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순 의원, “국제기준보다 낮은 비만기준도 ‘마른 몸’을 부추기는 것 아닌가”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거식증(신경성 식욕부진증)을 동경하는 ‘프로아나(pro-ana)’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실제로 국내 거식증 환자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10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아나(pro-ana)는 찬성을 의미하는 ‘프로(pro)’와 거식증을 의미하는 ‘아나(an(orexi)a)’가 합쳐진 말로, 거식증을 옹호하는 경향을 말한다. 10대 여성들이 아이돌 대중문화와 ‘마른 몸’에 대한 동경이 겹쳐지면서 극단적으로 체중감량을 시도하는 사례가 의학적인 통계로 확인된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송파구병)은 12일 “특히 ‘프로아나족’의 저연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10대는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시기임에도 대중문화와 SNS가 부채질하는 ‘마른 몸 신화’에 대한 동경과 동시에 엄청난 압력을 받으면서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남인순 의원실
자료=남인순 의원실

거식증 진료 인원 16% 증가

남인순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신경성 식욕부진(거식증)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총 8417명으로 2015년 1590명에서 2019년 1845명으로 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성은 2071명(24.6%), 여성은 6346명(75.4%)으로 여성 환자가 3배 이상 많다.

지난 5년간 진료인원이 가장 많은 성별·연령 집단은 10대 여성(14.4%, 120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80세 이상 여성(13.1%, 1,103명), 70대 여성(13.0%, 1,093명), 20대 여성(11.4%, 957명)순으로 1020대 청소년·청년 여성과 7080대 노년 여성에 집중돼 있다.

남인순 의원은 “SNS에서 ‘개말라’ ·‘뼈말라’라는 말을 듣고 무척 놀랐다. 특히 뼈가 도드라질 정도의 마른 몸이 동경의 대상이 되고, 체중 감량을 위한 위험한 방식이 공유되고 있다”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거식증이 사망률이 높아 가장 우선적으로 치료해야 할 청소년 질환 중 하나로 보고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거식증 환자가 증가하는 시기인 지금, 초기에 개입해 신속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향정신성 식용억제제 공급 13% 증가

남인순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 ‘최근 5년간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공급내역’에 따르면, 마약류인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의 공급현황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5년간 공급금액이 6129억 6471만원, 공급량은 12억 1389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는 2015년 1158억 8120만원에서 2019년 1229억 3556만원으로 6.1% 증가했으며, 공급량은 2억 2361만개에서 2억 5296만개로 13.1% 증가했다.

현재 유통 중인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성분은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 펜디메트라진, 펜터민, 로카세린, 토피라메이트/펜터민 총 6종이다.

식욕억제제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은 의존성이나 내성이 발생할 수 있어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 라목)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식욕억제제를 먹는 경우 입마름, 불면증, 어지럼증, 두근거림, 불안감, 신경과민이 생길 수 있다. 복용기간은 3개월을 넘으면 안된다. 오래 먹게 된다면 우울증, 의존성, 성격변화 등이 생길 수 있으며, 폐동맥 고혈압, 빈맥 등 심혈관계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남인순 국회의원은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마약류인 향정신성 식욕억제제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면서 “식약처의 항정신성 식욕억제제 국내 허가사항은 체질량지수(BMI) 30kg/㎡이상 또는 다른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BMI 27kg/㎡ 이상에서 사용하도록 정하고 있음에도, 처방 기준은 BMI 25kg/㎡ 이상, 다른 위험인자 있는 경우 BMI 23kg/㎡ 이상으로 허가사항과 달라 문제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프로아나 체험기를 올린 SNS 캡쳐
프로아나 체험기를 올린 SNS 캡쳐

비만 기준도 차이 커…“합리적 기준 필요”

남인순 의원이 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비만기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른 건강검진 기준은 BMI 30kg/㎡ 이상인데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통계는 BMI 25kg/㎡이상, WHO는 BMI 30kg/㎡이상 등 모두 다르다.

이 때문에 한국의 비만유병율은 34.3%(국내기준)가 되었다가 5.9%(WHO 기준)가 되기도 한다.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국내 비만기준인 체질량지수(BMI)는 25kg/㎡이상에서는 비만유병률은 OECD 평균 58.6%, 한국 34.3%로 나타났으나, WHO 비만기준인 체질량지수(BMI) 30kg/㎡ 이상에서 비만유병률은 OECD 평균 24.0%, 한국 5.9%로 크게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인순 의원은 “WHO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OECD 국가를 비롯한 외국에서는 30㎏/㎡ 이하를 비만으로 보는데, 우리나라는 체질량지수 25㎏/㎡ 이상으로 분류해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인순 의원은 “국내에서도 건강검진 비만기준과 국가통계의 비만기준이 다르고, 국내와 WHO의 비만기준이 달라 국민들께 혼란을 주고 있다”면서 “국제 기준보다 낮은 국내의 비만기준이 국민들의 마른 몸을 부추기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관련 전문가 및 학회 등과 논의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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