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 합병·분식회계 통해 불법 승계 주도 혐의 ‘주시’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요청한 지 이틀만…재계 “檢, 제도 훼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아 왔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 청구가 전격 이뤄졌다. 삼성 측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제출한 지 불과 이틀만으로 검찰이 삼성그룹 요청에 맞불을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제도의 취지가 훼손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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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재용 영장 전격 청구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4일 자본시장법 위반,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위증 등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와 함께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미전실), 김종중 미전실 전략팀장에 대해서도 청구가 이뤄졌다. 앞서 이 부회장은 두 차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었다.

검찰은 옛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와 더불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해 이들의 신병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의 최대 수혜자로 삼성물산 제일모직의 합병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통해 불법 승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15년 이 부회장이 23.2% 지분을 가지고 있던 제일모직의 가치는 높이고 이에 반해 삼성물산의 가치는 하락시키는 방식으로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도출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합병으로 자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 2015년 9월 합병에 따른 회계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자본 잠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금융감독원이 2018년 11월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고발한 이후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 수사를 진행해왔다. 그간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 명에 대한 430여 회 조사 등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강도 높은 수사가 이어져 왔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에서의 불법 행위에 이 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가 주도적으로 개입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혐의에 대해 이 부회장은 전면 부인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재계 “檢 수사심의위 스스로 훼손”

검찰의 이번 전격 영장 청구는 삼성그룹의 수사심의위 소집요청에 맞불을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과 김 전 사장이 기소 타당성을 판단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이뤄진 일로 제도 도입 이래 절차 진행 중 검찰이 수사 일정을 강행한 것은 이번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은 영장 청구 방침이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이전부터 결정됐음을 설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수사심의위원회이라는 게 검찰 스스로 자체 개혁 방안을 내놓은 제도인데, (검찰) 스스로가 제도를 해치고 있어 안타까움이 있다”고 탄식했다. 이어 “지금 경제 상황이 코로나 19나 미·중간의 대립, 한일 갈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인데, 삼성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의 경기 회복 노력에 물을 끼얹는 꼴이 아닌가 싶다”고도 우려를 표했다.

총수 부재 위기 삼성 “강한 유감”

삼성그룹은 현재 총수가 2년 4개월여 만에 다시 구속되는 위기에 처한 만큼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

삼성 변호인단은 지난 4일 “수사가 사실상 종결된 시점에서 이재용 부회장 등은 검찰이 구성하고 있는 범죄 혐의를 도저히 수긍할 수 없어 국민의 시각에서 수사의 계속 여부 및 기소 여부를 심의해 달라고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심의신청을 접수하였던 것”이라며 “객관적 판단을 받아 보고자 소망하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는 8일 열린다. 심리는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는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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