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평준화에 따른 전략접근

음식천국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제 맛으로만 승부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맛은 이미 상당부분 상향 평준화되어 가는 상황이다. 레시피는 넘치고 심지어는 기술전수 형식으로 레시피가 거래되고 있다. 물리적인 맛으로만 본다면 어느 음식점을 선택하든지 실패할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맛집이 맛을 결정할 정도다. 단지 직원의 무관심이나 불친절로 인해 맛없는 집으로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이전에 백종원 대표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맛은 30%, 분위기가 70%다’는 말을 한 바 있다. 그만큼 우리는 맛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의 다른 것을 기대하고 경험하고 싶어한다. 음식을 먹을 때 우리 뇌와 신체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그리고 레시피에 의해 만들어진 요리 이외에 다른 맛은 없을까?

뇌에는 신경세포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도파민, 세로토닌 등 많은 물질이 신경세포의 자극에 따라 방출된다. 도파민 물질은 쾌감, 행복과 관련된 물질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아도 나올 때가 있다. 변화를 느낄 때, 누군가로부터 칭찬을 받을 때 도파민 분비가 활발해진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때만큼 행복한 일 있을까?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이유가 아닐까? 국내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외식을 하는 이유는 62.6%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때’라고 응답했다.

이 숫자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가족행사를 위한 외식은 제외한 숫자다. 최근 독일 연구소와 해외 공동연구에 의하면 음식을 먹을 때 행복의 물질 도파민이 두 번 방출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음식을 ‘입안에 넣을 때’와 음식이 ‘위(胃)에 닿을 때’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때는 입안에 넣을 때 도파민 분비가 활발하고 맛없는 음식을 먹을때는 위(胃)에 음식이 닿을 때 도파민 분비가 활발해진다. 맛없는 음식도 입안에 넣었을 때 도파민 분비가 활발해지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의 찰스 주커(Charl Zuker) 연구팀의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아세설팜 K(탄산음료 등에 사용되는 감미료)와 설탕을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설탕물과 감미료 물을 동시에 주면 처음에는 두 음료를 다 마셨지만 이틀 후에는 거의 대부분 설탕물만 찾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리의 일상 음식에 설탕을 넣지 않으면 맛이 없다. 왜일까? 설탕을 먹으면 뇌의 보상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사람과 쥐가 동일하게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탕의 과도한 섭취는 비만 등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 식약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은 61.4g이라고 한다. 설탕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설탕소비는 대폭 감소하고 설탕을 대신하는 단맛을 내는 기능성 감미료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신체 면역력에 아주 관심이 많아졌고,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건강식품과 음식을 자주 찾게 되었다. 뇌의 도파민 물질 방출의 원리 이해를 통해 최적의 식재료 믹스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이외에 변화를 느낄때도 행복한 감정을 경험한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 발전을 거듭해왔다. 구글 검색창에 가장 많은 검색어는 new다. 그만큼 트랜드가 빠르다는 의미가 아닐까? 유행이 만들어지고 또 사라지고 시간이 지나면 또다른 유행이 만들어진다.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또한 누군가로부터 칭찬을 받는다면 정말 기분좋은 일이다. 해외 연구에 의하면 ‘칭찬을 받는 것이 월급 1% 올랐을때와 동일한 직무만족을 느낀다’는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칭찬만큼 자신을 인정해주는 말도 없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음식의 물리적인 맛을 내는 것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고객이 내 가게에 머물면서 식사를 하는 동안 행복한 경험을 연출해내야 한다. 그때의 기분좋은 감정이 곧 행복이며 제2의 맛이다. 따라서 우리는 뇌의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리적인 맛에 더하여 기분좋은 경험을 한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뇌에 더 오래 기억하고 행복했던 추억이 담긴 공간을 더 선호한다.

이와 관련해 이창준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공동단장연구팀의 쥐실험 연구가 있다. 2개의 방을 준비하고 실험을 한 결과 2개의 방을 서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데 선호하는 방을 더 오래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을 통해 연구팀은 행복한 감정을 느낌과 동시에 장소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여 그 장소를 선호하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런 사실을 볼 때 우리가 자주 가는 음식점도 더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식당, 더 자주 가고 싶은 음식점이 있지 않을까? 필자의 지인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그 식당은 특별히 맛있지도 않는데 자꾸 가고싶은 끌림이 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외식을 했던 음식점을 5개만 떠올리라고 말한다면 과연 몇 개를 기억해낼까? 금방 회상하기가 어렵다. 왜일까? 음식맛으로만 경쟁을 했기 때문에 외식경험이 많은 고객 입장에서는 맛집에 대한 변별력이 떨어진다. 맛은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 행복을 구성하는 차원의 작은 단위요소일 뿐이다. 한 예로 필자의 경우 음식 맛을 잘 내기 위해 고임금의 요리사를 고용했다. 설문조사 결과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음식은 아무리 맛있게 해도 평가 점수가 높지 않은 반면, 서비스는 조금만 친절해도 평가 점수가 매우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필자가 국내 최초로 ‘61가지 감성서비스’ 콘텐츠를 만든 배경이다. 고객이 음식맛에 대해 평가 점수가 낮다는 것은 음식맛이 아주 없다기 보다 음식맛에 대해서는 지루할만큼 익숙해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말 한마디, 영접 및 환송 인사 하나만이라도 마케팅적으로 접근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몇 년이 지나도 한번의 경험으로도 행복한 추억의 맛집으로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음식점에서 맛은 이제 경쟁우위 요소가 아니라 기본이 된지 오래다. 고객입장에서 이집 가도 되고, 저집 가도 되는 어중간한 컨셉이 아니라 그집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차별화된 컨셉, 편리한 공간구조와 디자인, 물리적인 환경, 고객경험, 서비스가 맛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다. 맛을 뛰어넘는 깊은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점주도 이제는 마케팅을 공부해야 살아남는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매장운영에 필요한 많은 것을 공부하고 배우지만 가장 중요한 분야는 마케팅이다. 마케팅은 SNS, 온라인이 아니라 고객을 연구하고 고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공부하는 마법의 도구다. 맛에 고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 안에 고객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칼럼니스트 약력

소셜외식경영연구소 대표
소비자경제신문 칼럼리스트
서울신용보증재단 자영업자 교육(마케팅) 전문강사
자영업성공학교 마케팅담당 선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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