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조건섭 칼럼] ‘무의식(無意識)’은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자각하지 못하는 두뇌의 활동이며 정신작용이다. 이 개념은 오스트리아의 신경학자이자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에 의해 대중화되었다. 절대적 식역(Absolute Threshold)은 감각기관이 자극을 감지할 수 있기 위한 최소한의 자극 에너지의 강도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일정한 거리를 벗어나면 일정 볼륨크기 1상태의 TV 소리를 들을 수 없다. TV 소리의 절대적 식역은 들을 수 있는 거리이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들을 수 있는 거리가 10m라고 한다면 절대적 식역은 10m다.

그렇다면 자극의 강도가 절대적 식역 수준이 미치지 못한다면 소비자는 자극을 아예 지각하지 못하는 것일까? 자극의 정도가 절대적 식역 수준에 미치지 못해도 소비자가 그 자극을 무의식 중에 지각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을 우리는 식역하 지각(Subliminal Perception)이라고 한다. 우리는 뇌를 사용하고 있지만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1. 식역하의 지각에 관련 사례

지금까지 이 식역하의 지각에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 몇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Drink Coca Cola and Eat Popcorn" 식역 하 광고(Subliminal Ad)가 대표적인 사례다. 1957년 미국의 비케리(J.Vicary)는 서브미니럴 영사기를 이용한 실험을 하였다. 5초 간격으로 “팝콘을 먹어라, 코카콜라를 마셔라”라는 슬로건을 1/3000초 동안 대형 화면에 반복하여 노출했다. 대략 45,000명을 대상으로 6주간 진행된 이 실험은 엄청난 결과를 낳게 되는데 영화가 끝난 후 많은 관객들이 팝콘을 구매했다고 한다. 팝콘의 판매가 무려 58% 증가하였고 코카콜라의 판매도 18%증가했다. 이 실험은 이후 많은 비판을 받게 되었으며 외생변수가 통제안된 실험이라는 논란도 많았다.

오래전 KBS 2TV를 통해 방송된 ‘스펀지 2.0’에서 ‘가슴이 커지는 휴대폰 벨소리’를 공개해 많은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 있으킨 사건이 있었다. 휴대폰 벨소리에 의식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아기울음 소리를 넣었다. 벨소리가 울릴때마다 뇌에서 무의식적으로 반응하여 호르몬이 분비되고 젖샘이 발달하면서 여성의 가슴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 실험은 15년동안 소리를 통한 심리치료와 뇌기능에 관한 연구를 해온 일본 심리학자 히데토 토마베치 박사가 2009년 발표한 내용이다.

최근 유럽에서 충동구매를 막는 무의식 쇼핑기법 등장으로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술작품이 쇼핑제안에 도움을 준다. 우선 헤드셋을 쓰고 미술관 그림을 감상하는데 작품을 볼 때 뇌 신경계에 일어나는 미세한 반응을 헤드셋이 수집하면 인공지능이 분석해 바람직한 쇼핑 리스트를 제안해준다고 한다. 실제로 이 실험한 참가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눈독을 들이다 구입한 패션 소품이 무의식 쇼핑기법에서 제시한 품목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 다양한 사례에서 보는 시사점

이처럼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자극에도 뇌가 반응한다. 그 자극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 행동에 영향은 준다. 따라서 이러한 잠재의식을 겨냥한 광고의 폐해를 예방하기 위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서 잠재의식 광고를 제한하고 있다. 즉 규정 제15조에서 “방송광고는 시청자가 의식할 수 없는 음향이나 화면으로 잠재의식에 호소하는 방식을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위에서 언급한 식역하 지각에 대한 의미와 다양한 사례에서 우리 외식업 점주들에게 시사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이론적 틀과 현실에서 실제 일어나는 사건들을 인식한다면 우리 식당 점주는 향후 어떻게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대응해야 할까? 점주는 보지 못해도 고객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현미경처럼 다 보고 듣는다.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 뇌는 대략 1조개의 신경세포가 있고 신경세포 하나당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가 만개가 있다. 만개의 시냅스가 있으니까 신경세포 하나로 몰려 들어오는 신호들이 만개가 들어온다. 따라서 우리 뇌는 외부의 미세한 자극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더욱이 움직이는 변화에는 더 빠른 반응을 보인다.

#3. 무형요소의 시각, 청각화

식당에서 고객에게 무의식 광고는 기술적으로 어렵겠지만 우선 고객이 보고 들을 수 있는 많은 좋은 의미의 자극적 요소를 눈에 보이도록 시각화하고, 귀에 들리도록 청각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서비스는 무형성, 이질성, 불가분의 동시성, 소멸성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서비스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고객에게 구체적인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도록 모양과 형태를 갖추는 유형화 작업이 필요하다. 형태가 없는 무형의 서비스를 고객이 현장에서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물리적 환경을 통해서 가시화해야 한다. 간판, 파사드, 조명, 테이블, 인테리어, 직원 유니폼, 포스터, 인터넷 홈페이지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여기에서 ‘파사드’란 매장의 정면 뿐만 아니라 정면, 간판, 출입구 진열창까지 고객이 가게와 가장 처음 만나는 접점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파사드에서는 가게의 이미지, 업종, 업태, 품질 수준까지 느낄 수 있게 잘 표현되어야 한다. 간판의 경우는 문자 자체보다도 색채에서 업종의 특성이나 가게의 이미지 의미 전달이 더 강력하다. 더욱이 로고, 간판, 익스테리어, 인테리어, 유니폼, 메뉴판 등 제각각 다르게 생각할 분야가 아니라 모두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 하나의 카테고리다. 고객의 마음 뼛속 깊이 파고드는 것은 일관성이다. 그 중심에 색채, 패턴, 소재, 상징 등이 있다.

