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보험금 미지급 6만 7682명 845억원으로 급증
피해접수 증가하는데 안내장 발송은 1/3 수준으로 미비
​​​​​​​배진교 의원 “실손의료보험 약관 변경 등 제도개선 필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보험사가 본인부담상한제를 이유로 보험가입자에게 미지급한 보험금액이 84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제도 도입 취지가 훼손되고 이로 인해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배진교 의원(정의당 원내대표)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험사가 본인부담상한제를 이유로 보험금을 미지급한 보험가입자가 2016년 5765명에서 2020년 6만 7682명으로 11.7배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작년 한해 금융소비자에게 미지급한 금액은 84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진교 의원은 “무엇보다 정부의 제도 도입 취지가 훼손되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우선적으로 보험사가 2009년 표준약관 제정 이전 가입자에게도 본인부담상한제를 소급적용하거나 자체 보험금 임의산정 기준으로 보험금을 미지급 하는 것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이 바로 시정조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 배진교 의원실]
[자료= 배진교 의원실]

‘본인부담상한제’는 국민건강보험 가입자가 1년간 지불한 의료비(비급여 치료비 제외)중 본인부담 총액이 소득분위에 따른 개인별 상한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액을 공단에서 되돌려주는 제도다. 2004년 고액(만성)중증질환에 대한 가계 진료비의 부담을 완화하고 소득분위가 낮은 국민에게 의료접근성을 제고하는 등 가계 파탄을 방지하고자 도입됐다.

금융감독원은 이득금지원칙과 가입자의 이중수혜와 모럴헤저드를 이유로 2009년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제정을 통해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금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사전 또는 사후 환급이 가능한 금액은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명시했다.

문제는 이렇게 제도 간 충돌로 인한 중간지대가 형성되면서 거대 보험사를 상대로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 4년간 금융감독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접수된 본인부담상한제 관련 소비자 피해 상담 접수 현황은 작년 한 해 271건으로 17년 대비 2.4배 가량 증가했다.

[자료=배진교 의원실]
[자료=배진교 의원실]

보험사에서 사전에 환급금을 추정해 실손보험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 상한제 환급 가능 규모는 다음 해가 되어야 알 수 있다. 이런 관행은 가계의 가처분소득에 영향을 주며 특히 저소득층이나 고비용이 드는 중증질병일 경우 치료비 마련에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본인부담상한제로 인해 민간 보험의 미지급 피해사례가 급증하고 있지만 가입자에게 본인부담상한제의 취지·제도·적용사항 등을 설명하는 안내장이나 공문을 발송하는 회사는 총 30개 보험사 중 11개사(36.6%)에 불과였다. 총 발송 건수도 본인부담상한제로 인한 보험금 미지급 건수의 31.2%(2만 1113건)에 그치고 있다.

배진교 의원은 “근본적으로는 국민건강보험법상의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을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에서 ‘보상하지 않는 사항’으로 규정하는 조항을 삭제하거나 본인부담상한제는 급여부분, 실손보험은 비급여 부분만 보장하는 형태로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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