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이용자 절반 이상 '다중 채무자'

[소비자경제=박성민 기자] 카드사 등 일부 비은행기관에서 부실화 조짐이 나타났다.

카드업계의 경우 은행들의 잇따른 카드사 분사에 따른 외형확대 경쟁으로 다중채무자를 대거 양산해 부실화 위험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국은행은 지적했다.

한은이 30일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국내 은행들이 카드사업부를 독립된 카드사로 분사하는 등 카드영업을 강화함에 따라 카드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외형확대가 빠르게 진행됐다.

지난해 중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은 전년보다 30.3% 늘었고, 카드발급 수도 지난해 말 현재 1억2000만장으로 카드사태 직전인 2002년 말의 1억장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카드 이용실적은 10% 가까운 성장세를 지속했고, 특히 카드대출의 일부인 카드론은 42.3%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거대해진 외형만큼 위험도 커져 다중채무자와 복수 카드론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카드사 대출자산의 부실화 위험이 커졌다.

지난 3월 말 카드론 이용자 중 52.9%가 다른 금융권에서도 신용대출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카드론과 다른 금융권 신용대출을 함께 이용하는 다중채무자는 2009년 말 1600만명에서 지난 3월 말 1800만명으로 13.7% 늘었고, 여러 건의 카드론 대출을 받는 복수 카드론 이용자도 같은 기간 90만명에서 110만명으로 22.2% 증가했다.

카드사는 예금 등의 수신기능이 없어 자금조달을 시장성 채권 발행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경기둔화나 금융시장 경색 시 유동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경기가 둔화될 때 카드사에 자금을 공급하는 은행이나 자산운용사 등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선다면 카드사의 유동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사제보 npce@dailycnc.com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