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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웅
여느 때처럼 아침식사로 빵을 준비하던 아내가 “이게 뭐야!”라며 소스라친다.
아내의 모습에 놀라 다가가 보니 플라스틱 빗자루 같은 것이 식빵에 들어 있었다.
6월 25일, 식약청에 신고하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내와 서로 미루다 6월 25일 오전에야 식약청에 신고했다.
근무시간이 아니라 그런지 당직실에서 신고를 받으며 담당부서인 식품관리과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6월 27일, 당직실에서 아직 넘어온 것이 없으니 기다리세요.
점심이 가까워 오는데도 아무런 연락이 없기에 궁금해서 식약청 식품관리과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A씨께서 무슨 일로 전화했냐기에 신고 때처럼 내용을 다시 얘기한 후에야 당직실로부터 넘어온 것이 없으니 확인해서 오후에 연락하시겠단다.
6월 29일, 지난 주말사이 식약청에 신고가 접수된 내역이 없습니다.
오후에 연락 주겠다더니 이틀이 지나도 무소식이기에 식약청 식품관리과 또다시 전화했고 이번엔 B씨가 받아 또다시 내용을 반복한 후에 알아보고 전화 주시겠다신다.
두 시간쯤 흐른 후, 이번엔 식약청 식품관리과 C씨께서 전화하셔서 ‘지난 주말 사이에 식약청에 그런 내용의 신고가 접수된 내역이 없습니다’ 라신다, 어처구니가 없다!
식약청의 행태에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지금이라도 신고를 접수할까요?’라는 C씨에게 응한 후 전화를 끊었다.
6월 30일, “저희가 가지는 못하고 구입처 앞으로 오시지요”
C씨와 통화를 마치고 2시간 정도 지나, 동대문구청 보건위생과 D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식약청으로부터 이첩받은 내용을 확인한다며 이것저것 묻기에 “식빵을 보면 바로 알 것을 전화로 시간낭비하지 말고 빨리 수거해 가라” 했더니 오늘은 늦어 내일 수거하겠다신다.
결국 6월 30일 D씨가 전화를 걸어왔기에 “저희 집 냉장고에 보관 중이고, 제가 외근 중인데 서둘러 들어 갈테니 000-00번지 저희 집으로 오시지요”라니 “저희가 댁으로 방문하고 하지는 않습니다”라고 단호히 거절하며 “000대학교 근처에 도착해서 전화 드리면 나오세요” 라신다.
집에서 한참을 기다린 끝에 빵을 판매한 판매점으로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D씨와 대면했다.
“수거과정에서 빵이 상하면 조사를 어떻게 하려고 장마철에 들고 나오라는 것입니까? 방문수거가 원칙이 아닙니까?”라니 기세등등하게 거절하던 때와는 달리 “주소를 몰라서...”로 말을 바꾼다.
어쨌든 인수증 준비도 없이 온 D씨에게 자필 인수증을 받고서야 어렵게 식빵을 인계했는데, 직접 제조하는 제조업소를 제재할 수는 있어도 본사에서 공급받은 경우에 본사를 조사할 권한이 없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반복한다. 본사에서는 빵을 제조하지 않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받아 판다는 거야?
7월 1일, 죄송합니다 관할이 잘못되어서 성남시로 이첩했습니다.
동대문구청 보건위생과 E씨가 전화해서는 관할이 잘못되어서 성남시로 이첩하신단다.
웃음도 안나온다, 관할이 아니라면 이제까지 장난 했다는 거야?
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조용히 쓰레기통에 버리고 잊어버리지요.
이제 성남시로 넘어갔으니 며칠 지나 밑도 끝도 없는 민원에 대한 회신 한 장 받으면 끝이겠지, 뭔지 모를 허탈함이 몰려온다.
며칠간 대한 공무원들 일하는 것처럼 사기업체에서 하면 당장 쫒겨날텐데 ‘철밥통’이 대단하다는 생각과 그들 먹여 살리는 세금이 아깝다는 마음을 처음으로 가져본다.
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조용히 쓰레기통에 버리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잊어버릴 것이다.
이런 줄 알았으면 뭐하러 시간 낭비해, 내가 무슨 국민보건파수꾼이라고.
블랙컨슈머로 몰리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