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교과서 도입 예정...인공지능 윤리도 배우는 시대
“인공지능에 친숙해지는 것은 소수가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일”
초개인화 기술 이끄는 핵심 화두, AI없는 기업은 없다
‘신기한 미래 기술’아닌 생활 밀착 키워드, 학교도 거기 맞춰 변해야

인공지능 AI는 이제 일부 ICT기업의 이슈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과제다. 과거 '국민윤리'를 가르치던 학교에서 이제는 'AI윤리'를 교과 과정에 포함시켜야 할 시대가 됐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IT 강국을 넘어 AI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내용으로 연설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 AI는 이제 일부 ICT기업의 이슈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과제다. 과거 '국민윤리'를 가르치던 학교에서 이제는 'AI윤리'를 교과 과정에 포함시켜야 할 시대가 됐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IT 강국을 넘어 AI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내용으로 연설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AI가 기업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교육 과정에 인공지능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실제로 내년에는 AI교과서가 생기는 등 다양한 커리큘럼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초개인화 기술'의 핵심인 인공지능을, 일선 학교에서는 어떻게 가르칠까?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로 AI(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고 벌써 햇수로 4년째에 접어든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2월 유한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더 많은 우리 청년들이 어쩌면 예상보다 더 빨리 인공지능과 경쟁하게 될지도 모릅니다”라고 발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 코엑스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IT강국을 넘어 AI강국’이라는 화두도 던졌다. AI 분야를 전폭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발표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기업들은 물론이고 사회 전 영역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교육계에서도 이 문제를 좀 더 깊이있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교육부 정식 교과과정에도 AI가 적극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시대 학교에서는 뭘 배울까. 가장 먼저 나선 것은 대학들이다. 주요 대학들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인공지능 전문 대학원을 설립했고, 이제는 학부 과정에도 AI교육이 도입되는 추세다. 성균관대는 최근 AI비전전략 선포식을 열고 AI학과와 연구소, 교육원, 등 4개 기관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인터넷 보급 후 20년 만에 누구나 스마트폰과 PC로 공부하듯, 이제 곧 전공에 상관없이 AI를 이해하고 AI와 소통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천대는 내년에 ‘인공지능학과’가 설립된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앞으로는 AI가 공기와 같을 것”이라고 전제하며서 “지난 20년을 IT가 좌우했다면 앞으로 20년은 AI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 AI교과서 도입 예정...인공지능 윤리도 배우는 시대

대학들이 AI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초,중,고 교육계 역시 바빠졌다. 인공지능 시범학교와 관련 연구실이 세워지고, AI교과서가 도입될 예정이다. 학생들에게 AI관련 기술과 소양을 가르칠 교육자도 육성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0일 열린 AI 융합교육 컨퍼런스에서 “2020년 AI-loT 시범학교 3개교를 선정하고 학교 당 1~2개의 AI연구실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조만간 AI교과서도 도입된다. 조 교육감은 "내년 8월에 인공지능 교과서를 완성한다"며 "하나의 과목으로도 가르치고 여러 보조교재로도 활용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조 교육감은 효과적인 AI교육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 및 교원 역량 강화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조 교육감은 "AI시대에는 전문적인 역량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전문인력 양성과 AI기술을 활용한 학교시설 관리를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여한 안성진 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고등학교 1학년까지 AI윤리, AI문화 등 인공지능 기초소양을 가르치고, 고등학교 2~3학년에는 융합교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과거 국민윤리나 사회문화처럼 인공지능 관련 윤리와 문화도 학생들에게 가르치자는 의미다.

안 이사장은 AI교육 클라우드와 같은 교육 플랫폼을 학생들에게 제공해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평생교육과정에도 AI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교육부는 AI윤리 관련 수업을 온라인 공개 강의를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

◇ “인공지능에 친숙해지는 것은 소수가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일”

