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88억원 증가한 사업주에게도 800만원 지급
매출 47억원 증가, 매출 346억 감소에도 동일한 금액 지원
1억원 이상 매출증가 사업장 총 9만 5606곳 2511억원 집행
추경호 의원 “소기업 매출액 규모 넘는 곳은 지원 제외해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문 닫은 점포들의 모습.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급되는 재난지원금이 모호한 기준에 의해 지급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문 닫은 점포들의 모습.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급되는 재난지원금이 모호한 기준에 의해 지급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급되는 재난지원금이 정부의 주먹구구식 재정집행으로 인해 혈세가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군)이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증가액이 188억원에 달하는 사업주에게까지 800만원이 지급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사업주는 인천에서 실내체육시설을 운영하다가 2020년 하반기에 부동산업으로 업종변경해 매출이 2019년 8억 9179만원→2020년 197억 3950만원으로 증가해 매출증가액만 188억 4771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집합금지 업종인 실내체육시설업으로 버팀목자금 300만원, 버팀목 플러스 자금 500만원까지 총 800만원의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받았다.

인천의 한 화장품 도매업자는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액이 47억 1900만원까지 증가했으나 재난지원금 300만원을 받았다. 반면 서울의 한 여행업체는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액이 346억 3900만원이나 감소했지만 재난지원금으로 똑같은 300만원을 받았다.

문제가 된 업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영향을 덜 받는 업종으로 업종을 전환하거나 비대면 판매방식을 도입해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2차부터 4차까지(새희망·버팀목·버팀목플러스·1차는 전국민재난지원금)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받은 전체 376만개 사업장 중 26.3%인 98만 6567개 사업장이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액이 증가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은 총 2조 6000억원이다. 매출이 증가한 사업장 중 1억원 이상 증가한 사업장도 9만 5606개에 달했고, 이들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은 2511억원이었다.

[표=추경호 의원실]
[표=추경호 의원실]

정부는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업종에서 매출증감 여부와 관계없이 재난지원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다만 매출액 규모를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에 다른 소기업 매출액 기준을 넘지 않도록 했는데 최근 3년간 매출액 평균 기준으로 음식·숙박업 10억, 도·소매업 50억, 제조업 120억이 기준이다. 이에 따라 2019년 또는 2020년 중 한해만 소기업 매출기준을 만족하면 되기 때문에 2019년 대비 2020년에 매출이 100억원 이상 증가해도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수급대상의 매출액 확인이 없는 가운데 중기부와 국세청 간의 자료공유가 원활하지 않았고, 중기부는 국세청으로부터 사업장별 ‘매출증가 여부’만 확인하고 매출액 자체는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재정집행 관리책인 기획재정부도 마찬가지로 수수방관했다.

이렇듯 안일한 행정처리와 재정집행 관리로 정작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데 쓰여야 할 세금이 낭비된 것이다.

억울하게 재난지원금을 못 받은 사례도 있다. 정부는 버팀목 플러스 자금부터 연간매출이 20% 이상 감소한 ‘경영위기업종’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떡 제조업’ 업종에는 유명 떡볶이 프랜차이즈 업체, 떡 관련 밀키트 생산 대기업과 같이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대기업들이 포함되어 있어 떡 제조업 업종은 경영위기 업종에서 제외되었고, 돌잔치·결혼식 등이 취소되면서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은 동네 떡집까지 지원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오모 씨는 코로나19 피해로 직원을 9명에서 5명으로 줄였지만 직원이 5명 이상이란 이유로 2차와 3차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인력만 감축했으나 오히려 불이익을 받았다.

이외에도 영세한 소상공인들이 제도적으로 반기 매출 증빙을 할 수 없어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추경호 의원은 “현 정부의 주먹구구식 행정과 안일한 재정집행관리 때문에 정말 힘든 소상공인에게 지급되어야 할 재난지원금이 엉뚱한 곳에 낭비되었다”면서 “코로나19 피해 지원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업종에 매출감소 여부와 관계없이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필요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서는 최소한 매출액 규모 등을 고려하여 소기업 매출액 규모를 넘는 곳은 제외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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