사리 생활해왔다. 하루에 기껏해야 2~3통 쓰지만 휴대전화는 일자리를 구하는 수단이다. 그러던 어느날 식당에서 일하다 휴대전화를 물에 빠트렸다. 일자리를 얻는 수단이 사라진 셈이다. 그래서 이씨는 20일 저녁 8시께 일하다 말고 식당 근처에 있던 KT 오현미디어 아현점을 찾았다.

갑질 대리점 “우리도 먹고 살려니까…”

“휴대폰을 바꾸러 왔습니다.” “어떤 폰을 찾으세요?” “일하다 와서 길게 설명을 듣지 못하니 연락만 되는 중고폰을 보여주세요.”

중고폰을 찾는 고객에게 직원은 중고폰은 1~2년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며 신제품을 권유했다. 고객은 이씨에게 계약서를 주며 서명란에 이름을 쓰고 서명만 하라고 했다. 식당으로 돌아간 이씨는 일을 마치고 9시께 LG전자 스마트폰 벨벳을 받아든 채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한 이씨는 깜짝 놀랐다. 휴대전화 가격이 69만원대라고 들었는데 계약서에 적힌 할부원금은 벨벳 출고가와 같은 89만 9,800원이었다. 벨벳은 지원금이 많기로 소문이 났지만 할인은 단 한 푼도 없었다. 게다가 요금제는 11만원대로 약정할인을 적용해도 8만원을 훌쩍 넘었다. 24개월 약정인데 휴대전화 할부기간은 36개월인 것도 이상했다. 

제보자 이씨에게 서명만 받은 계약서. KT 오현미디어 아현점은 구체적인 계약내용도 없는 계약서를 작성해 빈축을 샀다. 오아름 기자
제보자 이씨에게 서명만 받은 계약서. KT 오현미디어 아현점은 구체적인 계약내용도 없는 계약서를 작성해 빈축을 샀다. 오아름 기자

소비자경제신문이 계약 과정의 잘못을 하나씩 묻자 KT 오현미디어 아현점은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대리점 직원은 “요즘 경기가 어려워서 손님이 없다보니 형편이 코로나19 사태 전 처럼 좋지 않다. 고객을 속여 물건을 판 점에 대해서는 깊이 사과드린다. 앞으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리점에 찾아가 “단순변심으로 개통철회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포장 뜯었어도 개통철회 가능

제보자처럼 휴대전화를 개통한 지 7일 이내라면 개통을 철회할 수 있다. 제보자는 대리점에서 “단순변심으로 개통철회를 요청한다”고 말하고 요금제를 바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할부거래법에 근거해 계약서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청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보자 이씨처럼 대리점에서 갑질을 당했거나 특별한 이유없이 마음이 바뀌었더라도 가능하다. 공정거래위 소비자정책국 할부거래과는 “개통 철회는 소비자의 고유권리다. 계약서상 철회권리 명시 여부를 잘 살펴보고, 철회에 어려움을 겪을 시 관계당국에 도움을 구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공정위는 제품을 훼손하지 않았다면 포장을 뜯었더라도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가끔 대리점이 “개통하면 환불이 불가능하다”거나 “포장을 뜯었으니까 안 된다” 또는 “휴대전화는 청약철회에서 예외다”고 말하지만 거짓말이다. 휴대전화는 자동차처럼 청약철회 제외품목이 아니다.

청약철회 거부 과태료는 1회 적발 시 100만원, 2회 적발 시 250만원, 3회 이후 건당 500만원씩 부과된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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