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의혹으로 곤혹을 치르던 이헌재 부총리가 결국 낙마했다. 지난 2일 “문제없다”며 유임결정을 내린 청와대가 고심끝에 내린 궁여지책이다. 언론의 집중포화로 계속되는 여론 악화와 경제수장의 리더십이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부총리의 중도하차에 대해 우리 국민의 여론은 “당연하다”는 게 지배적이나 재계의 경우는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 이는 당일 종합주가지수가 20포인트의 등락을 거듭하며 크게 요동친 것에서도 알수 있다.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그를 두둔하거나 합리화시킬 생각은 없다. 다만 이제 막 살아나려는 한국경제 현실에서 경제수장의 갑작스런 교체는 불안요소를 가중시킬 뿐이며, 특히 국제시장에서 이 부총리만큼 ‘인정’받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중시하는 경제정책은 대타의 ‘한방’을 기대하는 야구와는 성격이 사뭇 다른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일은 우리에게 두 가지 교훈을 던져준다. 첫째 관계당국은 이부총리의 투기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해 불법성을 확실히 가려야 한다.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단지 사표수리로 덮는다면 부동산가격 안정화를 핵심정책으로 삼는 참여정부의 리더십은 크게 손상될 것이다. 철저한 조사만이 차후 유사사건의 재발을 막는 길이며 국민의 여론을 진정으로 수렴하는 자세일 것이다.

둘째 청와대는 그 취약성을 다시 한번 드러낸 인사검증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그동안 우려경제의 부진에는 부실한 인사시스템으로 인한 고위공직자의 잦은 교체가 한몫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탁월한 경제정책을 펼치기는커녕 잦은 교체로 오히려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는다면 오늘날 경제회복을 위한 수많은 논의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끝으로 차기 부총리에게 당부한다. 가시적인 조치나 실적보다는 한국경제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보고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경제정책을 펼쳐주기 바란다. 그것만이 그동안 실정(失政)한 많은 경제수장의 전철을 밟지 않는 길이며, 중도하차한 이 부총리에 대한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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