‘2019 인공지능 융합교육 컨퍼런스’에서는 한국교육학회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등이 AI융합교육 시작을 알리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인공지능이 소수의 이슈가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며, 한글이나 MS워드 등 기본적인 프로그램처럼 AI도 일상적 도구로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청사진이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인공지능에 친숙해지는 것은 연구하고 개발하는 소수의 사람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전제하면서 ”글자를 깨우치고, 구구단을 외우며, 컴퓨터 사용법을 배워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인공지능에 친숙해지는 것은 모두에게 필수 소양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교육 내용에 대해서는 ”모든 학생이 머리로만이 아닌 손에 인공지능을 익히기 위해서 인공지능의 구구단에 해당하는 코딩능력,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 알고리즘 설계 및 활용 학습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워드프로세서와 같이 일상적 도구로서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국가교육과정에 반영하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이) 자신이 진출할 분야에 인공지능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현황을 잘 파악하고, 현존하는 사회문제를 인공지능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전망과 문제 인식을 가지고 졸업하게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자체를 친숙하게 여기고 미래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취지다.

◇ 초개인화 기술 이끄는 핵심 화두, AI없는 기업은 없다

AI기술이 산업 전 분야에서 일제히 주목받는 이유가 뭘까. 인공지능은 ‘초개인화 기술’을 이끄는 핵심 화두다. ‘초개인화 기술’은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 등이 집필한 ‘트렌드코리아 2020’에서 내년 시즌 주요 소비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한 단어다.

초개인화 기술은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상황과 맥락을 파악하고 이해하며, 궁극적으로 고객의 니즈를 예측해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기술을 뜻한다. 궁극적으로는 회사가 개별 소비자에게 얼마나 세심하게 맞출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트렌드코리아’는 초개인화 기술을 크게 3단계로 구분한다. 모든 것을 데이터화하고, AI를 통해 알고리즘을 분석하며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기업과 소비자가) 상호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이다. 1단계와 3단계 사이의 핵심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 바로 AI기술이다.

이 책에서는 가트너의 보고서를 인용해 ‘2023년까지 AI를 디지털 상거래에 활용하는 기업은 고객마족도와 수익 또는 비용절감을 25%이상 창출해 수입을 향상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개인화 작업은 AI와 실시간 데이터 활용을 통해 고객의 구매 설계 프로세스를 끊임없이 변화시킬 수 있다’고도 소개했다.

실제로 KT는 최근 온라인 동영상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며서 소비자의 표정이나 날씨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작품을 추천해주는 기술도 함께 공개했다. 초개인화 기술의 현재 버전이다. 한 마케팅 컨설턴트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AI없는 기업은 이제 없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 ‘신기한 미래 기술’아닌 생활 밀착 키워드, 학교도 변해야 

이 지점에서 짚어보아야 할 것이 있다. AI는 더 이상 ‘신기한 미래기술’이 아니라 이미 생활 밀착형 기술로 자리 잡았다. 홍보나 마케팅, 상품 개발 등을 담당하는 일부 관계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주요 화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지난 11월 11일 AI윤리원칙 7가지를 선정해 발표했다. 사람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책임성과 안전성을 갖춰야 하며 데이터 사용시에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방통위는 AI윤리 원칙 정립이 국제사회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글로벌 IT대기업들은 최근 수년새 잇따라 AI윤리 규범을 내놓았다. 이미 소비자들의 일상 생활 속 깊숙이 AI가 들어와 있다는 증거다. 교육계가 AI를 주요 화두로 선정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인공지능교육학회 한선관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인공지능에 대한 개념을 습득하고 경험하는 보편교육, 인공지능 관련 분야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심화교육 두 영역을 합쳐 대한민국 아이들이 미래 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한 회장은 이 인터뷰에서 AI교육의 목표는 무엇이고, 교육 과정은 어떻게 나열되며, 구체적인 교육 내용은 무엇인지, 또 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전반적인 ‘교육 프레임워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인공지능은 일부 기업이나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미래다. 먼 미래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가까운 미래다. ‘초개인화 기술’을 이끌 인공지능 시대의 학교도 이에 맞춰 변해가는 중이다.

미래 학생들은 코딩이나 프로그래밍 등 개별적인 이슈가 아니라 인공지능이라는 화두를 큰 틀에서 접근해 다룬다. 과거 선배 세대들이 엑셀과 워드프로세서를 힘들게 공부했지만, 지금 세대들은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만지며 자란 것 처럼, AI는 미래 세대 소비자들의 삶에 그렇게 녹아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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