미국의 조사통계에 의하면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하는 감각기준은 시각이 83% 될 정도로 시각적 요소의 비중이 높다. 오감각 중에서 시각적 요소의 디자인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공간의 빛과 컬러

또한 식당은 고객이 직접 현장에 방문해야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동시성 특성의 판매구조를 볼 때 서비스 접점에서의 MOT(moment of truth)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더욱이 서비스는 식당에 방문하여 계산하고 떠나는 시점까지만 경험할 수 있으며 이후에는 소멸된다. 일반 상품을 구매하면 상품이 소모될 때까지 사용할 수 있지만 서비스는 '소멸성'의 순간 상품이다. 이러한 소멸성의 특징을 고려한다면 식당을 이용한 이후에라도 오랜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 경험이 중요하다. 고객이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마치 자신이 아직도 식당 공간에 있는 것처럼 착각하도록 느껴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 어떤 것이 있을까? 오감으로 수집되어 들어오는 모든 요소가 포함된다. 왠지 모르게 끌리는 집이 한 예다. 예를 들어 빛, 즉 조명을 보자. 인간에게 빛은 매우 중요하다. 공간에 어떤 빛을 담아내느냐에 따라 매장의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빛의 온도가 맛을 가른다.

브랜드경험디자인연구소 진익준 대표는 고객들에게 마음이 편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경험하게 하려면 3,000~4,000K 사이의 노란 전구색을, 대낮처럼 활기찬 분위기를 경험하게 하려면 4,000~5,000K 사이의 백색 형광등 조명을, 공간에 청명한 느낌을 경험하게 하려면 5,000~7,000K 사이의 조명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한다.

또한 갈비, 불고기, 스테이크 같은 구이전문점, 베이커리 카페 음식은 3,000~4,000K, 일식, 횟집, 채식뷔페 음식점은 5,000K 정도의 하얀색 빛으로 테이블을 비춰주는 것이 음식 맛을 내는 빛의 색온도에 적합하다고 한다. 공간 디자인에서 빛 한가지만 보더라도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안락함, 활기참, 청명함 등의 서로 다른 분위기를 느낀다는 점이다. 이처럼 빛 하나만으로도 고객의 무의식을 호소할 수 있는 작은 무기가 되는 셈이다.

식당 내부의 벽면 메뉴판에 조명을 넣어 다시 제작하여 부착한 결과 외부에 지나가는 고객이 볼 수 있는 가시거리 확대로 신규 고객이 증가하였고, 마트 시금치 진열대에 조명빛을 밝게 한 결과 이전보다 시금치 매출 30% 증가한 사례도 있다. 대부분 화장실에 가면 조명이 어둡고 침침하다. 그런데 서울소재 백화점 화장실에 전략적으로 LED 조명거울을 부착했다. 여성들이 얼굴 화장을 고치기 위해 거울을 보면 거울 조명빛에 더 예뻐 보이지 않았을까? 조명빛에 예쁘게 보이는 얼굴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이 사진 어디에서 찍은거냐고 물어올 정도로 조명거울 하나로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이밖에도 다양한 사례가 있다. 횟집은 생선회 메뉴 특성상 사계절 중 겨울에 매출이 떨어진다. 푸른색 간판을 추운 겨울에 붉은색으로 바꾼 결과 이전에 비해 매출이 늘어났다. 이와 아울러 냉면, 막국수집도 메뉴가 찬음식이어서 겨울에 매출이 현격히 감소된다. 겨울에 따끈한 탕메뉴를 개발하여 탕사진을 외부에 부착했고 이로 인해 매출상승으로 이어졌다.

#5. 언어와 눈맞춤

메뉴 주문시 메뉴를 추천하면서 “다른 손님들도 맛있다고 해요” 라는 말한마디에 높은 가격의 메뉴를 주문받았다면 믿을까? 식당 계산대에서 계산을 할 때 친절한 말을 건네면서 고객과 눈맞춤을 할때와 하지 않을 때 손님 수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눈맞춤을 했을 때는 그렇지 않은 식당에 비해 손님 수가 3배이상 많았다. 의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작은 변화 하나만으로 고객의 생각과 감정을 바꾸고 구매행동으로 연결된 사례를 볼 수 있다. 고객의 무의식을 설득하는 '뇌과학 마케팅'이다.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무의식, 식역하의 지각의 원리를 알면 눈에 보이는 것이 더 많다. 오늘부터라도 고객의 무의식에 호소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 고민하고 하나하나 실천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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