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업-관련 당국 모두 책임회피

[소비자경제신문=최빛나 기자] 국내 분유에서 이물질이 발견돼 온라인 포털 맘카페에서 논란이 된지 얼마되지 않아 이번에는 외국산 수입 분유에서도 죽은 벌레가 발견돼 어린 아기들을 가진 소비자들에게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최근 경기도 남양주의 한 가정에서 아기 분유 가루 속에  정체불명의 죽어 있는 검은색의 벌레가 나왔다. 이 분유는 다름 아닌 국내 유통 대기업에서 수입, 판매하고 있는 독일산 유명 분유브랜드 '압타밀'이었다.

아기 분유통에서 죽은 벌레는 <소비자경제>에 제보한 이 모씨(41)는 소셜커머스 오픈마켓에서 해외직구를 통해 지난 9월에  압타밀 프로누트라 플러스 1단계를 구입했다. 이 씨에 따르면 해당 분유통의 밀봉을 뜯었을 때 검정색의 약 0.4mm크기의 이물질이 나왔다고 했다.

◇"분유 속 검정 탄화물인줄 알았는데.."

이씨는 "분유 생산 공정에 간혹 나올 수 있는 '탄화물'인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휴대폰 돋보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해 봤더니 다리 7개가 보이고 주름까지 잡혀있는 죽은 벌레였다는 것. 그렇게 벌레라는 것을 알아보고 이씨는 채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기에게 모르고 먹였을 생각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해외 직구 상품이라 어디에 문의를 해야 하는지 몰라 해당 사실을 직구를 많이 하는 한국 엄마들에게 알리기 위해 시작했다"며 "주위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소셜 커머스를 통해 다양한 직구 제품구입을 많이 한다. 근데 이런 피해가 나올 경우 어디다가 어떻게 피해신청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답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재진에게 "최근 남양유업과 일동 후디스 등에서 이물질이 나와 내 아이가 먹는 음식과 분유 등에 특히 관심을 쏟고 있는 가운데 벌레사체가 나와 너무 당황 스러웠다"며 "국내 제품에서 나왔다면 제조나 유통 과정을 의심해 볼 수 있지만 직구 상품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몰라서 쿠팡이나 판매자 보다 먼저 제보했다"고 했다.

이씨는 "벌레가 나오고 해당 제품을 알아보던 중에 지난해 초 신세계 이마트에서 해당 분유 브랜드를 독점 판매를 시작한 사실을 알게 됐다"며 "내가 구입한 제품은 직구 상품이지만 신세계에서 공식 유통하는 것도 해당 국가를 통해 한국으로 가져와 판매하는 거 아니냐. 똑같은 제품이라면 다른 피해자들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마트는 압타밀 제조사 뉴트리시아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해 3월1일부터 전국 매장과 유통기업 신세계이마트 그룹이 운영하는 SSG닷컴에서 ‘압타밀 프로누트라’ 1·2·3단계 제품을 아직도 판매 중이다.

압타밀은 국내에서 ‘강남분유’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한국법인 없이 해외직구나, 구매대행 업체를 거쳐 유통됐음에도 국내 분유 시장에서 약 10%의 점유율을 기록했을 정도다. 이마트가 압타밀의 수입을 결정한 것도 외국산 분유가 국내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상술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씨는 "해당 제품이 직구와 이마트에서 산 것은 차치하고 분유에 벌레가 들어간 것은 제조공정에서 혼입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런 뒤 "식약처와 관련 수입 검역 당국이 제조, 유통 과정이 어떠한 경로를 거쳐 국내 공식 유통됐는지도 면밀히 조사해봐야 할 것"이라며 "해당 사건 처럼의 이슈가 나오면 기업들은 블랙컨슈머로 몰아가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실제로 직구 상품으로 피해를 봐도 속수무책으로 넘길 수 밖에 없는 현실구조"라고 꼬집었다.
 
경기도 남양주 소비자 이모씨가 제보한 압타밀 분유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벌레.(사진=소비자경제)

◇식약처, "해외 직구 분유 관리 감독 범주 벗어나" 안일한 대응

이번 벌레 사건과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국내에 들어온 압타밀은 정식 통관 제품이 아니어서 관리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부분의 수입분유는 해외 구매대행사나 직구사이트를 통해 구입해 정부 기관의 관리 감독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 식약처의 해명이다. 그러나 수입 식품 중에 갓난 아기들이 먹는 분유조차 관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무책임하고 안이한 대응은 스스로 비판을 자초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 압타밀 분유 벌레 사건은 신세계에도 좋은 제품을 수입하려는 당초 의도와 달리 부정적인 이미지로 덧씌워질 수밖에 없다. 압타밀 분유를 만드는 본사는 독일이지만 OEM 형식으로 다른 국가에서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만큼, 갓난 아기를 키우는 소비자들의 실망감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소비자경제>를 통해 “국내 제조 제품에 피해사례가 나왔을 경우 고객 상담실, 홈페이지를 통해 불편상항들을 해결해 주고 있지만 직구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며 "판매자와 소비자와 제조사와의 조율을 통해 정당한 처리 절차에 의해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확실하게 구제를 못해주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한국 소비자원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식품에 이물질이 혼입되는 경우는 제조공정상 부주의, 자연발생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 제품이 개봉된 상태에서는 소비자의 선의의 고발도 믿지 않으려는 경우도 많다"면서 "개별 사건에 있어서 이물질은 시험검사를 통해 이물질의 종류를 파악할 수 있지만 많은 경우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며 오히려 제조 유통 업체 측을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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