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스토리 접근성…최적화됐지만 다소 높은 전략 전술을 요구하는 전투

[사진=라인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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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경제=권찬욱 기자] 1990년대 국내 PC게임 시장을 대표하는 게임 중 하나인 창세기전은 황무지나 다름 없었던 국산 게임 개발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음과 동시에, 아직까지도 그 매력과 추억을 그리워하는 팬층을 가지고 있기로 유명하다. 특히 시리즈 중 창세기전2는 입체적인 캐릭터들의 관계 속 한 세계의 연대기를 보는 것과 같은 완성도 높은 스토리로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힌다.

이러한 상징성 때문에 창세기전 시리즈를 되살리고자하는 시도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 중 가장 최근에 다시금 결실을 맺은 것이 라인게임즈의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과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이하 아수라 프로젝트)’로, 이 중 창세기전 모바일은 지난 1월 9일에 출시됐다. 

이번 기사에서는 아수라 프로젝트를 플레이하며 느낀 점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다.

모바일 게임 다운 높은 스토리 접근성

기본적으로 아수라 프로젝트는 모바일 플랫폼이기 때문에 닌텐도로 발매되었던 회색의 잔영보다는 게이머들의 접근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회색의 잔영에서 보여주었던 창세기전2 기반의 스토리가 어디 가지는 않았고, 모바일만의 카툰 랜더링을 이용한 연출 역시 괜찮았다.

대부분의 스토리 연출은 내레이션과 함께 캐릭터들간의 대화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이 빨리 넘기고 싶은 유저들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오히려 풀 더빙을 지원하기 때문에 보이스 드라마 형태라고 생각할 경우 바쁜 일상을 보내는 유저들에게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창세기전 시리즈의 명작 스토리와 어우려져 추억을 상기시키거나 창세기전IP에 처음 접근하는 유저들에게는 친절한 설명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스테이지와 콘텐츠가 해금이 될 때, 스토리를 바로 이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해당 콘텐츠를 잠깐 체험하고 오거나 레벨을 올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되는 행위 자체가 흐름을 깨버리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이는 스테이지를 따라 스토리가 해금되는 특성이 있는 모든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아수라 프로젝트가 스토리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게임으로서 콘텐츠 해금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조금 더 자연스러움이 묻어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풀 더빙을 지원하기 때문에 보이스 드라마처럼 즐길 수도 있다.  [사진=라인게임즈]
풀 더빙을 지원하기 때문에 보이스 드라마처럼 즐길 수도 있다.  [사진=라인게임즈]

편하고 최적화가 잘됐지만 높은 전략전술을 요구하는 전투

아수라 프로젝트의 전투는 격자 타일 필드 위를 오가는 턴제 전투로,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고 편하게 임할 수 있다. 이는 스크린 전체를 버튼으로 삼는 모바일의 특성상 바로바로 이동과 공격 위치를 지정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캐릭터의 행동 예약이 끝나면 바로 다음 캐릭터를 지정해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속도감도 괜찮다. 격자타일 간의 이동은 말그대로 순식간에 이루어지고, 공격과 스킬 역시 빠르게 행동한다. 또 협공과 추가공격 시스템이 있어서 유저가 전투에서 좀 더 설계를 잘한다면 말 그대로 속전속결로 전투를 끝내는 것 역시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전투의 속도감은 어디까지나 유저가 그 전투의 상황을 아군이 끊기지 않고 파상공세로 밀어붙일 수 있도록 잘 설계했을 때 이야기다. 일단 스테이지 하나하나가 아군과 적군의 레벨이 동레벨이라면 대충 공격하는 식으로는 클리어하기 힘들다. 그런식으로 전투를 했다가는 삽시간에 적에게 아군이 두들겨맞고 패배하기 십상이고, 그러한 패배는 유저에게 루즈하고 뚱하게 만드는 경험을 선사할 뿐이다.

