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아들 게임아이템 320만원 구매
공정위 “부모 동의 없는 결재는 취소 가능”
환불약속한 게임회사 제보자 연락 안 받아

초등학생 아들이 스마트폰 게임 아이템을 사는데 320만원을 썼다면 어머니의 심정은 어떨까?

가정주부 최○○씨는 4일 소비자경제신문에 연락해 소비자고발을 찾게 된 사연을 털어놓았다. 고작 열두살인 아들이 아버지 지갑에서 꺼내 쓴 돈이 총 320만원이었다. 어머니 최씨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면서 “속에서 천불이 난다”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 얼음땡 온라인에 쓴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초등학생 아들이 저지른 행동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씨는 “아들이 이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양대 출신 게임제작자가 2016년 설립한 엑스트라오디너리아티스트그룹(EOAG)은 주퐁(2017년)과 얼음땡 온라인(2018년)을 출시했다. 제보자의 가슴에 못을 박은 얼음땡 온라인은 초등학생과 중학생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에 홀린 아들과 아버지의 지갑

“너희 아들도 얼음땡 온라인을 하는데 비싼 게임 아이템을 산 것 같더라!”

최씨는 4월말 친구에게서 의심쩍은 말을 들었다. 설마했지만 친구 아들이 해준 이야기라서 그냥 넘길 순 없었다. 집에 도착한 어머니는 아들 휴대전화를 통해 게임 아이템을 사는데 무려 320만원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들이 여러 차례 남편 지갑에서 돈을 꺼낸 뒤 편의점에서 기프트카드를 사서 시어머니 계정으로 아이템을 샀더군요.” 천만다행으로 미성년자가 부모 몰래 결제했다면 환불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민법 5조 1항은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함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동의하지 않은 게임 아이템 구매는 취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EOAG 약관에 할머니 이름을 사용한 손자처럼 계정을 도용한 사례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전자거래과는 “부모와 할머니 동의가 없었다면 환불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환불약속 뒤 연락을 끊은 EOAG

어머니는 5월 4일 결제 주관사 구글플레이 지원팀에 환불을 신청해 200만원을 돌려받았다. EOAG는 6일 할머니 계정으로 결제했는데 이전에 게임한 기록이 없다면 환불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머니는 이튿날 EOAG가 요구한 자료를 보냈지만 EOAG와 연락이 끊겼다. 어머니는 “약속을 해놓고 연락을 끊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른 회사는 어떻게 대응할까? 유명 게임사는 법정대리인 동의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환불해준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법정대리인 동의 없이 결제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환불이 불가능하다.

소비자경제신문은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EOAG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평일 오후 2~5시까지 운영하는 고객센터마저 연락되지 않았다. 고객센터에 이메일까지 보냈지만 답장은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서 공정위 전자거래과는 게임회사가 연락을 회피하면 소비자가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 외에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민사소송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는데 수백만원이 들기에 배보다 배꼽이 클 수도 있다.

제보자 최씨는 “환불 불가가 문제가 아니라 약속을 어기고 의도적으로 연락을 피하는 행태가 괘씸하다. EOAG와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EOAG가 제보자에게 보낸 이메일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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