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언 수색 촉구 10만 서명에 동참해주세요.”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스텔라데이지호 십만인 서명에 지나가던 시민이 서명하고 있다.<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부쩍 추워진 날씨에 광화문 광장의 바람이 매섭다. 세월호 천막 옆으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허재용 씨의 어머니 이영문(68세)가 서명대를 지키고 있다.

추운 날씨에 몸을 잔뜩 움츠린 사람들이 서명대 앞을 무심히 지나칠 때마다 “서명 좀 해주고 가세요.”라고 외치는 이 씨의 애닮은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식사라도 제대로 하고 나와 계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씨는 밥을 먹고, 숨을 쉬고, 서명대 뒤에 마련된 작은 의자에서 지친 몸을 잠시 쉬는 것조차 죄스럽다는 엄마의 마음을 쏟아냈다.

“살려고 먹는다는 엄마가 잘못됐지. 죽고 싶어도 애가 어떻게 된지를 몰라 죽을 수도 없어요. 서명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고 죄송해서 어떻게 앉아서 서명을 받아요. 서 있기라도 해야지.”

스텔라데이지호 2등 항해사였던 허재용 씨는(33) 막내답지 않게 듬직한 아들이었다. 법학 전공자인 아들이 뒤늦게 항해사가 되어 큰 변을 당한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꿈인지 생시인지 믿기지 않는다. 이 씨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제가 딸 셋을 낳고 재용이를 낳았어요. 키도 186센티미터에 아주 덩치도 좋고. 막내라서 응석 부릴 만도 한데. 덩치답게 듬직했지. 제가 다리가 안 좋아요. 돈 벌어서 엄마 다리 수술해준다고 했는데...”

지난 3월 31일, 세월호가 인양되던 날, 스텔라데이지호는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배에 탑승하고 있던 선원 24명 중 2명만 구조되고 나머지는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실은 변한 것이 없지만 가족들은 선원 중 누구라도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은 버릴 수가 없다.

침몰 당시 스텔라데이지호에는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구명정 2척과 구명벌 4척이 탑재돼 있었다. 그 중 구명벌 2척이 발견되지 않았다. 대서양은 다른 바다와 달리 잔잔하다. 게다가 선원들은 모두 해양 사고를 대비해 강도 높은 전문 훈련을 받은 이들이다.

가족들은 스텔라데이지호 구명벌 추정 물체가 기름띠라는 보도로 이어진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당시 미군 초계기가 발견한 구명벌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출항했을 때부터 이미 스텔라데이지호가 기울어져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당시 구조된 필리핀 선원들은 출항했을 때부터 배가 노후화돼 있었고 배가 갑자기 둘로 쪼개졌다고 증언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건을 제2의 세월호 사건이라 하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이 철저한 수색과 구조 골든타임 의혹 진상 규명 등을 촉구하며 십만인 서명을 받고 있다.<사진=소비자경제>

실종 선원 가족들은 지난 8월 15일부터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서명지에는 ‘정부는 미군에 구명 뗏목 촬영 사진 공개를 적극 요구하라’ ‘청와대 중심의 정부 비상합동대책반을 설치하라’ ‘남대서양 인근 섬을 철저히 수색하라’ ‘심해 수색 장비를 즉각 투입하라’ ‘선사의 노후 선박 관리 소홀을 철저하게 수사하라’ 다섯 가지 요구 사항이 적혀 있다.

지금까지 9만 1천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공동대표이자 허재용 씨의 누나인 허경주, 허영주 씨는 관심 갖고 서명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서명 목표치인 10만 명을 달성하면 모아진 서명을 청와대와 UN에 제출할 계획이다. 서명은 광화문 광장과 온라인 홈페이지(아래 링크)에서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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