이 때문에 유저에게는 해당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 위해 ‘머리를 굴릴 것’을 요구한다. 이는 유저 자신이 어떤 캐릭터를 어디까지 성장시킬지, 어떤 용도로 어느 순간에 스킬을 투입할 것인지, 전투 중 돌발 변수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생각해봐야한다는 뜻이다. 스테이지는 적을 전멸시키는 것 외에도 버티기, 특정 격자타일 구역 확보 및 수호, 목표지점 도달 등 승리 조건이 다양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군 역시 대충 돌진만 하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결국엔 내가 만든 설계를 전투에 부딪치며 ‘최적의 전투’를 이해하고 익힐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이해는 성장에서도 드러난다. 창세기전 IP가 오래된 만큼 수많은 캐릭터 역시 존재하고, 그 특성 역시 천차만별이다. 유저는 이러한 특성을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아군에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변수를 만들 수 있다. 아예 특정 상황에서 활용하라고 만들어 둔 것 같은 캐릭터 특성도 있을 정도다. 여기에 장비 역시 세트 효과를 통해 알맞은 장비를 알맞은 특성을 가진 캐릭터에게 착용해주어야 해서, 성장 자체가 ‘내 파티의 베테랑’을 만드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 밖에도 주목해야하는 부분은 연출이다. 여러 장단점이 혼재하고 있는데, 우선 회색의 잔영에서부터 보여준 매우 높은 수준의 카툰 랜더링 그래픽은 전투 자체를 몰입감있게 지켜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특히 한 캐릭터의 일반 공격과 스킬 공격 시 타켓으로 찍어둔 적과의 1:1 전투가 진행되어 이를 지켜보는 맛이 있다. 또 일부 캐릭터가 지니고 있는 ‘초필살기’는 별도의 컷씬이 삽입되어 유저가 더욱 자주 쓰도록 만드는 것을 유도 했다.

칼스 브란트의 초필살기인 '천지파열무'의 연출. 도약한뒤 검을 지면에 꼽고 말그대로 지면을 파열시킨다. [사진=라인게임즈]

너무 급할 필요는 없다. 꾸준히 천천히가 핵심

그렇다면 “이렇게 어려운데 어떻게 해?”라는 물음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어려운 것은 사실이긴 하나, 급하게 얶매일 필요는 없다.

기본적으로 아수라 프로젝트에서는 메인 스토리 외에도 사이드 스토리와 다양한 콘텐츠들이 있다. 이 중 대부분이 PVE 전투를 기반으로 하며, 승리조건 역시 적 전멸, 구역 방어, 제한 시간내 추적 섬멸 등 각 승리 방식에 따른 전투를 통해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수 있도록 만든다.

이러한 콘텐츠들은 조금씩 플레이 해나갈수록 재화나 재료들이 쌓이게 되며, 이를 통해 아군을 성장시켜 다음 메인 스토리나 상위 콘텐츠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즉 경쟁이나 한정된 시간을 요하는 콘텐츠가 거의 없기 때문에 천천히 할 수 있고, 여기에 요일마다 보상이 두배가 되는 콘텐츠도 있기 때문에 꾸준히만 할수 있다면 언젠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아수라 프로젝트는 서비스 개시 1개월이 지난 시점인 2월 24일 기준 평점 4.5점을 기록하며 여전한 호응을 얻고 있다. 다만 현재 유저들 평가 중에는 “모바일 플랫폼 기준 가장 높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SRPG 장르로서의 기틀은 확실히 제대로 만들어져 있는 게임이다”라는 평가와 “아직 보완해야할 점들이 많이 필요하다”·“빵(스태미나) 재화 수급이 어렵다”·“성장에 필요한 재화 요구량이 심하다” 등의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아수라 프로젝트는 더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게임은 이제서야 서비스가 1개월을 넘어가는 시점이고, 문제점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은 앞으로의 업데이트에 따라 충분히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세기전 IP의 현재라고 볼 수 있는 아수라 프로젝트의 미래를 기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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